모스크바 푸슈킨 미술관, 동양박물관
미술관과 갤러리 다닌 이야기 2020. 4. 28. 17:13 |
2019년 2월 중순 러시아 모스크바 미술관.
여행 3일차 날 이즈마일로프 시장에서 열심히 쇼핑한 뒤, 바로 푸슈킨 미술관으로 향했다. 여기도 본관과 별관으로 나뉜다. 두개 통합 입장권이 있다. 얼마인지 까먹었는데 아무튼 각각 사는 것 보다 저렴했다.
티켓 사려고 그냥 1 combined ticket이라고만 말했는데 매표하시는 할머니가 막 짜증을 내며 옆에 앉은 조금 젊은 사람에게 뭐라뭐라해서 그 사람이 대신 말해줬다. 아니 거기 티켓 안내문에도 영어로 표기되어 있는 건데? 안되면 그거 그냥 가리키고 계산하면 되는데? 다짜고짜 짜증부터. 러시아가서 영어 쓴게 잘한거라고 볼 순 없더라도 그렇게 잘못한 것도 아닌데. 복잡하게 말 안하고 일부러 최대한 간단히 말했는데. 러시아 사람들이 무뚝뚝하고 잘 안웃어서 불친절하다고 오해할 수 있다고는 알고 있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안 웃거나 해도 기분 안나빴는데, 짧게 나마 지내보니 안친절 한거랑 짜증내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알 수 있었다. 이 할머니는 짜증을 냈었다. 그리고 보통 자기가 돈버는 거랑 직결된 일이면 친절하고, 아닌 경우에는 종종 불친절이 있었다. 식당이나 물건 사는 곳에서는 대체로 친절했다. 그리고 그 외의 상황에서는 대체로 그냥 보통정도이며 가끔 그렇게 화를 내시는 분들이 있다. 그런데 그 화를 내시는 게 영어 써서(혹은 러시아말 안써서) 라는게 좀 미묘한 기분. 물론 시크한 친절을 가진 분들도 많았다. 내가 캐리어 낑낑거리며 들고 갈 때 지하철 문 잡아주는 매너를 가진 사람들, 트로이카 충전하려는데 잘 안되서 헤매니까 말없이 도와준 지하철 직원, 길 알려주는 사람들 등 고맙다고 말할 새도 없이 도와주고 슉 가버리긴 했지만 좋은 사람들 많다. 영어 못한다고 해서 무조건 다른 사람들도 짜증내진 않는다. 아무튼 이때가 불친절 했던 중 가장 뭐지?했던 상황. 어찌되었든 무사히 티켓을 사고 전시장으로 들어갔다.
여기는 좀 고전 유럽 미술품들이 많았다. 조각도 많이 있었다. 캐스팅한게 많은 것 같긴 했지만. 어제가 러시아 작품들 쭉 본 거라면 오늘은 유럽 작품들 쭉 보는 날. 본관은 르네상스나 그 이전, 신관은 좀 더 최근의 작품들이 위주였다. 대략 나에게 익숙한 19~20세기 유럽 작가들의 작품. 유명한 작가의 조금 덜 유명한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푸슈킨 미술관은 그래도 규모가 트레치야코프보다는 작은 편이라서 조금 수월하게 관람했다. 그리고 별관은 본관 에서 작은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있다. 관이 하나 더 있지만 그건 무슨 교육관같은 거라 어차피 못간다.
푸슈킨 미술관 본관
두 관들 다 각각의 매력이 있었던 것 같다. 신관은 비교적 현대미술에 속하는 유럽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많았다. 주로 인상파나 입체파 이런 유명한 사조의 작품들. 본관에는 이집트나 그리스 미술 등도 있었다. 큰 조각상들도 많았고. 그래서 신나게 감상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집트 미술이랑 유물은 그리스에서 더 많이 보았고 로마에서도 많았다. 그냥 이집트나 그리스는 유물 엄청 빼앗기고 살았던 거 같다. 특히 이집트가 더. 옮길 수 없는 피라미드 빼고는 다 가져간 듯. 러시아 미술관은 역시 에르미타쥬를 갔어야 했는데..상트 빼쩨르부르그까지 갈 일정은 안되어서 아쉬웠다. 러시아는 가고 싶고 궁금하긴 했지만 유럽 가면서 잠시 가는 정도로 일정 잡았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 덜 추워서 며칠 더 있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푸슈킨 미술관은 다른 유럽을 갔다왔거나 갈거라면 꼭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아머리 챔버랑 트레치야코프정도만 가면 충분할 듯.
국립동양박물관
그리고 아픈 발을 부여잡고 국립동양박물관으로 향했다. 여기는 정보가 별로 없긴 한데 서양에 있는 동양박물관은 어떨지 궁금해서 가보게 되었다. 다른 곳들에 비해 규모는 작았다. 일단 입구 부터가 좁고 티켓창구도 1개였다. 여기는 러시아 시민이 아닌 경우 400루블. 여기 티켓판매하시는 분도 영어 못하긴 했는데 그래도 서로 좋게 잘 의사소통함. 여기는 옷 안맡겨도 들어갈 수 있었다. 당시에 무슨 초딩 단체가 로비에서 난장판을 만들고 있어서 정신도 없고 해서 그냥 들어갔는데 별로 제지당하지 않았다.
관람객이 많은 곳이 아니라 중간중간 조금 무서웠다. 이란 그림 걸려있는데 그 그림들 등장인물이 너무 스모키 아이를 한데다 어둡고 작품 관리인도 관람객도 보이지가 않는 층이 있었는데 거기는 진짜 나갈까 고민했다. 그러다 나중에 사람들이 와서 관람할 용기가 생겨 더 들어가보니 다른 관람객도 있고 관리인들도 있었다. 너무 조용해서 몰랐던 것. 한층 한층은 작은데 총 4개층 정도 된다. 나에게 생소한 북아시아나 서아시아 등 다양한 아시아의 유물들이 있어 나름 볼만하고 재미있었다. 각 나라에 가면 유물들이 더 많겠지만 이렇게 아시아 전반을 다 볼 수 있는 박물관은 가 본 적이 없어서 생각보다 큰 수확이었다. 기대보다 재미있었다. 러시아는 유럽과도 아시아와도 다 연결되어 있다보니 이렇게 다양한 것들이 모인 공간이 가능한 것 같다. 맨 위층에는 한,중,일 유물이 쭉 있었다. 우리나라 섹션이 생각보다 유물 많길래 신기해 했는데 한국 측에서 기증한 거였다. 중국이나 일본유물이 더 많기는 하지만. 여기도 사진 촬영은 불가라 못했고 어떤 나라 있는지 안내표만 찍었다.
이번에 러시아에서는 박물관들에서 재미를 많이 느껴서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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