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공항에서의 귀국, 러시아-그리스-이탈리아 여행의 마무리.
여기 저기 놀러 다닌 이야기/해외 2020. 5. 11. 01:18 |
2019년 3월 초 여행 기록.
이 호텔은 체크아웃이 조금 빠른 편이라 10시 30분까지였다. 너무 일찍 나가도 기차시간이 맞지 않아
딱 10시30분에 데스크로 갔다. 또 암브라와 마무리하며 폭풍 수다를 떨었다. 나는 이제 한국 간다고 이야기 하다 갑자기 한국까지의 비행시간, 암브라의 여행스타일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숙박료 결제를 그제서야 한 뒤 길을 나섰다. 가방 안 맡아줘도 되겠냐고 해서 괜찮다고 기차타기 전에 점심도 먹으려고 일찍 갈거다 라고 했다. 대문 앞까지 데려다주며 서로 허그도 하고 친구처럼 헤어졌다. 이런 살가운 호텔이라니.
수상버스를 다시 타고 산타루치아 역으로 갔다. 일단 시간이 있으니 역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마시면서 좀 쉬고 하다 기차를 타고 로마 테르미니로 갔다.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종점에서 종점이라 나름 편했다. 풍경 구경 쭉 하면서 4시간 동안 갔다. 이탈리아 시골 구경은 실컷 했다. 피렌체까진 역방향이다가 그 이후 정방향으로 바뀌었다. 혹시 연착할지도 몰라서 조금 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예매했는데, 제시간에 도착했다.
테르미니에서 공항버스 타러갔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내가 현금이 1유로 부족했던 것. 잔액 계산을 잘 못하는 바람에. 그래서 카드되는지 물어볼까, 아니면 그냥 공항버스 말고 공항철도를 탈까 하는데 어차피 수수료가 철도타는 것 보단 적게들고 저 짐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없어 지하철은 도저히 못타겠다! 하며 역내 ATM에서 돈을 인출했다. 제일 적은 단위가 20유로였는데, 수수료 3유로인가 나왔다. 그것까진 괜찮았는데 환율이 진짜 안좋았다. 좀 심하게. 23.5 유로가 인출된 건데 한화로 38,000원정도 나갔다. 예전에 도쿄에서도 이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잔액 계산 잘하자 다시 한 번 느끼며 버스정류장 갔더니 피우미치노!라고 외치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길래 바로 타고 잠시 후 출발했다. 그래도 버스 탄 덕에 석양지는 로마를 마지막으로 감상했다.
나는 비행기를 공항 3터미널에서 탑승하면 되는데, 마침 버스가 3터미널 앞에 내려주어 편했다. 일단 대한항공 카운터 번호를 확인하고 가서 수속하고 출국 수속을 했다. 사람이 많은 시간대가 아닌지 여기도 한산해서 다 빠르게 금방했다. 그 시간대에 있던 한국사람들은 아마 같이 비행기를 탈 것 같았다. 시간이 많아서 천천히 면세점 구경도 하고 쇼핑도 했다. 쇼핑이라고 해봤자 리몬첼로 사는 거 였지만. 올리브유도 살까 하고 봤는데 그리스에서 살 때보다 비싸서 하나만 샀다. 그리고 리몬첼로는 큰 병은 종류가 그래도 여러갠데 작은 병은 거의 없고 병 모양도 안예쁘고. 역시 시내에서 예쁜 거 있을 때 더 샀어야했는데. 이래 저래 몇 개 샀더니 진짜 무거웠다. 하필 큰 병 하나는 신전 기둥 모양이라 예뻐서 샀는데 그게 제일 무거웠던 것 같다. 가방에는 노트북이 들어 있어 안그래도 무거운데 들고다니느라 잠시간이나마 힘들었다. 여기는 면세점에서 한번에 쭉 다 고르고 계산하는 곳이 한 군데 였다. 나름 편리한 시스템. 단체로 놀러온 미국 애기들이 많이 정신 없는 분위기긴 했지만.
그렇게 사고 나서 한 층 올라가서 카페있길래 커피랑 샌드위치를 샀다. 샌드위치 뭐 먹을지 고르고 있는데, 주문 겸 계산하는 곳이 뭔가 소란스러웠다. 보니 아시아계 중년 여성 2명이 주문하는데서 자꾸 '노 달라? 노 달라?'를 외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인데다가 여기 달러 안되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그냥 물어보기만 하는 느낌이면 괜찮은데 진상의 기운이 느껴졌다. 일단 유럽에 왔고, 입국하는 것도 아니고 다 여행하고 출국하는데 무슨 달러인건지....그리고 달러도 사실 종류가 많다보니 어느 나라의 달러인 것도 있고...이건 우리나라와서 일본 엔이나 중국 위안 되냐고 물어보는 거랑 뭐가 달라... 그 와중에 발음상의 문제로 직원들이 아예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은 것. 직원들 표정은 썩어가고 주문은 밀리고 나는 왠지 짜증나고 부끄럽고. 이 때도 끼어들까 말까 고민했는데 일단 카드결제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 같길래 가만히 있었다. 괜히 일행으로 오해받을 것 같기도 했고. 그 카드결제 하는 것도 맨처음에 카드는 안되서 다른 카드로 해서 되긴 했다. 요새 화 낼 상황에 화를 많이 참았더니 누가 조금만 화나게 내도 폭발할 자신이 있었다. 일도 그만두었겠다 이미지로 잃을 게 없어서 정말 그들에게 뭐라고 하고 싶었다. 한국 망신 시키지 말라고. 그러고 나중에 커피 받을 때도 한잔 덜나왔는데 계속 말투가 따지듯이 말하고. 진짜 중국인 욕하지 말자. 우리나라 사람들 먼저 돌아봐야겠다 싶었다. 중년 여성이 총 3명이었는데 다들 그런 태도였다. 왠지 내가 미안해져서 주문할 때도 최대한 상냥하게 말하고 감사하다고 많이 했다. 예전에 카페알바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끔 오는데, 한 번은 중국 여자아이들이 여러명 왔다. 그런데 그들이 다들 한국어도, 영어도 못하는 바람에 주문이 아주 힘겨웠다. 중국어로 자꾸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고 답답했던 기억. 그리고 한국에서 출국할 때 카페에서 본 일본인 중년 여성은 카페가서 꿋꿋하게 계속 일본어로 주문하고 이야기함. 일본 동전 내밀며 이거 되냐고 하는데, 그 직원이 일본어 조금은 할 줄 알아서 어쩌어찌 의사소통 하긴하더라. 일본 갔을 때, 영어로 물어도 일본어로 대답해 주는 것까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본 아닌 곳에서도 꿋꿋하게 일본어로 하는 경우 더러 있었다. 이게 국적 문제가 아니라 정말 사람 나름인 것 같다. 그럼 영어는 뭔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모든 언어를 배울 순 없으니 영어라도 해야지.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인 세상, 언젠가는 올까.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한참 놀다가 비행기 탑승했다. 밤 10시 15분에 출발이었다. 이번에도 난 뒤쪽 자리에 앉았는데 여기도 좌석 지정하면서 제발 옆에 누구 없길 바랬다. 나는 가운데 구역 복도자리였고 이 구역은 4좌석이 연결된 구조였다. 그런데 그 라인에 나 혼자였다! 그리고 자리 특성상 내 옆쪽 창측 구역은 비상구여서 좌석이 아예 없어서 더 편했다.내가 뒤에서 두번째였는데 내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그 줄에 혼자였다. 난 그래서 편하게 옆자리에 내 가방이나 다른 짐도 놓고 팔걸이도 다 쓰고 행복해했다. 그런데 내 뒷사람은 비행기 고수인지 나중에 보니 팔걸이 다 젖히고 4자리에 아예 누워서 자고 있었다. 와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편할 것 같긴했지만 차마 따라하진 못하겠더라.
한국에 도착하니 오후 5시정도였던 것 같다. 일단 입국심사는 금방이니까 후딱하고 가방을 찾아 세관신고로 향했다. 작긴한데 주류 여러병 샀으니까. 원래 주류세금 엄청 센 줄 알고 그동안은 한 병씩만 사오고 했는데, 이번에는 당분간 여행 못 갈거라 그냥 세금 좀 내자는 마음으로 여러병 샀기에 처음으로 세관자진신고를 해 보았다. 500ml 2병에 미니어처들 11병 이었다. 미니어쳐는 담당자도 보시고 음? 이게 술이예요? 할 정도. 영수증 보여드리고 뭐가 얼마인지 설명해드렸더니, 자진신고 감면해서 세금 생각보다 얼마 안나왔다. 그 인터넷에서 간의 계산같은 거 해본거보다 덜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 다 잡지는 않는데 몇몇 짐 많은 사람들이 캐리어 스캔하는 거 보긴 봤다. 유럽 직항은 종종 검사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납입하는 서류랑 가상계좌 서류 받아서 집가는 공항버스에서 바로 이체하고 속시원해 했다.
인천공항 2터미널 전에 친구데리러 갔다가 처음와보았을 때도 공항철도랑 역이랑 가까워서 엄청 좋다고 생각했는데, 공항이 덜 번잡해서 출국, 입국 수속도 빠르고 좋았다.
공항 버스 타고 집으로. 베네치아에서 기차로 출발한지 약 24시간 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고 길었다.
여행 후기 종합.
전체 여정
인천 - 러시아 모스크바 3일 - 그리스 아테네 3일 - 이탈리아 로마3일 - 피렌체 3일- 베네치아 3일 - 다시 로마들러서 인천
비행 직항이용 4번
인천-모스크바 대한항공
모스크바-아테네 아에로플로트
아테네-로마 알리탈리아
로마-인천 대한항공
공항-숙소 이동은 모두 공항버스
이탈리아 도시 간 이동 3회 모두 이딸로 기차 이용.
비행과 육로 이동 등 모든 교통 수단 지연 없었음.
총 여행 비용 약 300만원 초반 정도. 항공권 총 4편 120만원에 기차와 공항버스, 대중교통 등 교통비 약 20만원대 였던 듯. 아마?
쇼핑은 술과 엽서 정도만 했고 나머지는 식비, 입장료, 숙박료.
숙박은 모스크바, 아테네, 로마는 호스텔 이용했고 대략 1박당 1-2만원대 였다. 피렌체, 베네치아는 호텔 이용했고 가격대는 피렌체는 평균 1박당 4-5만원 정도이고 베네치아는 1박당 9-10만원 정도 였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비수기라서 가능한 가격대였던 것 같다. 교통비도 그렇고 입장료도 비수기라 대부분 절반정도 저렴했다. 2월 여행 할 만 하다 여겨졌다.
러시아의 겨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꽤 치안이 좋았다.
그리스는 작지만 정감있는 활기찬 관광지의 느낌이었고, 이탈리아는 정말 볼 것들이 다양하고 많아서 왜 전세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가는 지 이해했다.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았던 15일. 귀국하니 또 다시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여행하는 동안 잡 생각도 없고 즐거웠다. 일단 퇴사의 결정적 계기가 된 후두염과 성대결절 완치에 미술관도 원없이 다니고 행복했다. 여행이라는 건 뭔가 물질적으로 남는 건 아니지만, 그 시간과 경험은 정신적으로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이번 여행은 지쳤던 나에게는 특히나 잠시마나 현실에서 벗어나는 시간으로, 머리가 깨끗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러가지 잊고 있던 의욕들도 다시 되새겨지고 영감도 받고 좋았다.그리고 난 혼자 정말 잘 논다는 것도. 외롭지도 않고, 한국음식도 생각 안나고.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충전한 의욕들을 실천해야겠지만. 이라고 결심했었는데 2020년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혼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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