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이 편한 동선이기도 했지만 사실 아무 생각 없었다가 파리 가기 하루 전에 휴관일을 찾아보니
파리 미술관들은 주로 월/화 가 휴관일 이었다. 오랑주리 보고 원래는 오르세를 가고 싶었으나
휴관일에 맞추어 동선을 짜야했다. 다행히도 붙어 있는 미술관 끼리는 대충 휴관일도 비슷해서
딱히 불편하게 되지는 않았다.
뮤지엄패스로 입장 가능하며
운영시간은 09:00-18:00이고 휴관일은 매주 화요일이라고 한다.
오랑주리도 티켓 없는 줄과 티켓 있는 줄 두 종류이니 잘 보고 줄 서야 한다.
여기는 규모가 많이 크지 않아 티켓있는 라인이었지만 조금 기다렸다. 그런데 줄 서러 가자마자 내가 서있는데 바로 앞으로 중국인 아주머니가 새치기 해서 화가 났다.
그러고 잠시 후 딸과 남편으로 추정되는 사람들을 데려왔다. 뭐라 하려다 이런 걸로 항의 해봤자 시끄럽기만 할 것 같아서 그냥 내가 줄서있는지 모른 것이고 오해이길 바랐다....이건 합리화고
안그래도 더워 죽겠는데 짜증나긴 했다. 그냥 나 혼자 있어서 무시하나 이생각 뿐.
나중에 보니 그 분들 영어도 아예 못해서 뭐라해도 못알아 듣긴 했겠더라마는.
다행히 오랑주리는 줄이 그다지 길지 않아서 대기시간이 짧았다.
여기도 짐 검사 하는데 비교적 간단하게 하고,
내 앞에 서있던 여자애 4명이 한국어로 꺄륵꺄륵 거리며 들어 가는데 검사관이 유쾌하게 안녕하세요! 이러면서 소소한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짐검사 하는데 이렇게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다른 나라들 다 통틀어서 오랑주리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래서 친근한 아저씨네, 해맑은 프랑스인인가 이러고 바로 뒤에 내가 들어가는데
나에게는 친절히 bonjour!라고 해주셨다.
1층에는 모네의 거대 작품들이 있었다.
3면을 둘러싼 작업들을 감상하자니 모네의 작품 속에 들어간 듯 한 기분이다. 이렇게 큰 작품도 있었다니. 여기도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먼저 보았었는데 영화에서는 주인공들만 있어서 이렇게 관람객들과 함께 보니 느낌이 달랐다. 그렇다고 크게 복잡하지는 않았다.
둥근 전시장을 둘러싸고 있는 작품은 정말 멋지다고 생각했다.
지하로 전시가 이어졌다.
여기는 르누아르나 피카소의 작품들이 많았다.
내가 정확히 기억을 못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르누아르의 저 피아노치는 소녀 작품이 비슷한 게 여러개 있는 건지
아님 레플리카가 있는 건지 모르겠는데 다음날 저걸 또 봐서 혼란이 왔다.
진품인건가 내가 잘못본건가 싶었고
그렇다면 여기서 진품인 것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그리고
진짜와 가짜, 원본과 복사본의 차이와 가치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
고등학생때 영어학원에서 선생님이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진짜와 가짜 중 어느 것이 나으냐고.
애들이 몇 명 없긴 했지만 대부분 진짜 라고 답했다. 뭐 사실 대체로 그런 것도 사실이고.
그냥 나는 왠지 그 선생님이 그런 당연한 것을 질문 할 리 없다고 생각했고 그렇다고 가짜가 꼭 낫다고 볼 수도 없어서 어떤 것이냐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그것에 대한 예시를 등 정도로 정확히 알지는 못했지만 내가 세상 모든 것이 진짜가 낫다고 할 정도로
뭔가를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서.
그 가치에 대해서는 아직도 더 많은 생각을 해보아야 할 것 같다.
피카소의 작품들.
피카소의 흔히 아는 입체파 이전 작품들도 있었다.
어린시절 너무 천재라 피카소의 작업을 본 당시 교수이던 그의 아버지가 붓을 꺾을 정도로 잘 그렸다고 한다. 잘 모르는 사람들은 왜곡된 형태나 거친 표현이 그림을 못그려서 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사실 그림을 못그리면 거친 필력이나 자유로운 스타일로 그릴 수가 없다. 그런 감각을 타고난 천재가 아니면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
오랑주리 미술관은 규모는 상대적으로 작지만 즐겁게 여러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치안관련으로는 오랑주리 미술관 앞에는 사인해달라는 집시들이 종종 있는데
한두명이 다니고 사람 많아서 그냥 고개 도리도리 흔들면 두세번 말 하다 감.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다만 영어 할 줄 아냐고 물어보니 그냥 아무 말도 안하는 게 덜 귀찮다. 그 사인 종이로 시야 분산시키고 소매치기 시도 할 수도 있으니 가방이나 주머니 잘 관리해야 한다.
숙소에서 나와 세느강을 따라 쭉 가면 그냥 나왔다. 큰길가에 있고 사람들이 왠지 들어간다 싶은 곳으로 가면 되었다.
여행 계획 초반에는 루브르미술관이 너무 복잡하고 커서 다 보지도 못한다고 하길래 그냥 가지 말까 뭐 모나리자 정도는 굳이 안봐도 되는데 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동선상 미술관들이 다 붙어 있기도 하니 한 번 가보자! 라는 마음으로 아침일찍 갔다.
미술관 운영시간은 월, 목, 토, 일요일 09:00~18:00이고 수, 금요일 09:00~21:45이라고 하며 휴관일은 화요일이라고 한다.
뮤지엄패스로 입장이 가능한 곳 이기도 하다.
도착하니 열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음에도 사람이 꽤 있었고,
세느강 근처에 있는 작은 문을 지나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서 사람들 따라 가니 피라미드쪽 입구가 나왔다.
피라미드 아니어도 입구가 있긴 했지만 그냥 거기로 갔다. 여담이지만 루브르의 피라미드라고 하면 어릴 때 한창 열심히 읽은 다빈치코드가 생각난다. 실제로 보니 사람이 많아서 그런 미스터리함을 느낄 새는 없었지만.
큰 길가에서 보이는 루브르 입구들이 있다.
어떤 노부부가 앞에 가다가 여기서 사진찍고 들어가길래 따라갔다.
상대적으로 한적해서 루브르 아닌가 잠시 생각했었다.
잡상인이 많다고 들어서 긴장했는데 피라미드 방향으로 가는길 중간에 에펠탑 열쇠고리 파는 흑인 1명 보고 끝이었다. 딱히 강매하고 그러지도 않았다.
지하1층으로 내려가는 입장 대기 줄도 생각보다는 많지 않았다.
알고보니 아침이라 그랬던 거였고, 나중에 나올 때 보니 피라미드앞에 사람들이 훨씬 많아졌고 흑인 행상들도 꽤 있었다.
다행히 소매치기는 못봤다.
흑인 행상들 여기는 별로 위협적이지 않다. 그냥 한국에 있는 정도 수준.
이거 싸다, 5개 1유로! 살래? 안필요해? 뭐 이정도. 안산다고 하면 그냥 가고 나중에 생각해보니 가격도 저렴했다.
그래서인지 더러 사는 사람들도 있고. 필요하면 사도 되긴 할 듯.
물 1병에 1유로고 엽서나 드로잉(혹은 프린트?) 이런 것도 팔고 셀카봉도 판다.
루브르 입장하려고 가는데 대기줄이 2개였다.
하나는 티켓 없는 사람 라인, 다른 하나는 티켓 있는 사람 라인.
그리고 여기도 영국과 마찬가지로 입장하면서 짐 검사한다.
그냥 가방 열어서 보여주는 정도였다.
나는 전날 노트르담 앞에서 뮤지엄패스를 사서 티켓이 있으니 그 티켓라인에 섰다.
미리 사놓길 잘 한 것 같았다. 보이는 줄 길이에 비해서 금방 들어갔고 티켓있는 라인이 줄이 더 짧기도 했다.
뮤지엄 패스 살 거라면 루브르처럼 복잡한 곳에서는 안사는 것이 효율적인 것 같다.
그리고 한국에서 검색할 때 보니 뮤지엄패스에 날짜 본인이 쓰기도 하던데 뭐가 바뀐건진 몰라도 첫번째로 쓰는 곳에서 날짜 도장 찍어주니 이름만 쓰면 된다.
그리고 뮤지엄패스 입장가능 미술관이 가끔 변동이 있는지 그 해 5월부터는 피카소 미술관에는 이것으로 입장 불가라고 안내되어 있었다.
단체 관광객들은 아무래도 미리 티켓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티켓 없는 라인이 훨씬 긴 것 같았다.
루브르는 이름 값 때문인지 이 여행에서 가 본 미술관들 중에 단체 관광객이 가장 많았던 것 같다.
미리 루브르에 대해서 뭘 별로 검색 안하고 가서 무작정 한국어로 된 루브르 지도 들고 그냥 아무 관이나 먼저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리슐리외 관이었다.
드농관이랑 쉴리관이랑 해서 총 3관이었고 연결되어 있긴하다.
그런데 리슐리외 관이 제일 한산했기에 먼저 들어갔다.
지나가다 한국인 2명에게 개인 가이드 해주는 분 말이 들리는데 리슐리외 관 저기 보이는 조각들은 모조품이라 예술적 가치는 크게 없다고 했다.
그래도 규모도 크고 한산하니 전체공간과 연결해서 보기는 좋았다.
빠르게 계속 슥슥 작품들을 보면서 위층으로 올라갔다.
슬쩍이라도 다 보고 싶은 욕심에 열심히 걸었다.
무슨 거대 태피스트리도 많이 보았다. 직물이랑 은식기 도자기같은 것들이 전시된 공간은 약간 무서웠다.
사람이 너무 없는데 조명도 엄청 어둡고 커텐도 쳐있어서 무언가 나올 것 같은 분위기였다. 나는 겁이 많아서 사소한 것에도 공포를 느끼기에.
그 와중에도 감상을 놓칠 수 없어 열심히 다녔는데, 거대한 태피스트리들이 엄청났다. 대략 크기가 적어도 5m*7m정도는 되어 보이는 데 페인팅으로 그린 것처럼 명암도 다 있고 구도도 복잡한데 저걸 사람이 어떻게 하지 싶었고 심지어 많았다.
피라미드 건축처럼 신기했다. 비법이 있는 것인지 그저 시간과 노력의 결과인 것인지.
한참 한적한게 신나서 보다가 이제는 그만 회화가 보고 싶어서 다른 전시실로 열심히 올라갔다.
역시나 유명한 작품들 많이 있었지만 여기서는 큰 주목의 대상이 아니었다.
이제 유명한 작품이 너무 많아서 언급하기도 새삼스럽지만.
푸생 코로 밀레 작품들은 그냥 어딜가도 넘치게 있었다.
익숙한 작품들에 왠지 반가움을 느끼며 감상했다.
이 관에도 유명한 그림 많은데 의외로 사람이 없어 이상했다. 루브르가 한적한 날인가 하고
오해할 뻔 했다.
리슐리외 관을 다 본 뒤 옆으로 돌다보면 쉴리관이나 드농관도 나오는데, 다만 미로같아서 좀 열심히 걸어야했다.
안내지도 봐도 뭔지 모르겠어서 그냥 발길 닿는대로 계속 돌고 돌고. 본거 다시 나올때까지 봤다.
루브르는 건물도 예술. 하긴 과거에 궁전이었으니 당연하겠지마는.
천장화 보면서 지나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나름 전시 되어 있는 것과도 관련 있는 천장화도 있고 좋았다.
무슨 이집트 관련된 방 천장화에 무슨 이집트 왕 같은 사람 그려져 있어서
현대에 다시 그린 것인가 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모든 공간이 다 재미있어서 사진으로 다 담아 오지 못한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
이런 이집트 유물들도 흥미롭다.
전혀 프랑스와 영국의 것이 아니지만 이집트 유물은 왜 유럽 미술관/박물관에 널려있는가라는 생각도 들고.
그건 그런데 이집트 안가도 이렇게 많이 봐서 좋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이집트나 아프리카, 아즈텍, 남미 등의 고대 문양이나 미술 등도 꽤나 흥미롭다고도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만큼
다른 나라의 누군가는 한국 혹은 중국/일본의 고대 미술 등도 흥미롭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익숙함과 낯선 것에서 느껴지는 차이겠지.
머리만 둥둥있는 유물들도 있어서
사람 별로 없으면 여기도 나에겐 무서웠을 지도 모른다.
드농관 승리의 여신상 근처에 드디어 다다랐다. 엄청나게 미어 터졌다.
이제서야 마지막 관에 와서야 루브르의 인기를 실감하게 되었다.
어쩐지 사람이 없더라니 거의다 여기에 몰려있는 거였다.
사람들은 작품을 찍지만 난 여기 몰린 사람들을 찍었다.
명화들 중에 이렇게 기괴한 것들 자연스레 섞인 걸 보면 재미있다.
고상할 것만 같은 명화가 아닌 해학적이고 풍자적이고 뒤틀린.
그래서 어릴 때 브뢰겔 작품을 보고 아주 감명받았다.
재미있는 요소가 아주 많아서 명화에 대한 내 편견을 깬 작업이었다.
거의 안보이겠지만 저기 저 멀리에 모나리자가 있다.
가본 사람들이 말하길 관람자들이 하도 많아서 제대로 보기 힘들다더니 진짜 그렇구나 라고 실감했다.
모나리자는 저 옆쪽으로 가서 보면 잘 볼 수 있다. 정면을 보는 건 조금 오래있지 않는 이상 힘들 것 같다. 그래도 이왕 갔으니 최대한 앞쪽으로 가서 보긴 했다.
전에 선생님 중 한 분이 모나리자를 보면서 감명 받아서 눈물이 났다는데 너무 복잡해서 집중하기 어려워 난 그걸 느낄 새가 없었다.
저 사람들이 재미있어서 찍었다. 어떤 하나의 작품을 보기 위해서 경쟁하고
저렇게 열정적으로 몰려들어 넊놓고 본다거나 자기의 카메라에 담고 싶어 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다.
저 열정을 평상시 주변의 미술에도 주면 어떨지.
저건 저 작품을 정말 보고 싶었던 걸까 유명하다니까 나도 봐야 하고 증거 남기려고 보고 찍는 걸까.
이런 저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며 모나리자 찍는 사람들을 찍었다.
저거 넋놓고 보다 소매치기도 더러 당한다니 정신 잘 차려야 할 듯.
나폴레옹의 대관식 이었나 암튼 그런 비슷한 이름의 작품.
그냥 책에서 볼땐 저렇게 큰 작품인지 몰랐다.
실제로 보니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이 작품도 생각보다 훨씬 거대했다.
작은 작품의 섬세함같은 것들도 있지마는 역시 큰 작품의 스케일이 주는 압도감은 다른 것 같다.
안가려가 간 보람이 있었다. 이 미술관과 작품들을 못보고 갔다면 정말 아쉬웠을 것이다.
엄청난 규모이지만 어찌어찌 머리와 눈에 꾸역꾸역 넣고 오니 기분이 좋았고 만족감이 컸다.
사람도 몇몇 몰리는 곳만 제외하면 별로 없어서 감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줄도 티켓만 있으면 거의 안서다시피 하거나 조금만 기다리면 되고.
시간만 많으면 두번 세번 보고 가고 싶었고, 나중에 다른 미술관들 더 다녀오고 나서 느낀 건 만약 세계의 미술관 중 하나만 갈 수 있다라고 하면 루브르미술관을 가겠다 라고 할 것 같다. 적당히 큰 규모에 건축물도 아름답고 다양한 시대의 작품들이 다양한 종류로 전시 되어있어서 하나의 공간에서 여러가지를 다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두번째로 후보는 바티칸박물관인데 회화작품이 생각보다 아쉬웠기에 내 취향으로는 루브르가 베스트였다. 물론 모든 곳이 다 좋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