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비람과 필로파포스 언덕, 초고속 아테네 공항 출국 수속
여기 저기 놀러 다닌 이야기/해외 2020. 4. 29. 04:06 |
필로파포스 언덕
소크라테스 감옥
필로파포스 기념비
노부부와 헤매이며 다닌 길
박물관을 나와 그 길로 좀 더 안 쪽으로 들어가면 소크라테스 감옥이 있는 필로파포스 언덕이 나온다. 그 언덕에도 유적지가 몇개 있다고 해서 궁금해서 비바람이 불지만 가보았다. 작은 산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규모. 여기는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그만큼 안내는 잘 안되어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진 않는 것 같고 오히려 개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크라테스 감옥은 산 비교적 입구와 가까웠다. 날씨랑 잘 어울리는 분위기. 그리고 쭉 올라가 필로파포스 기념비를 보러 갔다. 기념비 앞에서 어떤 노부부를 만났는데 나에게 길을 물었다. 이사람들은 근데 진짜로 길 물어보는 거였다. 인적 드문 산인데 종이에 출력한 구글 지도를 들고 있었다. 나는 일단 인터넷은 안되지만 gps로 현위치는 알 수 있고 방향도 알 수 있으니 그들이 가려는 무슨 교회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노부부는 "너도 거기 가려는 거니?" 라고 물었는데 사실 안 갈거였지만 그냥 가려고 했다고 했다. 비바람 부는 날의 야산 원정대.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아서 이리가고 저리가고 조금 험한 길도 가면서 간신히 목적지에 거의 도착! 인 줄 알았는데 무슨 집터만 있었다. 그래서 나와 그들은 "여기에 교회가 있었던 걸까? 그런건가?"라며 웃으며 허탈해 했다. 물론 그 경관은 훌륭했다. 그런데 여기가 아닌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하지 하다가 산책하는 듯한 사람한테 교회 가려면 어느 방향이냐고 물으니 반대 방향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또다시 좀 헤매다가 다른 유적을 발견해서 그거 구경하고 그렇게 같이 좀 다녔다. 다니면서 간단히 서로 어디서 왔고 이런저런 이야기 해보니 영국사람이었다. 어르신들이 혹시나 다칠까봐 걱정했지만 아주 활기차고 귀여우신 분들 이었다. 내 시간 뺏은 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길래 나 시간 많음 이러고 동행하긴 했는데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나는 부츠 신고 발도 여전히 아픈 상태에서 열심히 산을 뛰어다니고. 한참 함께 다니다가 나중에 내가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서 중간에 좀 평탄한 길 나오고 나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아까 제대로 못 본 필로파포스 기념비를 다시 보고 춥고 힘들어서 이제 숙소 가야겠다 싶어 출입구로 향했다. 그 때, 노부부를 다시 마주쳤다. 왠지 반가워서 해맑게 인사했다. 그들은 교회를 찾긴 했으나 이 교회가 아니었다며 다시 안쪽으로 갈거라고 했다. 나는 이 에피소드와 당신들을 기억하고 싶은데, 혹시 같이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고 그들은 흔쾌히 동의하며 각자의 핸드폰에 함께 찍은 사진을 남겼다. 할머니가 파란 우비 입고 있었는데 '어머 사진 찍으려면 이걸 벗어야해' 하면서 우비를 힘들게 벗는데 너무 귀여우셨다. 서로 친절하게 대해 주어 고맙다며 훈훈하게 인사하고 떠났다. 그 동안 우연히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헤로데쿠스 음악당
지나가며 헤로데쿠스 음악당을 평지에서 다시 보고 상점가로 향했다. 이왕 그리스 왔는데 올리브 관련된 거 사야할 거 같아서 플라카 지구의 상점에서 올리브 오일 몇개랑 올리브 포장된 것, 올리브 비누를 샀다. 원래는 올리브 오일만 조금 사려고 했다. 무거우니까. 그런데 직원이 핸드크림을 추천해 주었다. 발랐는데 뭐 좋긴 한데 핸드크림을 5유로 넘게 주고 사고 싶진 않았다. 비싸서 안산다고 하니 저렴한 비누를 추천해주었다. 그건 4개에 3.2유로 길래 살만한 거 같아서 샀다. 올리브유는 250ml가 4.5정도 했던 것 같고 미니 사이즈가 3.5정도 했다. 미니사이즈는 기름 안에 뭐 들어있는 그런 거라 용량 대비 더 비쌌던 듯. 그래서 올리브는 바질같은 거에 절여진 거 샀는데 집에서 먹어보니 좀 짜긴 한데 안주로 괜찮을 것 같았다. 주변에 이탈리아는 많이 가도 그리스는 잘 안가길래 무거울 거 감수하고 물건을 조금 샀다. 원래 여행가면 선물 잘 안산다. 내 것도 남의 것도. 사면 엽서같은거나 미술관 도록 이런거 보통 사고 남의 것은 꼭 줘야하는 사람 것만 산다. 요즘은 해외여행도 다들 많이 가고 해외 쇼핑도 자유로운 편이라 국외 물품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해외여행 선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캐리어 끌고 다닐 때 무거워서 힘들기만 하고. 그런데 아직도 다들 여행가면 뭔가 사오는 분위기가 많았다. 이번 여행 이후에는 당분간 2박3일 이상의 여행은 못 갈거라 물건들을 좀 샀다. 그대신 사용할 수 있거나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기로스, 수블라키
그렇게 살 거 다 사고 숙소에 넣어 놓은 뒤 밥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갔다. 배고파서 고기 많은 것으로 시켰다. 수블라키같은 거 였다. 고기 종류별로 해서 나오고 야채랑 소스랑 피타나와서 먹는 거 였고 8.5유로 정도. 양이 꽤 많아서 가격대비 괜찮았다. 맛있었고. 그런데 주문할 때, 직원분이 뭐 더 필요한 거 없냐 샐러드 같은 거 추천해주는데 안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무슨 미트볼 추천하고... 그래서 감자튀김 그냥 생각나서 주문했다. 알고보니 고기믹스 수블라키에 감자튀김도 원래 같이 나왔던 것. 감자튀김을 아주 많이 질릴 만큼 먹을 수 있었다. 맛있긴 했다. 뭐 심한 바가지는 아닌데 이거 분명 말해줄 수도 있는 거였잖아. 그리고 자꾸 더 시키라고 할 게 아닌게 나 혼자 갔는데, 뭘 더 시킬 상황이 아니었다. 메인 요리가 양이 많아서. 나는 많이 먹을 수 있었고 배도 고픈 상태라서 다 먹었지만 양 적은 사람들은 다 못 먹을 양. 감자튀김 그닥 비싼 건 아니어서 그냥 직원분의 팁을 주지 않는 것으로 소소한 복수를 했다. 그래도 음식은 맛있고 만족스러웠다. 포장 많이 해가는 가게고 이름은 Just Pita였나 그 비슷한 거였다.
그리스 음식들 아주 다양하게 먹어보진 못했지만, 대표적인 것들을 먹어본 감상은 풀과 고기류가 많아 의외로 자연적인 맛이라는 것. 나중에 먹은 이탈리아 음식과 비교하자면 조리를 많이 하지 않고 담백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테네에서의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고 피곤하고 내일 또 일찍 공항으로 가야하니 얼른 짐 정리하고 쉬었다.
아테네 길과 공항버스와 공항
다음날 아침 8시 30분쯤? 체크아웃 하고 나와 신타그마로 다시 공항버스 X95번을 타러 갔다. 내린 곳에서 타면 되고 타는 곳에 버스티켓 판매소도 있다. 일요일 오전시간이라 한산해서 캐리어 끌고 가는 길이 한 결 수월했다. 이번에는 공항버스 탔더니 버스 기사님이 캐리어를 아예 짐 놓는 곳에다 차곡차곡 쌓아주셨다. 공항이나 신타그마에서 수상한 사람 딱히 못봐서 공항버스 탄다고 해서 짐 잃어버리고 그럴 걱정은 별로 안해도 될 것 같았다. 물론 가끔 보긴 해야하지만. 일부러 짐 근처에 앉긴 했다. 한시간정도 쭉 가면 공항에서 내린다. 아테네 공항은 깨끗하고 자그마하다. 내가 간 공항 중에서 2번째로 작다. 첫번째는 나가사키 국제공항. 거긴 거의 고속버스 터미널 정도의 크기와 시설. 짐 검사도 당시에는 스캔하는 기계가 없어서 사람들이 일일이 하고. 입국심사도 뭔가 공항 안같게 했던 신비한 곳. 아테네 공항은 나름 웃긴게 너무 소소해서 그런지 공항 직원들도 수다스러웠다. 출국장 들어가는 곳에서 직원이 가방에 태블릿 있냐고 해서 아, 랩탑 있다고 했다. 꺼내려는데 직원이 그거 삼성? 엘지? 어느거야? 라고 했지만 짜잔.. 꺼내고 보이는 로고는 ASUS....그래서 직원이 웃으면서 음? 이건 한국 브랜드가 아니잖아?라고 했다. 기대를 깨서 미안해. 이런 식으로 다른 직원들도 뭔가 여유롭고 잘 웃는 분위기. 공항 내부에도 사람 엄청 없었다. 전체적으로 한산하였다. 여기서도 셀프체크인하고 공항이 작아서 동선도 짧다보니 생각보다 출국 수속이 너무 빨리 끝나서 간식먹고 놀다가 비행기 탔다.
이번에는 알리탈리아 항공을 이용해 로마까지 갔다. 여기도 연착이나 수화물 분실로 악명이 높다고 했다. 그렇지 제 시간에 출발하고 일찍 도착했다. 2시간 비행이라 잠깐 있으니 도착하는 기분이었다.
지난 아테네를 종합해보자면 유적지가 많고 음식도 괜찮고 물가도 비싸지 않은 편. 바다도 근처에 있으니 약간 적당한 관광과 휴양을 할 수 있는 곳 같다. 그리스 역사와 신화에 대한 것들을 조금만 알고 가면 다방면으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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