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3월 초 여행 기록.

 

이 호텔은 체크아웃이 조금 빠른 편이라 10시 30분까지였다. 너무 일찍 나가도 기차시간이 맞지 않아

딱 10시30분에 데스크로 갔다. 또 암브라와 마무리하며 폭풍 수다를 떨었다. 나는 이제 한국 간다고 이야기 하다 갑자기 한국까지의 비행시간, 암브라의 여행스타일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숙박료 결제를 그제서야 한 뒤 길을 나섰다. 가방 안 맡아줘도 되겠냐고 해서 괜찮다고 기차타기 전에 점심도 먹으려고 일찍 갈거다 라고 했다. 대문 앞까지 데려다주며 서로 허그도 하고 친구처럼 헤어졌다. 이런 살가운 호텔이라니.

 

 

 

 

 

 

 

 

 

 

수상버스를 다시 타고 산타루치아 역으로 갔다. 일단 시간이 있으니 역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마시면서 좀 쉬고 하다 기차를 타고 로마 테르미니로 갔다.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종점에서 종점이라 나름 편했다. 풍경 구경 쭉 하면서 4시간 동안 갔다. 이탈리아 시골 구경은 실컷 했다. 피렌체까진 역방향이다가 그 이후 정방향으로 바뀌었다. 혹시 연착할지도 몰라서 조금 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예매했는데, 제시간에 도착했다.

 

 

 

 

 

 

테르미니에서 공항버스 타러갔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내가 현금이 1유로 부족했던 것. 잔액 계산을 잘 못하는 바람에. 그래서 카드되는지 물어볼까, 아니면 그냥 공항버스 말고 공항철도를 탈까 하는데 어차피 수수료가 철도타는 것 보단 적게들고 저 짐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없어 지하철은 도저히 못타겠다! 하며 역내 ATM에서 돈을 인출했다. 제일 적은 단위가 20유로였는데, 수수료 3유로인가 나왔다. 그것까진 괜찮았는데 환율이 진짜 안좋았다. 좀 심하게. 23.5 유로가 인출된 건데 한화로 38,000원정도 나갔다. 예전에 도쿄에서도 이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잔액 계산 잘하자 다시 한 번 느끼며 버스정류장 갔더니 피우미치노!라고 외치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길래 바로 타고 잠시 후 출발했다. 그래도 버스 탄 덕에 석양지는 로마를 마지막으로 감상했다.

 

 

 

 

 

나는 비행기를 공항 3터미널에서 탑승하면 되는데, 마침 버스가 3터미널 앞에 내려주어 편했다. 일단 대한항공 카운터 번호를 확인하고 가서 수속하고 출국 수속을 했다. 사람이 많은 시간대가 아닌지 여기도 한산해서 다 빠르게 금방했다. 그 시간대에 있던 한국사람들은 아마 같이 비행기를 탈 것 같았다. 시간이 많아서 천천히 면세점 구경도 하고 쇼핑도 했다. 쇼핑이라고 해봤자 리몬첼로 사는 거 였지만. 올리브유도 살까 하고 봤는데 그리스에서 살 때보다 비싸서 하나만 샀다. 그리고 리몬첼로는 큰 병은 종류가 그래도 여러갠데 작은 병은 거의 없고 병 모양도 안예쁘고. 역시 시내에서 예쁜 거 있을 때 더 샀어야했는데. 이래 저래 몇 개 샀더니 진짜 무거웠다. 하필 큰 병 하나는 신전 기둥 모양이라 예뻐서 샀는데 그게 제일 무거웠던 것 같다. 가방에는 노트북이 들어 있어 안그래도 무거운데 들고다니느라 잠시간이나마 힘들었다. 여기는 면세점에서 한번에 쭉 다 고르고 계산하는 곳이 한 군데 였다. 나름 편리한 시스템. 단체로 놀러온 미국 애기들이 많이 정신 없는 분위기긴 했지만.

 

 

그렇게 사고 나서 한 층 올라가서 카페있길래 커피랑 샌드위치를 샀다. 샌드위치 뭐 먹을지 고르고 있는데, 주문 겸 계산하는 곳이 뭔가 소란스러웠다. 보니 아시아계 중년 여성 2명이 주문하는데서 자꾸 '노 달라? 노 달라?'를 외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인데다가 여기 달러 안되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그냥 물어보기만 하는 느낌이면 괜찮은데 진상의 기운이 느껴졌다. 일단 유럽에 왔고, 입국하는 것도 아니고 다 여행하고 출국하는데 무슨 달러인건지....그리고 달러도 사실 종류가 많다보니 어느 나라의 달러인 것도 있고...이건 우리나라와서 일본 엔이나 중국 위안 되냐고 물어보는 거랑 뭐가 달라... 그 와중에 발음상의 문제로 직원들이 아예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은 것. 직원들 표정은 썩어가고 주문은 밀리고 나는 왠지 짜증나고 부끄럽고. 이 때도 끼어들까 말까 고민했는데 일단 카드결제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 같길래 가만히 있었다. 괜히 일행으로 오해받을 것 같기도 했고. 그 카드결제 하는 것도 맨처음에 카드는 안되서 다른 카드로 해서 되긴 했다. 요새 화 낼 상황에 화를 많이 참았더니 누가 조금만 화나게 내도 폭발할 자신이 있었다. 일도 그만두었겠다 이미지로 잃을 게 없어서 정말 그들에게 뭐라고 하고 싶었다. 한국 망신 시키지 말라고. 그러고 나중에 커피 받을 때도 한잔 덜나왔는데 계속 말투가 따지듯이 말하고. 진짜 중국인 욕하지 말자. 우리나라 사람들 먼저 돌아봐야겠다 싶었다. 중년 여성이 총 3명이었는데 다들 그런 태도였다. 왠지 내가 미안해져서 주문할 때도 최대한 상냥하게 말하고 감사하다고 많이 했다. 예전에 카페알바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끔 오는데, 한 번은 중국 여자아이들이 여러명 왔다. 그런데 그들이 다들 한국어도, 영어도 못하는 바람에 주문이 아주 힘겨웠다. 중국어로 자꾸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고 답답했던 기억. 그리고 한국에서 출국할 때 카페에서 본 일본인 중년 여성은 카페가서 꿋꿋하게 계속 일본어로 주문하고 이야기함. 일본 동전 내밀며 이거 되냐고 하는데, 그 직원이 일본어 조금은 할 줄 알아서 어쩌어찌 의사소통 하긴하더라. 일본 갔을 때, 영어로 물어도 일본어로 대답해 주는 것까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본 아닌 곳에서도 꿋꿋하게 일본어로 하는 경우 더러 있었다. 이게 국적 문제가 아니라 정말 사람 나름인 것 같다. 그럼 영어는 뭔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모든 언어를 배울 순 없으니 영어라도 해야지.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인 세상, 언젠가는 올까.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한참 놀다가 비행기 탑승했다. 밤 10시 15분에 출발이었다. 이번에도 난 뒤쪽 자리에 앉았는데 여기도 좌석 지정하면서 제발 옆에 누구 없길 바랬다. 나는 가운데 구역 복도자리였고 이 구역은 4좌석이 연결된 구조였다. 그런데 그 라인에 나 혼자였다! 그리고 자리 특성상 내 옆쪽 창측 구역은 비상구여서 좌석이 아예 없어서 더 편했다.내가 뒤에서 두번째였는데 내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그 줄에 혼자였다. 난 그래서 편하게 옆자리에 내 가방이나 다른 짐도 놓고 팔걸이도 다 쓰고 행복해했다. 그런데 내 뒷사람은 비행기 고수인지 나중에 보니 팔걸이 다 젖히고 4자리에 아예 누워서 자고 있었다. 와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편할 것 같긴했지만 차마 따라하진 못하겠더라.

 

 

 

 

한국에 도착하니 오후 5시정도였던 것 같다. 일단 입국심사는 금방이니까 후딱하고 가방을 찾아 세관신고로 향했다. 작긴한데 주류 여러병 샀으니까. 원래 주류세금 엄청 센 줄 알고 그동안은 한 병씩만 사오고 했는데, 이번에는 당분간 여행 못 갈거라 그냥 세금 좀 내자는 마음으로 여러병 샀기에 처음으로 세관자진신고를 해 보았다. 500ml 2병에 미니어처들 11병 이었다. 미니어쳐는 담당자도 보시고 음? 이게 술이예요? 할 정도. 영수증 보여드리고 뭐가 얼마인지 설명해드렸더니, 자진신고 감면해서 세금 생각보다 얼마 안나왔다. 그 인터넷에서 간의 계산같은 거 해본거보다 덜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 다 잡지는 않는데 몇몇 짐 많은 사람들이 캐리어 스캔하는 거 보긴 봤다. 유럽 직항은 종종 검사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납입하는 서류랑 가상계좌 서류 받아서 집가는 공항버스에서 바로 이체하고 속시원해 했다.

 

 

인천공항 2터미널 전에 친구데리러 갔다가 처음와보았을 때도 공항철도랑 역이랑 가까워서 엄청 좋다고 생각했는데, 공항이 덜 번잡해서 출국, 입국 수속도 빠르고 좋았다.

 

 

 

 

 

 

 

공항 버스 타고 집으로. 베네치아에서 기차로 출발한지 약 24시간 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고 길었다.

 

 

 

 

 

 

 

여행 후기 종합.

전체 여정
인천 - 러시아 모스크바 3일 - 그리스 아테네 3일 - 이탈리아 로마3일 - 피렌체 3일- 베네치아 3일 - 다시 로마들러서 인천

비행 직항이용 4번
인천-모스크바 대한항공
모스크바-아테네 아에로플로트
아테네-로마 알리탈리아
로마-인천 대한항공

공항-숙소 이동은 모두 공항버스

이탈리아 도시 간 이동 3회 모두 이딸로 기차 이용.

비행과 육로 이동 등 모든 교통 수단 지연 없었음.


총 여행 비용 약 300만원 초반 정도. 항공권 총 4편 120만원에 기차와 공항버스, 대중교통 등 교통비 약 20만원대 였던 듯. 아마?
쇼핑은 술과 엽서 정도만 했고 나머지는 식비, 입장료, 숙박료.

숙박은 모스크바, 아테네, 로마는 호스텔 이용했고 대략 1박당 1-2만원대 였다. 피렌체, 베네치아는 호텔 이용했고 가격대는 피렌체는 평균 1박당 4-5만원 정도이고 베네치아는 1박당 9-10만원 정도 였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비수기라서 가능한 가격대였던 것 같다. 교통비도 그렇고 입장료도 비수기라 대부분 절반정도 저렴했다. 2월 여행 할 만 하다 여겨졌다.

러시아의 겨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꽤 치안이 좋았다.
그리스는 작지만 정감있는 활기찬 관광지의 느낌이었고, 이탈리아는 정말 볼 것들이 다양하고 많아서 왜 전세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가는 지 이해했다.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았던 15일. 귀국하니 또 다시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여행하는 동안 잡 생각도 없고 즐거웠다. 일단 퇴사의 결정적 계기가 된 후두염과 성대결절 완치에 미술관도 원없이 다니고 행복했다. 여행이라는 건 뭔가 물질적으로 남는 건 아니지만, 그 시간과 경험은 정신적으로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이번 여행은 지쳤던 나에게는 특히나 잠시마나 현실에서 벗어나는 시간으로, 머리가 깨끗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러가지 잊고 있던 의욕들도 다시 되새겨지고 영감도 받고 좋았다.그리고 난 혼자 정말 잘 논다는 것도. 외롭지도 않고, 한국음식도 생각 안나고.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충전한 의욕들을 실천해야겠지만. 이라고 결심했었는데 2020년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혼란하다.

 

 

 

Posted by jurmie
:

 

 2019년 3월 초 여행 기록.

 

 

 

 

피렌체를 떠나 베네치아 산타마리아 역에 내리니 복잡하긴 한데 코스프레같은 행사가 있는지 다양한 옷을 입고 분장한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 무슨 코믹콘 행사라도 하나 싶었다.

 

 

 

 

 

 

 

 

 

약간의 의문을 뒤로 한 채 수상버스를 타고 리알토 다리에서 내렸더니 사람이 더더욱 미친듯이 많았다. 발 디딜 틈 없이 많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 역시나 가면을 썼거나 아예 제대로 코스튬을 갖춘 사람들이 많았다. 여긴 관광도시라서 이렇게 항상 붐비는 건가? 하며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다른 때는 리알토다리 정류장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3분인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참 걸렸다. 호텔 직원?사장?과 이야기 하다 물어보니 카니발!!이라며 항상 이렇지는 않다고 했다. 하필 내가 간 날이 축제기간 막바지인데다 토요일이라서 가장 많은 날이었던 것이다.

이 호텔은 체크인이 좀 일찍이라 1시부터였다. 그 대신 체크인 시간도 11시로 다른 곳보다 빨랐다.

 

 

베네치아 본 섬 숙소들이 시설에 비해 비싸기로 유명하다고 했지만, 나는 기차타고 메스트레에서 왔다갔다 하기 싫어서 본 섬으로 예약했다. 어쩐지 베네치아가 유독 호텔들이 빨리 마감된다 싶었는데 축제기간이라서 더 그랬나보다. 이 호텔 2박에 160유로정도 했다. 조금 오래된 호텔이고 건물의 한층만 호텔인 작은 곳이다. 그렇지만 여기도 욕실은 새로 공사했는지 새 거 티가 났고 싱글룸인데 침대도 꽤 넓었다. 옷장도 있고. 책상은 엄청 조그맣지만. 입구에서 벨 누르면 문 열어주고 계단 올라가면 호텔이다.

호텔 사장 혹은 직원인 암브라가 날 맞이해 주었다. 내 앞에 체크인하는 사람이 있어서 좀 기다렸다. 이야기를 한참 하길래 아는 사람인건가 하고 쭉 기다렸는데 원래 말이 엄청 많은 거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와서 이야기하는데 나랑도 얘기 한참했다. 호텔 소개와 베네치아에 대한 안내 등등을 해주고 카니발이야기 하고. 내 방에 들어와 대충 짐 정리하고 나갔다. 나가면서 점심먹으러 갈건데 파스타 맛집아냐고 물으니 엄청 적극적으로 알려주었다. 지금 사람이 너무 많으니 조금 덜 복잡한 곳에 있는 곳으로 2군데 알려주고 디저트 맛집도 알려주었다. 디저트 가게에서 꼭 먹어보라며 무슨 빵을 알려주었다. 아주 자세히 알려주어서 그 빵에 들어간 재료도 검색해서 사진 보여주며 거기 건포도랑 무슨 견과류 들어가는데 알러지 이런거 없냐고 물어보고. 정말 친절하고 사교적인 성격이었다. 다만 이탈리아 특유의 영어억양을 넘어 베네치아의 억양인지 열심히 잘 들어야했다. 그러한 발음은 수상버스에서도 들렸는데 예를 들자면 Next Stop is ---이면 넥스트 스토프 이즈 이런 식으로 들렸다. ㄹ,ㅁ발음 이외의 받침은 따로 발음하는 듯 했다. 이야기 하다가 자신의 고충도 토로하며 외국에서 누가 예약하려는데 자꾸 최종결제단계를 안해서 전화로 알려주는데도 자꾸 못한다, 나는 엄청 열심히 설명하는데 엉엉, 이런 일로 매일 전화를 한다 등등. 약간 투머치 이긴한데 나는 시간이 급박한 여행자는 아니다 보니 재미있게 들었다. 축제기간이라 소매치기 엄청 조심해야한다고도 하고.

 

 

 

 

 

 

 

 

 

암브라가 알려준 곳 중 한 곳을 향해 가면서 길 구경도 했다. 베네치아는 길이 워낙 좁고 섬 도시다 보니 본 섬에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아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교통수단은 배만 있었다. 길이 좁아서 미로같고 300여개의 다리가 있다고 했다. 암브라가 헤어지며 길 조심하고 꼭 또 만나자고. 다행히 GPS가 잘 작동해서 길 잃지는 않았다. 다만 켜고 조금 기다려야 정확한 위치가 나오기는 했다.

 

파스타가게는 적당히 사람이 많았다. 오징어먹물파스타를 먹었다. 14유로. 생각보다 짜긴한데 탄산수랑 같이 먹어서 먹을만 했다. 후식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 먹었다. 서비스 차지는 2유로. 베네치아가 해산물이 유명해서 그런걸로 바가지 씌우는 데들이 있다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해산물 파스타가 저렴해서 주문했는데 알고보니 g당 가격이었다거나 그런. 꼭 메뉴판 자세히 봐야 한다고. 다행히 내가 간 중에는 그런 가게를 못 보았다.

 

 

 

 

 

 

 

 

 

 

산책 겸 걸으며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갔다. 가는 길에 다양한 분장한 사람들도 보고. 사진촬영 부탁하면 포즈잡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분장한 채로 공연하는 사람들도 있고. 음악 틀어놓고 춤추거나 직접 음악 연주하거나. 여러명이서 악단처럼 음악 크게 연주하다가 경찰한테 제지당하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 제지당하는데도 패기롭게 더 하자!!우어어! 이런 식으로 관람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베네치아 야경투어

나와서 천천히 걸어 야경투어를 들으러 갔다. 시작점은 기차역 근처라 다시 그 곳으로 갔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근처 둘러보고.
소수정예투어라고 되어 있었기에 몇 명이나 되려나 했는데 총 7명. 적당한 숫자였다. 그래서 여기는 수신기가 따로 필요없었다. 가이드분이 서로 이야기도 하면서 가라고 했는데 정작 그럴 시간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걸어서 조금 둘러보고 수상버스 중간에 2번타고 이동해서 야경들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총 3시간정도 걸리는 코스. 주요 장소들은 다 가는 거였긴 한데 베네치아가 워낙 좁다보니 아까 내가 산책하며 갔던 곳들이 많았다. 그래도 뭔지 모르고 봤는데 설명 들어서 아~이게 그거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워낙 어딜가도 사람이 많았긴 한데 산마르코 광장에서 공연이 있어서 엄청 번잡하고 소란스러웠다. 가이드분 설명이 잘 안들릴 정도. 클럽같은 분위기의 공연이라 흥겨워 보여서 약간 거기서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투어 중이니까 조금만 구경했다. 거기서 개인 시간 조금 주고 다시 투어다니다가 마지막 장소가 리알토다리라서 나는 숙소 가기 편했다. 다른 분들은 숙소가 육지쪽인건지 나중에 가이드분과 같이 다시 수상버스타러 가고 나는 따로 걸어갔다. 마무리하는데 이번 가이드분도 이제 곧 한국 간다고 해서 신기했다. 내가 들은 가이드분들이 다 마지막 투어.

베네치아 가이드분 설명 열심히 해주시고 그러긴 한데 뭔가 나랑 핀트가 안맞았다. 초반에 인트로할 때 간략한 설명하고 나서 질문있냐고 하는데 다들 가만히 있었더니, '네, 하긴 뭘 알아야 질문도 하죠?'하는데 이건 뭐지 싶었다. 따지기 귀찮고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분위기 상 그냥 있었다. 중간 중간에 약간 그런 비슷한 느낌들이 있었다. 설명 열심히 해주고 자료도 여러가지 보여주시고 해서 도움되는 부분 많긴했는데 뭔가 기분이 마냥 좋진 않은. 투어 들어본 적 있는 사람 있냐고 물어서 나만 손들었는데, 로마에서 들었다고 했더니 그 투어는 어땠냐고 하는데 그걸 뭐라고 말해야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사람 많았다고만 했다. 아 그리고 여행과 관광의 차이가 무엇일 것 같은지 묻는데, 여행이 더 큰 범주고 그 속에 관광이 있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왠지 그걸 원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역시나 여행은 여러가지를 알아가며 다니는 거고 관광은 패키지투어처럼 슥슥 보고 하는거 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여행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 취지는 뭔지 알겠는데,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화법을 가지신 분이라는 건 깨달았다. 너무 다른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거나 여행 자체를 처음 왔다는 전제로 하시는 듯? 그렇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베네치아 야경투어는 선택권이 별로 없었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투어자체는 유의미해서 큰 후회는 없었다.

 

 

 

그렇게 9시쯤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베네치아 2일차 아침.

 

 

 

 

 

 

Marchini

다음날은 일요일이었고 오전 11시에 곤돌라를 예약해 두었다. 베네치아가 길이 복잡하니 실제 거리보다 가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아서 1시간30분 전 쯤 나갔다. 일단 어제 암브라가 알려준 디저트 맛집 Marchini 에 갔다. 리알토 다리 근처 H&M 앞인데, 아침부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의자는 따로 없고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서서 먹고 커피마시는 구조였다. 그래서 주문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맛있어 보이는 건 엄청 많았는데 빵 이름들을 잘 모르니까. 직원도 많고 손님도 많고. 한참 눈치보고 구경도 하다가 간신히 주문 성공! 암브라가 추천해 준 둔 빵의 이름을 보여주고 2개 달라고 했다. 서서 일단 한개 먹고 한개는 들고 나가서 먹었다. 음 그냥 한국 옛날식 도너츠 느낌? 튀긴 빵에 설탕이 많이 묻혀진 거였다. 안에 견과류랑 건포도는 조금 있고. 내가 원래 그런 튀기고 설탕 많은 빵을 별로 안 좋아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일단 아침식사 겸 잘 먹었다.

 

 

곤돌라

 

 

 

 

 

 

 

 

 

 

 

 

 

 

길 구경이랑 그 근처산책도 하려고 일찍 나간 거였는데 안 그랬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곤돌라 탑승 예매 모이는 곳이 산마르코 광장 근처라 거길 지나가야 했는데, 그 근처가 다 통제되어 있었다. 사람들로 좁다란 길들이 가득 차 있어 반대로 나가는 것 조차 힘들었다. 초반엔 여유롭게 가고 있었는데 그 때부터 긴박해졌다. 처음엔 길 한두군데만 막힌 줄 알고 그럼 시간도 있는데 조금 돌아가지뭐 하는데 여기도 막히고 저기도 막혀있었다. 그때가 되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나는 조금 많이 돌아가는 길로 가야 할 것 같아 열심히 지도를 보며 그 좁은 길을 뛰었다. 어찌어찌해서 10시 50분에 집결지로 갈 수 있었다. 11시까지 가야했었다. 내 3만5천원 날릴까봐 두려웠다. 나는 혼자간거라 곤돌라 그냥 타려면 비싸니 일부러 단체로 타는 거 신청한 건데 '이걸 못타면 안돼! 베네치아 다시 못올 것 같은데 마지막이야!' 이러면서 절박하게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무사히 타서 다행. 나중에 보니 통제 풀리긴 했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곤돌라 투어는 다양한 국적 사람들이 20-30명정도 모여서 함께 갔다. 한 곤돌라에 5-6명씩 탔다. 거의 2명 단위로 많이 왔고 혼자 온 사람 나 포함 3명. 혼자온 사람들 모여서 타고 다른 모녀해서 이렇게 5명이 같이 탔다. 천천히 베네치아 슥 돌고 큰 바다쪽 한 번 나갔다가 탄 곳으로 돌아오는 코스고 타고 내리는 것 합쳐서 딱 30분정도 걸렸다. 내리니까 11시 40분정도. 인생에 한 번은 타도 좋을 듯. 굳이 2번은 안타도 될 것 같고. 나름 정찰제라고 낮에 80, 밤에 100유로인 것 같았다. 가면서 걸어다닐때는 가까이 못가는 곳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물에 잠긴 바다쪽을 향하는 계단을 보며 예전에는 수위가 더 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이 탄 여자아이가 엄청 귀여웠는데, 막판에 양산을 물에 빠뜨려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다행히 양산이 펼쳐진 상태라 바로 구조할 수 있었다.

 

 

 

 

 

 산마르코 광장과 카니발

 

 

 

 

 

 

 베네치아에서 모두가 마시고 있던 스피리츠

 

 

 

 

 

 

 

 

 

 

 

다음은 베니스비엔날레 터를 향해 갔다. 올해 5월인가 6월에 한다는데 나는 그 때 시간이 안될 것 같아 아쉬운대로 그 근처라도 가보았다. 산마르코 광장 근처의 바다로 가서 그 항구있는 길을 쭉 따라서 가면 되는 단순한 코스였다. 물론 거리는 베네치아치곤 좀 가야했지만. 정말 사람 많았다. 길도 넓은 데 그 길을 사람들이 다 메우고 있다. 물론 코스튬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면축제지만 분장자체도 일종의 가면인지 코스프레 축제였다. 이거 일부러 맞춰서 오기도 힘들다는데 나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비엔날레 대신 카니발이라도 봐서.

 

 

 

 

 

가다가 조금 한산해지는 구간에서 가게에 앉아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 항구 근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이 다들 무슨 주황색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술 같은데 이름을 몰라서 궁금해 하다가 내가 들어간 곳에서도 많이 마시고 있길래, 직원에게 저 오렌지색 음료 무엇이냐 나도 한 잔 주문하겠다 해서 파스타랑 같이 마셨다. 오렌지맛 나는 칵테일같은 거 였다. 이름이 스피릿츠인가 스프리츠인가 그런거였다. 여기는 항구 앞이라 뷰가 좋아서 앉아 있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여유롭고. 마지막 파스타로는 까르보나라를 주문했다. 해산물할까 하다가 그냥 해산물은 한국도 어차피 신선한거 많은데 뭐, 싶어서 그냥 계란맛이 나는 파스타를 다시 먹어보자! 하며 주문했다. 맛은 무난했다. 항구 앞 쪽에 있는 가게들은 전망이 좋은 게 우선이라 맛은 왠지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가격도 너무 번화한데보다는 저렴하고 덜 복잡하고. 파스타 14, 음료 6, 서비스차지 2였다. 평균적으로 보통 이 정도의 가격대 인 듯 하다.

 

 

 

가다가 젤라또 파는데도 있어서 먹었다. 3가지 맛 고르면 4유로. 젤라또 가격은 로마나 피렌체는 보통 3가지맛에 2.5~3유로 정도였고 베네치아는 4~4.5유로 정도였다. 일단 베네치아에서 2번 먹었는데 둘다 맛있었다. 그 피렌체 베키오 다리근처 거기만 빼고는 다 좋았다. 여기서 주문하는데 직원이 하나 잘 못 알아들어서 내가 말한거의 옆 꺼를 줬는데 그것도 엄청 맛있었다. 그거 이름이 어려워서 뭔지는 모르겠고 정확히 무슨 맛이다!할만한 건 없는데 아무튼 맛있었다. 전체적으론 바닐라색인데 초록 시럽같은거 있고 젤리 조금 있는 거였다. 젤리는 안좋아하는 데 크림이 맛있었다. 그리고 개인적 취향이지만 젤라또는 과일계열보단 초코나 커피등의 계열이 더 부드러웠다. 전반적으로 베네치아가 다른 곳 보다 전체적인 물가가 조금 비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게 먹으면서 항구와 바다를 보다보니 평온해졌다. 그 근처는 이미 많이 한산한 상황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곳 인근.

 

 

 

 

 

 

 

 

 

 

 

 

 

 

 

 

가다보니 공원이 보였다. 그 공원 안쪽이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였다. 닫혀있었지만. 살짝 구경하고 나와 다시 바다를 보며 걸었다. 또 공원이 나왔다. 약간 수변공원같은 느낌. 그 근처는 나무들도 많고 공원에서 운동하고 개와 산책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 거주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벤치에 앉아 점점 가라앉는 해를 보여 여유부리고 사진도 찍고 놀았다. 그렇게 한참 사진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뭔가 대화를 시전했다. 대충 내가 사진찍고 있던 저 건너편 섬은 베네치아가 아니라 리도라는 곳이다 라고 하는 듯 했다. 리도 섬은 지도에서 본 적 있어서 대충 알아들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거의 못알아들었다. 무슨 전쟁 이런 단어도 나온 것 같긴한데, 그 할아버지는 이탈리아어로 말하는데 난 모르니까. 그 분은 뭔가 열심히 알려주고 싶어했는데 내가 못알아 듣고 자신도 영어 전혀 못하셨다. 그런데도 열심히 이야기 계속 하시는 패기...의욕은 감사하나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서 난감한 표정으로 대화함. 그리고 그냥 적당히 듣고 웃으면서 할아버지가 Salute라 인사하며 작별. 나도 알아 듣고 싶었어요 할아버지...

 

 

 

 

그렇게 다시 광장쪽으로 이동했다. 조금 가다가 셀카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가면코스프레한 사람이 날 보고는 조용히 와서 내 셀카에 출연했다. 셀카 찍다 갑자기 화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이 나타나서 으악! 놀란후 그냥 웃고는 다시 사진찍고 그 사람은 빠르게 떠났다. 가끔 그런 식으로 와서 소매치기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지만, 일단 이건 나에게는 그냥 웃긴 상황 정도로 끝났다.

 

 

 

 

 

 

 

 

 

 

 

 

 

 

 

 

 

 

 

 

 

 

 

 

 

 

산마르코 광장에 공연 또 하나 싶어 갔더니 이번에는 그 카니발코스튬대회를 하고 있었다.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궁금해서 1등 발표할 때 까지 지켜보았다. 굉장히 다양한 주제로 분장을 해서 옛날식 드레스와 가발, 특유의 화려한 가면부터 슈퍼히어로(주로 아이들이긴 함), 계절, 요정, 펑크, 몬스터, 그 외 영화 캐릭터 들 등 폭넓게 볼 수 있었다. 한 10일정도 한다고 한다. 길 가다 보면 집 테라스에서 나와 퍼포먼스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그리고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고 중/노년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느낌. 그분들은 조금 더 고전 궁중 복식위주로 분장하시긴 했다. 문화가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변하지 않은 나라들은 그렇게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 같다.

 

 

 

 

 

 

 

 

 

 

 

 

 

 

 

 

 

 

 

 

 

1등 발표까지 보고 나서 숙소를 향해 갔다. 가면 샵 같은 곳에 들러 원래 친구 생일선물로 가면을 사줄까 했는데 이왕 살거면 제대로 된 거 줘야하는데 그러면 최소 40-50유로는 줘야할 것 같았다. 여기서 내적 갈등이 시작. 생일선물로 그정도 돈 쓸 수는 있는데 그냥 쓰레기로 전락할까봐 차라리 그 돈으로 쓸모있는 걸 사줘야하나 한참 생각했었다.

그리고 리알토 다리 버스정류장 근처 큰길에 마트가 2개 있는데 거기 가서 저녁먹을거 간단히 샀다. 가끔 물 사던 곳이다. 여기는 물가가 비싸서 마트에서 사도 0.65유로 정도. 저녁으로 먹을 프로슈토랑 생모짜렐라, 와인 하나 샀다. 그리고 그냥 보이길래 쿠키 2박스 샀다. 다 합쳐서 10유로정도. 그 쿠키 친구줬는데, 안에 초콜릿 들어 있었는데 맛있었다고 만족해했다.

마트에서 리알토로 조금 가다가 보면 피자파는 곳이 있었다. 여긴 미니피자였는데 3유로. 여기는 토핑이 좀 있는 피자였는데 맛있었다. 일단 배고프니 저녁을 대충 먹고 나와서 밤거리 한시간 산책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전날은 토요일이라 엄청 나게 사람이 많았고 밤 늦게까지도 활기찬 분위기였는데, 이날은 훨씬 조용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야경을 보았다. 그렇게 쭉 돌고 숙소로 돌아와서 프로슈토에 와인 마저 마시고 잠들었다.

베네치아의 짧은 일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물에 잠기기 전에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기대만큼 좋았던 것 같다. 물 위의 도시라는 낭만이 확실히 있었다. 이탈리아의 도시들 다 나름의 매력이 있었기에 왜 이 세도시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는 지 알 것 같았다.

 

 

 

 

 

 

 

Posted by jurmie
:

 

 

2019년 3월 초 여행 기록.

여행의 출발은 2월에 했지만, 이날 부터는 3월이었다. 봄이긴 하지만 겨울이기도 한 애매한 날씨

 

피렌체에서의 2일이 지나고 3일차였다.

 

 

 

피렌체 중앙시장은 아침8시부터 낮 2시정도 까지만 한다길래, 피사에 가기 전에 잠시 들렀다가 갔다.

 

여러 식재료들을 주로 판매한다고 해서 프로슈토나 치즈 살까 했으나 조금씩 살거면 그냥 마트도 괜찮은 것 같아서 구경이나 하러 갔다. 주변에 가죽 가방들 파는 곳이 엄청 많고 그 사이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면 된다.

 

 

 

 

 

 

피렌체 중앙시장

아침 8시 반쯤 갔더니 2/3정도의 가게만 열려 있었다. 2층의 식당가는 반정도만 영업하고 있는데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육, 채소, 과일, 꽃, 술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보다가 간단한 기념품들 파는 곳에서 리몬첼로 미니사이즈 40ml 3개에 10유로 길래 사게 되었는데, 무슨 우연인지 거기도 일본인이 하는 데고 일본 사람들이 구매하고 있었다. 그때는 피사 가야해서 한세트만 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더 살걸 그랬다. 베네치아에서도 팔긴 하는데 거긴 물가가 다 좀 비싼편이라 이왕이면 여기가 나은 것 같았고 병 모양 종류도 다양했다. 면세에서도 리몬첼로 가격 비슷하고 종류 많다길래 캐리어도 너무 무겁고 해서 다른데서 굳이 안샀는데, 막상 나중에 로마공항 면세점 가보니 큰 병들은 그래도 많고 가격도 10유로 초반이면 500ml 살수 있지만 작은 병들은 팔리니 미니어쳐세트만 있었기 때문이다. 50~300ml 정도로 작은 병들은 중앙시장에서 사는 게 나은 듯 했다. 친구들이 다들 술을 좋아하다보니 제일 쓸모 있는 기념품이 리몬첼로였기에.

 

 

 

 

 

 

 

피사 기차역

 

 

 

 

 

 

 

그렇게 사고 나가다가 음식 파는 곳이 있길래 포장해서 가져갔다. 그게 그 유명한 곱창버거 였던 것 같다. 가져갈 수 있을 만한 음식이 그거밖에 없어서 샀는데 내용물 보니 내장같은 거였다. 그 내용물 맛 자체는 괜찮은데 사고 좀 지나고 먹어서인지 빵이 너무 질겨서 다 못먹었다. 마른 오징어도 못먹는 내 치아는 빵을 제대로 씹기 힘들어 했다. 사람들 많이 가는지 거기도 한국어로 안내가 써있기도 했다. 3.5유로였다.

 

 

 

 

이제 기차역으로가서 트랜이탈리아 표를 사고 피사로 떠났다. 피사에는 피사 Centrale과 피사 S.Rossore 이렇게 두개의 역이 있다. 센트럴 가는게 더 자주 있긴한데 시간만 맞으면 로소르역이 피사의 사탑과 훨씬 가깝다. 그래서 가기 전에 미리 열차 시간 둘 다 검색해보면 좋을 듯. 트랜이탈리아 티켓팅 하는데 여긴 오픈 티켓인지 사도 몇번 열차를 탄다거나 그런 건 안찍혀서 나온다. 미리 어느 열차 타는지 캡쳐해놔서 다행이었다. 열차 타기 전에 티켓에 펀칭도 꼭 해야 하고. 좌석도 자유석이므로 앉고 싶은데 앉으면 되고 2층구조라 자리도 많긴한데 이 기차는 왠지 소란스럽다. 또 일본인들이 내 앞뒤로 더러 앉아서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듣기 싫을 정도는 아니긴 한데 내 옆에 앉은 사람은 좀 가다가 다른 자리로 가버리더라. 나야 혼자 있으니 말 할 사람이 없어서 강제 조용함인데 친구들이랑 가면 좀 말할 수도 있는 거겠지. 평소에도 느끼는 거긴 한데, 나이, 성별, 국적, 인종에 상관 없이 그냥 여러명 모이면 무조건 시끄럽다. 심하게 과묵한 성격이 아니고서야 친구들과 여행가는데 다들 묵언수행 하는 것도 아니고 말 하겠지. 딱히 중국인이 제일 시끄러운 것도 아니고 일본인이 제일 조용한 것도 아니다. 유럽인이나 미국인들도 여러명 있으면 시끄러운 건 매한가지였다. 그냥 그런 소음에 짜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기가 말 안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 듯. 간혹 어르신들이 어린 애들 모여서 지하철이나 이런데서 시끄러우면 막 혼내고 하시지 않은가? 그럴 때 하는 말이 젊은 것들이 예의가 없다 인데, 그런데 중년이나 노년 한국 사람들이 해외 여행지에서든 한국 지하철에서든 엄청 떠드시던데 그건 늙은 것들이 예의가 없는 건가요?

 

 

 

로소르역은 작은 역이다. 내리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리고 출구와 입구가 눈에 띄지 않는다. 표지판 있긴 한데 문 같은게 없다. 그냥 나가면 갑자기 길이 띡 나온다. 3-5분쯤 걸어가면 피사의 사탑에 도착한다.

 

 

 

 

 

 

 

주변에 성당같은 거 있고 관광객들이 많다. 그 앞에 가는 건 입장료 없는데 들어가서 올라가는 입장료 있다고 한다. 이왕 거기까지 간 김에 올라가보는 것도 좋겠지만...나는 겁쟁이라 높은 곳 힘들어 해서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신기하긴 했는데, 일정 바쁘고 그러면 안가도 될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피렌체 근교도 찾아보고 하다가 피사지도에서 무슨 국립공원을 발견했다. 그래서 거길 가기로 결심했기에 피사의 사탑도 보러 간 것. 사탑 갔다가 하루종일 공원에서 놀 생각이었다.

 

 

 

 

 미글리아리노 피사 국립 공원

 

 

 

 

 

 

 

 

 

 

 

 

 

 

 

미글리아리노

공원 이름은 Migliarino San Rossore 미글리아리노 산 로소르. 국립생태공원같은 거였다. 보통 차나 자전거로 많이 가는 곳인데 나는 운전면허도 없고 자전거도 못타고 열심히 걸을 수 밖에. 길 찾기로는 피사의 사탑에서 도보 1시간정도. 이제 여기서 부터 피사의 진면목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길찾기 경로로는 비교적 큰길을 따라 일직선으로 가면 되는데 피사의 사탑에서 쭉 걸어가니 로소르 역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게 글로 쓰면 이상한데 아무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래서 반대편 출구로 나와 조금 돌아서 큰 길로 가서 쭉 가면 된다. 그런데 그 돌아가는 과정에 인도가 제대로 없는 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차들이 좀 쌩쌩 다님. 그래도 곧 인도가 분리된 길이 나와서 열심히 갔다. 거기서부터는 그냥 일직선으로 가면 되어서 아까산 내장버거를 먹으며 주변 주택들도 구경하고 신나게 걸었다. 좀 흙길이었지만. 그게 왜 그렇게 흙길인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사실은 말이 다니는 길이었던 것이다. 가다가 말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몇몇 보이더니 단체로도 말타고 가더라. 그 중 한사람이 손 흔들면서 'Only for ---!!'이러는데 그 어딘가에서만 그렇게 말을 탈 수 있다는 뜻인가 보다. 그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은 약 30-40분 동안 나밖에 없었지만 중간중간 주택도 있고 승마하는 사람들을 종종 있어서 별로 무섭진 않았다. 조깅하는사람 한명 보고.

 

 

 

 

 

 

 

 

 

 

 

 

 

 

 

 

 

 

 

 

 

 

 

 

 

 

 

 

 

 

 

그렇게 쭉 가면 국립공원 입구가 나온다. 다시 쭉 들어가면 무슨 건물들도 몇개 있고 숲이 펼쳐져 있었다. 안내 지도에는 어느 지역에 어떤 동물들이 있는지 나와있고 어디어디를 갈 수 있고 못가는지 나와있는데 못가는 구역이 많았다. 그런데 서식하는 동물들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각종 새와 멧돼지 이런 것들이 다 있는데 개인적으로 들어가는 건 여러모로 문제일 것 같긴 했다. 구글맵에 홈페이지 연동되있어서 미리 보긴 했는데 핸드폰으로 들어갔더니 이탈리아어만 있어서 몰랐는데 나중에 pc로 들어가니 영어버젼이 있었고 예약하는 페이지도 있었다. 혹시 당일이라도 안될까 해서 관광 안내소를 갔는데 하필 딱 점심시간......나름 금요일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고 그래서 일단 갈 수 있는 곳은 가보기로 했다. 비교적 큰길을 따라서 쭉 걸었다. 숲 속에도 들어갈 수는 있는데 생각보다 사슴이 너무 많아서 못갔다. 사슴이 아무데나 막 있었다. 뿔있는 애들이 공격할까봐 좀 무서웠다. 내 발소리 같은게 들리면 일단 사슴들이 날 쳐다본다. 그러다가 나도 쳐다보고 거리가 어느정도 가까워지면 알아서 도망가긴했다. 그런데 건물 근처에 있는 애들은 그런거 없고 1-2미터 앞이어도 쳐다본다. 사슴과 나의 대치상황. 걷다가 숲 속에 있는 애들과 가까이서 마주치게 되었는데 나도 너무 놀랐지만 사슴들이 더 놀라서 마구 도망갔다. 우르르르. 평생 볼 사슴 거기서 다 봤다. 한 100마리는 족히 본 것 같다. 진정한 사파리.

바다는 못가더라도 강은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쭉 끝으로 갔지만 거기도 통제구역. 그래서 다시 반대로 쭉 걸어왔다. 날씨가 좀 흐리다가 중간에 맑아져서 다양한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초반에는 전형적인 유럽스러운 흐린 날의 숲이 느껴졌다면 후반은 햇살이 느껴지는 따스한 숲. 중간 중간 부러진 나무들이 있는데 너무 거대해서 쓰러진 공룡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 공기가 그렇게 안좋다는데 맑은 공기 실컷 마시는 건강 여행이었다. 실제로 여행 오기 직전까지 목이 만신창이라 후두염에 성대결절에 기침하고 난리인데다 약 먹어도 잘 안나았는데, 여행 온 지 2일 정도부터 급격히 나아졌다. 물론 말을 별로 안해서 나은 것도 있는 것 같지만.

 

 

 

 미글리아리노 근처 시골길

 

 

 

 

 

 

 

 

 

 

 

 

 

 

 

 

 

이제 점심시간 지나서 관광안내소에 문의라도 해볼까 고민하다가, 여기서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바다있는데 거기는 국립공원이 아니어서 그냥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걸어서 1시간반인가 2시간정도 거리이긴 한데 못 갈 건 아닌거 같아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때의 날 말리고 싶다. 어차피 그 다음날 베네치아 갈거라 바다 실컷 볼건데 왜 바다에 그리도 집착했는지...차라리 관광 안내소를 갔던가 안되면 그 공원이라도 좀 천천히 보고 피사역으로 갔어야 했다. 이미 인적 드문 길들을 걸으며 들판 보는 게 재미있었기에 생각 없이 길을 나섰다. 쭉 가서 로소르역 가기 조금 전에 좌회전 해서 올라갔다. 그길로 가다가 왼쪽으로 가면 바다가 나오는 거긴 한데...... 이 길도 인도가 없었다. 그러다 말겠지 싶어 힘겨웠지만 길게자란 풀들을 밟으며 열심히 걸었다. 차들이 쌩쌩 다녔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갔을까 20-30분 정도 간 것 같았다. 그런데 중간길에서 그 큰 길로 진입하려던 차가 나를 보더니 진입 직전에 뭐라고 말을 건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무서웠다. 무시하고 걸었고 어차피 그 차는 나를 쫓아올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갔는데, 그냥 길 잃은 것 같아 보이니 도와주려던 거였는진 몰라도 분위기나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다.

 

대학생 1-2학년시절 서울 모 뉴타운으로 이사를 갔는데 너무 초반이라 입주도 많이 안했고 지하철 역 근처가 공사중이고 휑 했었다. 마을버스 타는 곳으로 가고 있는데 한 차가 지나가다 멈춰서 나한테 일산 가려면 이 방향이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저쪽으로 가셔야 한다고 알렸는데, 중년 남성이 나를 태워준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거절하고 마을버스타러 가는데 그 차가 인도 가까이 차를 대려고 했다. 무서워서 후다닥 뛰어서 마을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버스 종점인 곳이라 이미 한대가 정차해있었고 정류소 근처에서 벌어진 일이라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아저씨가 원래 오던 방향으로 쭉 가야 일산인데 굳이 이쪽을 꺾을 필요가 없었는데? 그 즈음부터 꽤 한동안 그 역 근처에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엄마도 종종 당했다고.

 

그런 과거가 떠오르면서 확 공포심을 느낀 나는 어떻게든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할 것 같아 뛰기 시작했다. 그 잡초 무성한 국도 길을. 여기서 중요한 건 난 발이 여전히 아픈 상태였다는 거다. 그때는 발 아픈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살아야 할 것 같았다. 복장이라도 좀 운동복이었다면 조깅으로라도 보였을 텐데 검정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지도를 보니 조금만 더 가면 마트고 있고 집도 있는 구역이 나오길래 거기까지만 버티자 하며 뛰다 걷다 하였다. 가는 중간에 총소리 같은게 계속 들렸다. 시골이고 그 옆이 다 밭 같은거라 사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실수로라도 내가 맞을까 더 무서워졌다. 절박해서 그런지 왠지 숨이 덜 찼다. 조금 인적이 있는 곳이 나와 살았다!! 하고 기뻐했지만 그게 다였다. 거기도 또 인도가 없는 길이였다. 일단 그쪽 방향으로 해서 쭉 내려가면 피사의 사탑이랑 로소르역이 나와서 가는데 차는 아까보다는 덜 다녔지만 사람 안다니는 건 똑같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집들이 군데 군데 있다는 것.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불안해서 사진도 안찍었다. 가다가 피사의 사탑 거의다 오니 드디어 인도가 있는 곳이 나왔다!!! 새삼 인도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 시내, 피렌체로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미리 캡쳐해둔 열차 시간을 보니 로소르역에서 15분 뒤 열차가 있었다. 돌아가는 노선인지 시간이 두배로 걸리긴 했지만 그걸 따질때가 아니었다. 그냥 앉아서 쉬면서 간다고 생각하고 타러가려는데, 이제 길만 건너면 되는데 그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 없었다!! 무슨 막아진 철조망만 보이고. 근처의 지하도로 가야했던 것. 마음은 급했고 길은 어렵고. 그렇게 지하도로 나오니 아까 실수로 들어가서 알게 된 로소르역 입구 근처였다. 다행이다 하는데 너무 갈증이 나서 바로 옆의 큰 마트에서 음료 사고 뛰어서 역으로 갔다. 지하도를 한 번 더 가야 티켓을 살 수 있었다. 후다닥 사니 4시 52분인가 53분. 열차는 55분이었다. 간당간당하게 기차를 타고 드디어 피렌체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4만4천보를 걸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발이 찌릿하게 아팠다.

 

 

 

 

사람들이 왜 피사는 피사의 사탑말고는 볼 게 없다고 했는지는 알겠다. 진짜 시골이라서. 센트럴 역 근처는 안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데 그런 시골풍경이 궁금하고 하면 다녀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너무 차들 많은 국도 가는 것만 아니면. 국립공원 가는 길에 보는 시골 풍경정도면 그렇게 위험한 길 아니고 적당히 한적하고 집들도 있고 평야도 있고 좋은 것 같다. 실제로 그 길 갈때는 기분 엄청 좋았다. 공원도 좋고. 그 공원이 사진 찍기 좋은 공원?이라고도 외국에선 유명한 것 같았다.

 

 

 피렌체 티본스테이크2

 

 

 

 

 

너무 고생한 나에게 티본스테이크 1kg을 보상으로 주었다. 와인 한 잔과 샐러드도. 그냥 역 근처 아무데나 갔다. 샐러드 주문했더니 한 대접이 나왔다. 그런데 거의 다 먹었다. 큰 소금이 뿌려져서 나오는 고기는 질겼다. 그렇게 추천하고 싶진 않은 집. 일단 난 고기 구워먹을 때 후추만 뿌리고 소금간은 안하는데 나랑 취향이 안맞는 가게. 트립어드바이저 평은 괜찮길래 갔는데, 난 그다지. 그냥 힘들었으니 고기를 많이 먹은 데 만족하기로 했다. 지난 번 먹은 가게에서 그냥 2인분 먹었어도 좋았을 듯. 피렌체에서 꼭 티본스테이크 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소고기의 질이 좋다니 다른 육류 요리를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왕 온 거 한 번은 먹어보고 그 다음은 다른 것들 먹는 게 더 보람있을 거 같다는 생각.

 

 

이제 마지막 여행지 베네치아로.

 

 

 

 

 

 

Posted by jurmie
:

 
2019년 3월 초 여행.

 

로마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피렌체로.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ITALO이딸로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갔다.

이딸로 예약은 이탈리아 홈페이지나 한국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가격은 동일한 것 같았다.

미리 회원가입하면 프로모션코드 이런게 나온다는데 나는 급하게 예약한 관계로 그냥 했다.

트랜이탈리아랑 이딸로 이렇게 기차는 두 회사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딸로가 좌석 위쪽에 캐리어도 둘 수 있고 더 최근에 만들어진거라길래 이용했다. 가격은 비슷비슷했다.
깨끗하고 쾌적했던 듯.

 

이탈리아에서 이딸로는 3번, 트랜이탈리아는 피사-피렌체 왕복으로 2번 이용했다. 그 5번 다 연착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딸로 탈때는 다 캐리어 들고 탔는데 도난 위기는 딱히 없었다. 좌석 위에 2번 놓고, 마지막에는 좌석 위쪽이 하필 좀 좁았기도 하고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들어서 올리고 내릴 수 없어 캐리어 놓는 별도 구역에 두었다.

올리는 거 항상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긴 했는데 내릴때는 혼자 내렸고 혹시 내리다가 누가 다치거나 캐리어 망가질까봐 신경쓰였었다. 그래도 도난의 위기에서 안전하니 좋긴 했다. 이딸로는 지정석이고 1,4번이 창가 2,3번이 복도자리였다. 그런 순서로 5,8번이 창가 6,7번이 복도 이런 식으로 쭉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나는 피렌체 갈때는 복도, 나머지는 다 창가여서 바깥구경도 하고 좋았다.

트랜이탈리아도 그렇고 다 좌석마다 콘센트나 핸드폰 충전할 수 있는 USB포트가 있어서 편했다.

내가 탄 트랜이탈리아는 비교적 단거리 이동이고 자주 정차하는 노선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정석이 아니라 자유석이고 2층구조로 된 열차였다. 그리고 좀 더 시끌시끌한 느낌. 관광객이든 이탈리아인이든 3명이상 타면 좀 소란스러웠다. 노선때문인지 뭔진 정확하지 않다. 좀 큰 역에서는 티켓이 있어야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 있고 열차안에서도 중간에 티켓 확인 하니까 예약한 경우 모바일 티켓을 잘 챙겨야한다. 일단 플랫폼 들어가기 전에 있는 전광판으로 탈 열차가 지연되는지 아닌지와 몇번 플랫폼인지를 잘 확인한 후 들어가야 했다.

 

 

 

 

 

 

 

기차역과 호텔 건물의 엘리베이터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내려 숙소로 걸어갔다. 초반에 길이 너무 좁고 공사도 많이 하고 있어서 캐리어 끌고 지나가기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좀 가다보니 점점 사람은 줄고 길은 넓어졌다. 이날부터는 이제 호스텔 끝, 호텔일정 시작이었다. 나름 장단점이 있었는데, 호스텔은 남들이 같은 공간에 있으니 내가 소음 만들까봐 걱정이기도 하고 남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호텔은 이제 그런 걱정은 없다. 그렇지만 너무 조용하고 혼자있어 적막해서 기분이 착찹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남들이랑 같이 10일이나 지냈으니 이제 혼자 지낼때가 되었다. 적막한 기분은 잠깐이었고 곧 적응하니 세상 편하고 좋았다. 호텔 파노라마는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혼자 쓰기에는 적당했다. 평일에는 28유로인데 주말에는 56유로였다. 나는 평일2일에 주말1일을 보냈다. 가격대비 위치나 시설은 괜찮았다. 2층이 리셉션이고 내 방은 3층이었다. 방이나 침대는 작았고 조금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욕실은 깨끗하고 비교적 최근에 새로 고친듯 했다. 유럽은 원래 호텔들 시설은 기대하면 안되는 걸로 유명하니까 이 정도면 괜찮았다. 그리고 여기 테라스가 4층에 있는데 전망이 좋았다. 처음에 호텔 도착했을 때 건물 앞에 호텔이라고 작게 붙여져 있긴 한데 그 건물 전체가 호텔은 아니어서 약간 고민했다. 일단 1층 가운데 쪽으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그 옆에 호텔은 2층이라고 써있었다. 이렇게 생긴 엘리베이터를 베드박스호스텔에서 타봐서 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못탔을지도 모른다. 무슨 문같은게 있고 일단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엘리베이터가 온다. 그러면 안쪽 문이 열려서 불빛이 보이고 그 때 문을 당겨서 열면 아주 작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호텔 직원들 다 친절했다. 열쇠는 외출시마다 맡기고 가야 하니 직원들 마주칠 일이 많았다. 나름 아트인사이드 라는 서브타이틀을 붙인 호텔이라 복도나 방에도 그림이 있었다. 내 방은 캔윗부분으로 만든 샹들리에 같은 게 있었는데 잘 만들어 진 작품이라 얼핏 보아서는 재활용 샹들리에인지 모를 뻔 했다.

 

 

 

 

 

 

 

 

 

 

 

 

 

 

 

 

 

 

 

숙소에 짐 풀고 두오모 성당과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조토의 종탑을 올랐더니 저녁무렵이 다 되었다.

 

그리고 거리 구경을 좀 하다가 피렌체가 고기질이 좋다길래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이건 미리 검색해서 1인분(500g) 파는 곳으로 갔다. 거기서 한국인들 조금 봤는데 음...조금 미묘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뭐 하는지 본의 아니게 좀 들었는데, 어떤 한국인 커플이 들어왔다. 주문을 빠르게 결정했는지 직원이 안보이니 바로 크게 '익스큐즈미!'를 외쳤다. 그래도 안오니까 메뉴판을 들고 직원을 찾아 가기 시작했다. '익스큐즈미, 오더' 이러면서 주문 시작. 주문하는 메뉴들 말하고 나서 마지막에 또 '오더'라고 하는데 ...... 이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유럽의 문화는 그렇게 크게 직원을 부르거나 돌아다니는 게 아닌 걸로 알고 있다. 꼭 그 문화에 따라야할 건 아닐 수도 있지만 다른 식당들 가도 다 똑같은데 뭐지 싶었다. 그리고 영어가...좀 심했다 싶었다. 나보다 좀 어려보이던데 그 때면 다 학창시절에 영어 어느정도는 배운다. 문장으로 간단한 거 정도는 말 할수 있지 않나? 최소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는 발음 좋고 영어 잘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한글 읽는 발음 대로 말하는데 기분이 애매해졌다.

 

아무튼 고기는 한국처럼 부드럽다고 하긴 애매한데 맛있었다. 와인도 500ml도 마시고 잘 먹었다. 고기는 그 티본스테이크라서 뼈 무게 합친 무게라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정도면 혼자서 1kg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기 18유로인가 했고 와인이 6-7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거기에 구운채소도 먹었다.

 

 

그리고 숙소에 가는길에 마트에 들러 간식거리와 내일 아침 먹을 거 사서 들어갔다. 호텔이라 좋은 점은 방에 냉장고가 있어 음식들 보관하기 편하고 먹기도 편하다는 거.

4층 테라스에 들러 야경도 감상하고 맥주도 한 잔 하며 평온한 하루의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은 미술관의 날이었다. 오전에 두오모 성당 잠시 들렀다가 우피치 미술관, 피티 궁전, 보볼리 정원 등을 먼저 갔다.

그리고 조금 걸어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했다.

 

 

 

 

 

 

 

 

 

 

미켈란젤로 광장

원래 계획은 미켈란젤로 광장근처의 피렌체 묘지도 가려고 했는데 보볼리 정원에서 시간보내느라 늦어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미켈란젤로 광장은 올라가는 방향이 여러개인데 나는 계단이 일직선으로 있는 쪽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숨이 찼다. 사람들도 더러 올라가고 있었고 알 수 없는 기부캠페인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왠지 의심스러웠다. 그렇게 계단만 쭉 올라가면 바로 광장이 나온다. 여기가 시내 전경을 가장 시원하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관광객도 적당한 상인들이 있었다. 가운데 다비드 청동상이 있었다. 아직 해가 지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풍경이 선명하게 잘 보여서 좋았다.

 

그래서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풍경구경 천천히 하고 사진 열심히 찍고. 야경은 무리라 판단해 오늘은 일찍 마무리 하기로 했다. 여전히 발병신인 상황으므로 항상 오후만 되면 발과 종아리가 붓고 아팠기에 너무 무리는 안해야 했다. 이미 3만보는 걸었지만.

 

 

 

 

 

 

 

 

 

 

 

 

 

 

 

 

 

숙소로 가면서 피자 사고 마트에서 와인도 사서 들어가서 먹었다. 그냥 길 가다가 보이는 작은 피자가게였는데. 특별히 토핑이 많은 건 아니지만 맛있었다. 특히 바질 피자가. 개당 3.5유로. 한국 피자 2-3조각 정도 크기였다. 여기 처음엔 그냥 피자다 이러고 지나쳤는데, 왠지 다시 생각나서 갔었다. 할아버지 사장님이 손주보는 표정으로 웃으며 대해주었는데, 문제는 나는 이탈리아어를 못하고 할아버지는 영어를 못하셨다. 그래서 잠시 후 젊은 여자분이 주문을 받아주었는데, 이분도 마찬가지로 어린 학생이 혼자 피자사러 와서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chao, bella 라고 인사도 하더라. 백인/흑인이 보기에 동양인은 굉장히 어린아이같아 보인다고 하던데, 이런건가 싶었고 난 이미 30이 넘었기에 그냥 재미있었다. 마트는 숙소가는 길에 아카데미아 미술관 앞에 까르푸 익스프레스가 있었다. 여기서 종종 물도 사마시고 했다. 관광지 근처 상점들에서 물 보통 작은 병에 1유로정도 하는데 이런 마트에서 사면 0.35~0.5유로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었다. 이 마트에 어떤 할아버지 계산원은 내가 외국인이라 신기했는지 웃으면서 이것저것 말걸음. 다른 날에 본 직원은 서로 아예 아무 말도 안하기도 하고. 그 할아버지가 조금 특이 케이스였던 듯.

와인은 마트에 저렴한 거 많아서 그냥 아무거나 먹었다. 한국에서도 단거 빼고 잘 마시는 편이라 굳이 자세히 고르기 귀찮았다. 주변에 와인관련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은 거라고 주는 거 마시면 확실히 맛있긴 한데 물어보기 귀찮다.

마트에서 생모짜렐라도 팔고 산딸기도 있길래 혼자 소소한 만찬을 즐겼다.

 

 

 

 

피렌체 돌아다니기는 실질적으로 끝이고 다음날은 피사로 떠났다. 피사는 여러 의미로 나에게 엄청난 곳이었다.

 

 

 

 

 

Posted by jurmie
:

2019년 2월 말 로마 여행 기록.

콜로세움 갔다 스페인 광장을 지나 다시 쭉 걷고 또 걸어 도착한 보르게세 공원. 적당히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오후 일정은 여기서 다 보낼 계획이었다. 원래는 메디치 빌라 갈까 하다가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다른 보르게세 공원 안에 있는 미술관으로 가보았다. Carlo Bilotti 미술관이 있었다. 여기도 규모 좀 작아보이지만 입장료도 없고 가볍게 볼까 해서 갔다. 분명 휴관일은 월요일이었는데 안열려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전시준비 기간인건지.

 

 

그래서 다음 목적지 로마 생태동물원 Bioparco di Roma에 갔다. 나는 동물을 무서워하는데도 굳이 동물원은 종종 간다. 동물원 동물들은 나에게 가까이 못 와서 위협의 대상이 아닌데다가 움직이는 생물을 관찰하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지도상으로 보아도 규모가 그다지 큰 곳은 아니었지만 유럽 생태에서 있는 동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했다. 일단 비교적 최근에 간 곳은 과천, 도쿄, 홍콩에 있는 동물원이었다.

동물원 입구는 공원 안쪽에 있었다. 입장료는 16유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5시까지. 나는 2시인가 2시반쯤 도착했다. 들어가서 약간 놀랐다. 규모가 크진 않은데 분위기가 자연적이었다. 식물들도 많이 심어져 있고 동물들 공간도 잘 꾸며져 있고 조금 덜 갇힌 분위기였다. 알고보니 나름 생태동물원으로 신경 많이 쓴 곳이라고 했다. 잘 꾸며진 공원을 가는데 동물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너무 생태 동물원이라서 공작새가 막 돌아다닌다. 처음에는 한두마리가 탈출한건가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마치 이탈리아 곳곳에 비둘기가 다니듯 이 동물원에는 공작새 정도는 그냥 방생되어 있었다. 그날 공작새 최소 50마리는 본 것 같다. 안그래도 조류 공포증있는데 이 동네는 비둘기에 이어 갈매기도 막돌아다녀서 간신히 적응중이었는데......이젠 공작새까지. 진짜 무서웠다. 인적 드문 길에는 얘내가 더 몰려다녀서 아예 길도 막아버리는데 ..그것 때문에 파충류관 못갈뻔 했다.

 

 

 

 

 

 

 

 

 

 

 

그런데 파충류관 못갔으면 후회했을 것 이다. 실내에 있는 곳인데 코모도 도마뱀 우리 뒤 쪽에 있었다. 들어가는데 너무 어둡고 무서웠다. 그러나 1차 공간이 나왔는데 붉은 새 무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펜스가 있긴 한데 그냥 낮은 나무 펜스고 쟤내는 새인데? 그냥 천장에만 그물 쳐져 있는 정도라 나에게 다가 올까 무서웠다. 실제로 펜스 위에 올라가 있는 애도 있었다. 다시 돌아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후다닥 다음 코스로 이동. 또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데 다시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중간에 동물 관리하는 직원들이 나타나서 다행이었다. 거길 나가니 갑자기 엄청 더웠다. 악어 서식지 였던 것인데 거기 조경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깜짝놀랐다. 공간이 엄청 예뻤다. 악어원형으로 된 공간에 나선형 계단과 각종 식물들. 가보니 실내에는 관람객들이 몇몇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여러 파충류들을 볼 수 있었다. 개구리랑 곤충도 있었다.

나가면서 다시 다른 포유류들을 보았다. 사슴종류나 코끼리,기린, 원숭이, 사자, 호랑이 등 다양하게 있었다. 겨울이라 수중생물들은 별로 없었다. 백호 실제로 처음 보게 되었는데 꽤 큰 호랑이였다. 숫사자는 계속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해서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았다. 생각보다 다양한 동물이 많았다. 항상 지나치게 덥거나 추울때 동물원 갔었는데 적당한 기후라서 좋았다. 물론 이 나라 치고는 추운날이겠지만.

이 때쯤 혼자 사진 찍는 스킬이 늘어서 이제 뒷모습도 찍을 수 있게 되었던 기념 사진.

 

 

 

 

 

 

 

동물원에서 재미있게 보내고 나와 공원을 산책했다. 걷다보니 자연스레 핀초언덕에 오게되었다. 여기서 보는 경치도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진정한 석양과 야경 스팟이었다.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아서 기다릴 겸 휴식도 할 겸 공원 한 쪽에서 나무 드로잉을 하고 놀았다. 원래 이 여행의 목적은 이런거였는데.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쉬면서 공원 많이 다니고 그림그리고 혼자 놀기. 어쩌다보니 엄청나게 돌아다니기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 해가 지고 있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석양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도 사진찍고 석양을 바라보는데 그 때 하늘 색이 다채롭고 아름다웠다. 갖가지 색과 구름의 조화가 만들어낸 풍경. 포폴로 광장 위쪽에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감상하다가 해가 지고 내려와 걷기 시작했다. 메디치빌라 앞을 지나 쭉 가니 다시 스페인 광장이 나왔다. 거기서 야경 한 번 보고 다시 쭉 내려갔다.
어둑한 골목들을 산책하는 것은 운치있고 즐거웠다.

Posted by jurmie
:

 

2019년 2월 말 여행 기록.

로마 3일차의 아침.

드디어 겉에서는 매일매일 보았던 콜로세움에 입장하는 날.

아침 9시쯤 도착했다. 그 시간에도 사람은 많았다. 외부와 내부에 매표소가 있는데, 외부가 더 빨리 된대서 줄 서 있었더니 직원이 와서 내부로 가서 사라고 사람들에게 안내했다. 그래서 입장하는데 티켓 사는 줄로 쭉 들어가서 짐 검사하고 10분 정도 기다려서 티켓을 샀다. 줄 길어 보여도 생각보다 별로 안기다린다. 입장해서 일단 2층으로 올라가니 내부에 간단히 박물관처럼 콜로세움에 대한 설명과 당시 로마의 역사, 각종 모형들과 유물들이 전시 되어 있다. 아트샵도 있고. 그리고 콜로세움 내부를 쭉 감상하고. 콜로세움은 정말 거대했다. 그렇게 2층을 쭉 한번 돌고 나서 1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감상하였다. 야경투어 때 콜로세움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고, 모스크바 가는 비행기에서 마침 로마 건축과 기술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보아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나 이 곳도 복원 공사가 한창이라 가운데 공간에서 사람들이 뭔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지은 콜로세움. 물론 그 시민은 로마시민 한정이지만. 정말 엄청나고 한편 많은 동물과 사람들이 재미를 위해 죽어간 곳이기도 하고.

 

 

 

 

 

 

 

 

팔라티노

 

 

 

 

 

 

 

 

 

 

 

 

 

 

 

 

 

 

그렇게 관람하니 1시간이 지났다. 이제 콜로세움 통합권으로 갈 수 있는 팔라티노로 갔다. 거기도 줄이 좀 있었다. 한 30분가까이 기다린 것 같다. 여기도 거대한 정원 느낌. 옛 로마인들이 살던 집터 같은 곳이었다. 평지에서 좀 높은 언덕까지 다 올라가 보았다. 폐허와 기둥들이 있고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면 또 폐허와 유적들이 있다. 그리스의 고대 아고라 로마버젼 같았다. 더 크고 더 언덕이 높았다는 게 차이점. 언덕 올라가면 전망도 좋고 정원이나 유적지도 감상하기 좋았다. 언덕 위 돌아다니다가 전망대 비슷한 곳에서 어떤 가족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아빠는 사진찍느라 바쁘고 엄마랑 아기가 기다리고 있길래 아기 엄마에게 다가가 부탁하니 흔쾌히 찍어주면서 여러장 찍어 주었다. 여자아이가 진짜 귀여웠다. 내가 고맙다고 인사하니까 '그럼 내 사진도 찍어 줄 수 있어?'하는데 '진짜? 정말?' 라고 물었으나 아기 엄마가 아니라고 괜찮다며 아기를 말렸다. 아기야 너는 부모님이 찍어주실 거 잖아, 나는 혼자라서... 서로 영어쓰는 거 보니 영어권 사람이었나보다. 그렇게 열심히 구경하다보면 출구가 보인다. 출구로 나가면 베네치아 광장 근처가 나온다.그 쪽 길은 관광객이 많아서 인지 거리 공연하거나 물건 파는 사람들이 더러 있고 낮에는 항상 활기찬 분위기였다.

 

 

 

그렇게 나와서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 쭉 올라갔다. 보르게세 공원과 로마 동물원에 가기 위해서.

 

 

 

 

 

 

 

 

 

 

 

 

 

 

젤라또, 스페인 광장

가다보니 스페인 광장이 나와서 거기도 조금 구경했다. 광장 계단에 앉아 쉬고 간식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로마의 휴일 영화때문에 유명하다는데 기억이 잘 안났다. 그거랑 별개로 광장 위 쪽으로 올라가 보는 풍경이 시원했다. 루프탑에 식당도 있어서 거기서 뭐 먹으며 풍경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에겐 시간이 부족하므로 걸어가며 Venchi에서 산 젤라또나 먹었다. 확실히 젤라또 중에서는 여기게 가장 맛있긴 했다. 로마 보통 2.5유로 정도면 먹는데 여긴 4유로.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Posted by jurmie
:

2019년 2월말 여행 기록.

로마에서 파스타 먹었던 기록 그리고 식당들의 분위기.

바티칸 미술관 근처의 식당에서 라자냐를 먹었다. 아까 줄서고 있을 때, 전단지 나눠주길래 가보았는데 사람들도 꽤 있고 해서 들어갔다. 원래 라자냐 좋아하는데다 본토의 맛을 어떨까 했는데 간이 세고 치즈도 많이 들어가있어서 맛있었다. 평소에 간 세게 먹는 편이라 희미한 맛보단 이게 취향에 맞았다. 가격대는 무난. 라자냐 12유로였나? 서비스차지 1.5유로. 음식도 맛있고 빵 주길래 먹었는데 추가금 따로 없었다. 다 먹고 에스프레소 마시고. 스프라이트랑 합쳐서 총 16.5 지불. 서비스차지 있는데서는 따로 팁 안냈다. 그리고 가끔 메뉴판에 서비스 포함이라고 되어 있는 곳들도 있어서 거기서도 따로 팁 안내고. 보통 서비스차지나 자릿세는 1.5~2유로 정도 했다. 그 이상인 곳은 못보긴 했는데 간혹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식당에서 바가지 씌우기도 한다니 메뉴판 잘 보아야 할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는 팁 낸 곳 거의 없는 듯. 호텔에서만 팁 침대에 두고 나갔다. 1~2유로 정도. 그 식당은 다 관광객들이 있어서 영어 엄청 들렸다. 그리고 일단 그리스부터 시작해서 유럽 식당들은 다 친절해서 대체로 기분 좋았다.

 

 

 

 

 

 

 

 

 

 

 

 

 

 

 

 

 

2일차 바티칸미술관과 스파다 궁전을 관람한 뒤 나오니 이제 나오니 해가 거의다 졌다. 강가를 따라서 다시 쭉 걸어 아까 바티칸으로 갔던 길의 반대로 갔다. 오전에 진실의 입도 지나가긴 했는데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밤의 강가는 그 나름의 낮과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좀 인적이 드물어서 애정행각하는 커플들도 있는데 나보고 조금 흠칫 하길래 못본 것처럼 하고 빠르게 지나가 주었다. 그렇게 쭉 걸어 콜로세움을 지나 숙소로 갔다. 콜로세움에서 큰길 따라서 쭉 15분 정도 걸으면 호스텔이 나와서 길 찾기 편하고 무섭지도 않았다. 길을 잃더라도 콜로세움만 찾으면 숙소는 갈 수 있어 왠지 안심이었다.

 

그렇게 미술관의 날이 끝났고 다음날은 유적지의 날이었다.

로마에서는 원래 가고 싶은 미술관은 더 많았는데 생각해보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도 갈건데 미술관만 너무 돌다가는 뇌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꼭 가야할 바티칸 박물관과 너무 규모가 크지 않고 월요 휴관이 아닌 두 곳만 갔다. 길게 보았을 때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살다보니 미술관에 질릴 때가 다 있다니 신기했다.

 

 

숙소 근처로 가는 길에 무슨 식당이 보이는데 샐러드랑 파스타, 음료 세트에 서비스 포함 12유로길래 들어가 보았다. 앞쪽에 피자 만드는 분이 계셨고 홀은 안쪽이었다. 그런데 홀에서 무슨 음악 공연하는 소리가 나왔고 무슨 행사하나 싶어서 들어가도 되는건가?했다. 알고보니 거기 가게 오너가 일본인이었고 일본인 손님 20-30명의 디너쇼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도 몇몇 있기도 했다. 내가 들어갔더니 그 오너가 일본인인가 싶어 일본어로 말걸다가 아니라고 해서 영어로 대화했다. 일본인 아니라서 그 이후로는 이탈리아 서버가 담당해서 주문해주었다. 내 옆쪽 테이블에 일본 남자애들 4명이 피자세트를 주문해서 먹었다. 일본에 온 거 같았다. 바질파스타세트 주문했다. 샐러드와 와인 포함이었다. 마침 샐러드 먹고 싶던 차에 잘 간 것 같았고, 바질페스토 좋아해서 맛있었다. 우리나라는 하우스와인 주문하면 와인은 이렇게 마셔야 한다며 조금 따라 주는데 여기는 잔 자체는 조금 더 작지만 꽤 많이 따라주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와인은 무조건 수입하다보니 우리나라로 오면 비싸질 수 밖에 없으니 그렇긴 하겠지만. 인테리어가 조금 그로데스크하고 이탈리아 가곡 라이브를 들으며 일본인이 경영하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특별히 고급레스토랑에 간 것은 아니고 다 지나가다 아무데나 간 것이기는 하지만 맛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었다. 여기 말고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것저것 먹어본 전체적인 감상은 한국 파스타들보다 자극적인 맛이다? 짜고 느끼한 느낌. 내 입맛에는 좋았다. 그리고 다 와인이 저렴해서 좋았다.

Posted by jurmie
:

 
2019년 2월 말 여행 기록.

가장 긴장되는 도시 로마. 그 이유는 악명 높은 소매치기 때문이었다.

파리에서도 소매치기가 극성이라길래 치안 안좋은 동네 아예 안가고 파리 도착과 출발 때 이외에는 대중교통도 안탔다. 그래서인지 운이 좋았는지
별일 없었지만 마지막 날 집시떼의 습격을 받았었다. 한 10명정도 모여 있었는데 세느강 근처였고 낮이었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나뿐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때, 그들을 보자마자 뒤돌아가서 다른 길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다행히도 빈 물통이 내 가방을 지켜주었었다. 가방 맨 위에 마시던 물 병 넣어두었더니 집시들이 가방 뒤지려다 물병때문에 실패.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러한 위협 자체를 받지 않았다. 돌아다니다 보니 소위 말하는 사인단은 거의 안보였고, 흑인 팔찌 강매, 꽃 강매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냥 최대한 근처로 안가거나 안산다고 두번정도 말하면 그냥 갔다. 걸을 때 빠르고 당당하게 걷고. 만만하게 안보이려고 매일 풀메이크업하고 옷은 너무 '한국 여행자'같아 보이지 않게 입으려고 노력했다. 해외가면 나라를 불문하고 여행자들 같은 복장이 있다. 꼭 뭐라고 하기 애매한데, 보면 아 저사람은 미국여행자, 유럽쪽 여행자, 아시아 여행자 이런 식으로. 그 중에서도 나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한국 여행자가 매우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냥 내 목표는 국적이 이 애매해보이기? 최소 유학생정도? 보통 일본인이냐고 물어보고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냐고도 물어보았다. 가끔 안털리려면 거지꼴로 다니면 된다고는 하는데, 그렇게 다니면 정작 다른 곳들에서 무시 당할 지도 모르니 차라리 아예 조금이라도 덜 만만해 보이는 쪽으로 갔다. 한국에서 화장 안하고 다니면 불친절함을 몇번 느꼈던 터라 밖에 나갈 때는 가까운 곳도 어느정도 관리는 꼭 하고 다닌다. 외국이라고 다를까? 가뜩이나 동양인들 무시하는데 더 흐릿하게 해다니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가방은 두꺼운 재질인 가죽 숄더백을 메고 다녔다. 백팩은 가지고 있지도 않고 다른 여행용 가방들 메고 다니면 나 여행자입니다 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두꺼우니 쉽게 찢지는 못할 거고 어깨에 걸치고 손으로 손잡이도 잡고 다녔다. 지퍼는 당연히 앞 쪽으로 내가 항상 볼 수 있게 하고, 가방 속에 큰 파우치를 여러개 넣었다. 그리고 파우치 위 쪽에 목도리나 물병을 넣고 다녀서 혹여 열더라도 쉽게 못 꺼내 가게끔.

그리고 지하철, 버스 안타기. 유럽은 각 도시가 좁아서 도시내 이동은 굳이 대중교통을 탈 필요가 없다. 숙소는 공항버스나 기차역 등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정해 걸어다녔다. 소매치기 당한 사람들 보면 대중교통이 제일 위험해보였다. 캐리어 끌고 대중교통타면 아무래도 표적 1순위가 아닌가 한다. 발이 아팠지만 마침 나는 걷는 거 좋아하니까 열심히 걸었다. 그냥 길을 걷고 있을 때는 소매치기 걱정 별로 안했다. 그것도 누가 옆에 있어야 털어가지. 내가 워낙 쌩쌩 걸어다녀서 누가 접근도 안하고 역근처나 그런 곳에서는 눈에 힘 주고 신경쓰고 있다는 티 내며 다녔다.

그리고 비행기나 기차 꼭 낮에 도착하는 시간으로 예약하고. 밤이 위험한 거 같으면 그 때 최대한 안다니는 걸로. 숙소가려면 테르미니역 근처 치안 안좋다는 곳을 지나야 했는데, 낮에는 일단 괜찮았고 밤에는 역근처 길로는 되도록 안다녔다. 일단 숙소 근처 자체는 괜찮았기에 평소에는 다른 길로 다니면 되었고, 공항이나 기차역 갈때는 어쩔 수 없으니 낮에만 다녔다. 그런데 첫날 야경투어 때문에 밤12시쯤 테르미니 26번인가 24번 출구 근처를 지나갔다. 좀 긴장하면서 가긴 했는데 일부러 호텔 쭉 있는 길로 지나가서 그 때 체크인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고 별일 없이 갔다. 핸드폰은 들고 다닐 때도 있고 주머니에 넣었을 때는 꼭 손으로 잡고 있었다. 일단 핸드폰 보면서 걸어다니지는 않고. 확실히 대중교통만 안타도 반정도는 안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적당히 조심만 하고 다녔더니 소매치기나 강도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여행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은 소매치기같은 좀도둑 정도니 조심하는 정도로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조심해도 진짜 악질 만나면 어쩔 수 없긴 한데, 그래도 최대한 예방하면서 여행도 즐겁게 하는 개인적인 생각과 방법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아예 강탈하거나 생명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범죄를 많이 저지르지는 않다보니...돈만 잃는다면 그래도....

생각해보면 나는 한국에서 혼자 여행할 때가 더 위험한 것 같았다. 국내 여행 혼자 다니는 게 더 이상한 일이고 여자 혼자다니면 미친 놈들이 더 쉽게 보고 접근하는 것 같았다. 부산에 가끔 혼자 갔는데 제작년에 바닷가에서 혼자 캔맥주 마시고 있었더니 어떤 아저씨가 말걸길래 피해서 도망갔더니 왜 피하나면서 기분나쁘다고 또 쫓아오는 바람에 맥주들고 뛰다가 거품이 막 생겨서 으아아아 하며 거품길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이 그렇게 없는 곳도 아니었는데 진짜 무서웠다. 혼자 밥먹으러 가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가게 주인이나 직원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일이 종종 있고. 그래도 요새는 많이 나아진 듯.

 

결론은 로마는 인터넷에 퍼진 것만큼 고담시티는 아니라는 거다. 자기가 너무 긴장만 안 풀면 다닐만 한데. 그리고 피렌체 그림사기단 직접 보니 무슨 카멜레온처럼 보호색같은 그림 바닥에 까는 것도 아니라서 넋놓고 주변 구경만 안하면 안 밟을 수 있다. 너무 잘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당하는 사람들 중에 자기가 긴장 안해놓고 당한 사람도 꽤 있는 듯. 진짜 조심해도 당하는 사람은 정말 안타깝지만. 전에도 보면 밤늦게 위험하다고 유명한 지역 갔다가 강도당했다고 파리 절대 가지말라는 글 봤는데 그건 자기가 밤 늦게 그 위험한 곳에 간 것도 문제 아닌가?

 

 

 

 

 

 

 

 

 

 

 

 

 

 

 

 

 

 

 

 

 

 

 

 

 

로마 시내

 

 

 

오후 1시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철도와 공항버스 사이에서 갈등했으나 가방이 너무 무거운데다 캐리어 바퀴 한쪽이 약간 이상해서 잘 안끌어 지는 바람에 공항철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조차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공항버스를 탔다. 3터미널 끝쪽까지 쭉 걸어가면 버스 매표소와 타는 곳이 나왔다. 그냥 버스티켓 아이콘보고 진짜 계속 걸었다. 열려있는 창구에서 편도티켓 7유로. 왕복은 안사서 모르겠다. 왕복권 사는거 별로인 거 같은게 나중에 공항 다시 올 때, 제일 먼저 탈 수 있는 버스 탈 때 사는게 더 나은 것 같아서. 여기서는 카드결제 되는데 나중에 돌아올 때는 버스타면서 현금내고 티켓 사야했다. 한시간 정도 쭉 가서 테르미니역에서 내렸다. 여기도 나중에 내린 곳에서 타는 구조. 버스에서 캐리어 도난 일어난다는데 그런일은 딱히 없었다. 일단 공항에서는 수상한 사람 없었고, 테르미니는 좀 애매하긴 했는데 요새 좀 관리를 하는 건지 암튼 별일 일어나는 거 보진 못했다. 내 캐리어 20KG정도 였는데 그거 들고 뛸 수 있을까. 공항버스의 장점은 바깥이 보인다는 거. 시내 진입해서 콜로세움도 보이고 다른 유적지들 보여서 사람들 모두 사진찍고 우와아 하며 쳐다보았다. 안답답해서 좋았다.

 

내려서 열심히 걸어 프리호스텔 로마로 갔다. 이번 로마에서의 숙소. 여기도 건물 전체가 호스텔이었다. 초인종 누르면 대문 열어준다. 들어가서 한층 내려가면 데스크랑 공용공간들 있고 위층들이 방이었다. 여기도 깨끗했고 6인실 예약했는데 욕실겸 화장실이 방마다 있었다. 그게 편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데, 방에 있으니 샤워도구 이런 거 가져다니기도 편하고 공간이 좀 되니 답답한 건 없는데 너무 밤늦게나 아침일찍 샤워하면 소음이 너무 발생되니 좀 신경쓰이는 거 정도? 여긴 아예 커튼이 아니라 캡슐처럼 칸막이로 개인공간을 확보하고 열쇠로 잠글 수도 있다. 그 열쇠는 개인 사물함 열쇠와 같은 거였고 이 사물함 역시 캐리어 들어가는 사이즈였다. 와이파이는 접속해서 자기 개인계정 만들면 그걸로 로그인해서 사용하면 된다. 유럽은 코드모양은 같은데 전압이 약간 달라서 혹시 문제 생길까봐 변환기 사용했다. 일정 중 호스텔은 여기가 마지막인데 간 곳 중 여기가 가장 좋았다. 2층침대 계단도 가장 안정적이었고.

 

 

Posted by jurmie
:

 

 
2019년 2월 중순 여행 기록.

 

 

추운 러시아를 떠나 상대적으로 따뜻한 그리스에 도착했다.

 

내리자마자 따뜻함이 느껴져 기분이 좋았다. 날씨도 좋고. 우리나라 봄 날씨 정도.

 

 

 

 

 

 

 

 

아테네 공항버스X95번을 타러 게이트를 따라 쭉 걸어갔다. 표지판보고 버스그림 따라서 정말 끝까지 가야했다. 작은 매표소에서 6유로 주고 티켓을 구매했다. 여긴 현금만 가능하다고 한다. 버스는 20분 정도에 한대씩 오는 듯 했다. 나는 신타그마에서 숙소를 걸어갈 계획이었다.

 

버스가 오자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르르 탔다. 종이티켓을 교통카드처럼 태그하면 되는데, 무슨 초록색 불빛이 나오면 된 것. 버스가 길게 2개 합친 것 정도의 길이였다. 짐 두는 공간 있기는 한데 다른 사람들이 이미 놓아서 내가 놓을 곳이 애매해서 그냥 마침 자리 난 김에 내가 잡고 갔다. 1시간정도 가면 신타그마역에 도착한다. 다른 구간에서는 금방 가다가 시내에서는 차가 좀 막힌 듯.

 

일단 아테네 공항에서 내렸을 때 부터 소매치기에 대한 걱정을 시작했다. 캐리어 들고 있을 때가 가장 위험하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가방 지갑 핸드폰 잘 체크하고 있었다. 신타그마에서 내려서 일부러 너무 초반부터 헤매는 티 내면 안될까봐 대충 방향만 보고 일단 조금 한산한 곳 까지 걸어가는데 반대방향이었던 것이다. 많이 돌아간 건 아니라 다시 방향 잘 보고 길 외워서 중간 중간 체크하며 숙소까지 잘 도착했다. 캐리어는 무겁고 길은 좁고 울퉁불퉁해서 힘들었다. 짐 없으면 도보 15분정도 거리?

 

 

 

 

 

 

 

숙소는 아테네 베드박스 호스텔. 여기는 건물 전체가 호스텔이었고 큰길에서 조금 들어오는 골목. 주변이 을지로 느낌이었다. 수도나 배관 관련 자재 판매하는 가게들 쭉 있는 사이에 있었다. 딱히 위험한 건 없고 그냥 조용했다. 여기도 이전과 마찬가지로 개인 커튼과 콘센트가 갖춰져있었다. 방문은 카드키로 열어야해서 방을 나갈 때 잊지 않고 꼭 가져다녀야했다. 개인 사물함도 사용가능한데 거기에 쓸 자물쇠도 대여해주었다. 그 사물함은 꽤 커서 어지간한 크기의 캐리어를 넣고도 남았다. 그래서 혹시몰라 가져간 자전거용 체인 자물쇠는 쓸 일이 없었다. 와이파이도 잘 되고. 다들 활동 시작 시간대가 달라서 딱히 번잡하지 않았다. 직원들이 다 너무 친절했고, 여기는 러시아와 달리 서로 인사도 좀 하고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이 많았다. 내 위층 침대에 중국인이 있었는데 대화하다가 보니 독일에서 넘어오면서 여권을 잃어버려서 자긴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심지어 자기가 잃어버린 건지 훔쳐간건지도 잘 모르겠다고. 해맑게 웃으면서 이야기하는데 나름 대단하다고 느꼈다. 중국에서 여행온건지 아님 독일에서 유학하다 놀러온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중에 의문을 느낀게 한국은 대사관가면 여권 빠르게 만들어 준다고 들었는데 중국은 다른 건가?

그렇게 서로 인사도 하는 분위기라서 러시아 때처럼 부담스러운 조용함이 아니라 약간의 소음이 편안했다. 그래서 인지 잠도 더 잘잤다.

 

 

 

 

 

 

 

 

 

 

 

 

일단 체크인하고 바로 캐리어를 사러 나갔다.

어디서 파는지 잘 모르겠지만 상점 많은 곳으로 가면 되겠지 싶어서 모나스트라키 쪽으로 갔다. 숙소에서 걸어서 5분정도 거리인 상점가인데, 그 광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방들 파는 곳을 발견. 적당한 크기와 가격대라서 바로 샀다. 기존에 가지고 온 것보다 약간 컸고 이번엔 지퍼형이니까 그렇게 어이 없이 잠금장치가 빠질 일은 없을 것 같았다. 택에는 65유로라고 되어 있는데 주인아저씨가 50유로로 할인해준다고 너무 좋은 가격이라고 하는데, 뭐 원래 50유로 인 것 같긴 했지만 상관없었다. 굳이 더 깎을 마음은 없었고 적당한 가격인 것 같아서. 사서 일단 기분이 좋았고 짐을 새로 싹 정리 한 뒤 아테네를 구경하러 나섰다.

 

 

 

 아테네 골목 사이

 

 

 

 

 

 

 

 

 

 

 

 

 

 

 

 

 

 

 

 

 

 

 수블라키

 

 

 그리스식 샐러드와 맥주

 

 

 

 

이미 오후3시 반이 넘었고, 겨울 비수기 시즌이라 유적지나 박물관들이 2시30분~4시30분 사이에 많이 닫는다고 해서 이날은 그냥 거리 산책하고 내일 갈 곳들 위치 탐색도 하고 저녁이나 맛있게 먹자라고 생각했다.

 

아테네는 관광객이 정말 많았다. 객관적인 숫자라기 보다는 비율적으로. 길이 대체로 좁고 도시 자체도 작은데 관광객들이 가득했다. 내가 보기에도 백인관광객이다!하는 사람들이 대다수. 여기도 아시아인이나 흑인은 별로 없었다. 러시아에 있다 가서 그런지 아주 활기차보였다. 걷다가 보니 내일 갈 유적지들이 알아서 등장해주어 자연스레 가는 길도 익혔다. 도시가 작고 주요 관광지가 몰려 있어서 길 잃더라도 적당히 가다보면 다시 길을 찾는 게 어렵지 않을 것 같았다. 건물 곳곳에 그래피티가 넘쳐 났다. 아테네는 좁고 고대 유적들도 많지만 사이사이에 낙서들과 식물들이 가득한 거리가 많았다. 흑인 팔찌 강매나 꽃강매는 주요 유적지 2-3군데 앞 정도에서만 보았고 다른 곳에서는 못보았다. 길 다니면서 치안 수준도 보는데 딱히 내가 당하지도 남이 당하는 것도 못 보았다. 해지고 나서도 관광객들이 많이 다니는 길은 별로 안 위험했다. 밤 아주 늦게는 안다니긴 했지만 우범지대나 그런 곳 아니면 한 10시쯤까진 괜찮은 것 같았다.

 

좀 걷다가 6시쯤 아크로폴리스 있는 길 옆 쪽에 있는 식당에서 수블라키랑 맥주 한잔 했다. 수블라키는 가격대비 너무 조그맣게 나와서 좀 그랬는데 그냥 맛있긴 해서 먹었다. 12유로에 1줄 이라니. 그거 먹고 조금 부족해서 그릭 샐러드 6.5유로 정도에 맥주 한 잔 더 마셨다. 맥주는 처음엔 알파 1병 마시고 그 다음엔 생맥주를 추천해주길래 마셨는데 생맥주가 좀 더 맛있었다. 약간 단 향 나는 맥주였다. 내가 좀 천천히 먹어서 오래 있다보니 테이블 직원이랑 대화를 좀 하게 되었는데 여기서 에피소드가 시작되었다.

유럽 쪽이 다 그렇듯 서빙직원들이 말을 많이 거는 데 처음에 이름 뭐냐 어디서 왔냐 혼자왔냐 등등 묻고 맛있냐고 물어보고는 정도 였다. 샐러드 추가 주문 했더니 무슨 보드카 같은 걸 주면서 그리스 스피릿이라고 했다. 향이 독특한게 맛있었다. 아마 그리스 보드카로 우조인 것 같았다. 도수 셀거 같아서 조금 씩 마시고 그렇게 이야기 조금 하다가 막판에 8시다되갈 때쯤 자기 9시에 퇴근하는데 같이 술마시자고 했다. 거절하고 싶으면 해도 된다고 하긴 했다. 그래서 나 내일 일찍 일어나야해서 안될거 같다 하고 조금 이따 계산하고 갔다. 타지에서 무슨일 있을 줄 알고 같이 안마실 생각이기도 했지만 나이도 나보다 최소한 열살은 많아 보였는데 내가 왜 굳이? 그리고 이미 혼자서 노느게 너무 재미있어서 다른 사람과 대화할 필요도 없었다. 그래도 뭐 에피소드 하나 생겼네 이렇게 생각할 정도였다. 이럴때는 러시아가 생각났다. 다들 쓸데없는 말 안 걸어서 편했는데.

 

 

 

 

 밤의 아크로 폴리스

 

 

 숙소 근처. 을지로 골목 느낌.

 

 

 

그렇게 숙소로 돌아와서 얼른 쉬었다.

비수기라서 유적들이 일찍 닫으니 아침부터 부지런히 돌아다녀야 했기 때문이다. 이 동네는 유적이나 미술관이 아침 8시 30분부터 여는 곳이 많아서 그 때 가려면 늦어도 7시에는 일어나야 했다.

 

 

 

 

 

 

 

 

 

그렇게 다음 날 무사히 일어나 야외 유적지의 날을 시작했다.

 

 

아크로폴리스부터 시작해서 고대 아고라, 제우스신전, 자피온 근처의 국립정원을 갔다가 리케이온갔다가 아테네 묘지가고 신타그마에서 버스타고 수니온을 가서 석양을 보고 오는 빡빡한 스케쥴이었다. 분명 이 여행을 시작할 때 여유롭게 다니려고 했는데 사람 욕심이 자꾸 이것도 가고 저것도 가야해!가 되어버렸다. 게다가 그 다음날은 비가 온다고 하길래 이날 야외 스케쥴은 다 끝내야 했다.

 

 

 

계획대로 8시 30분 정도에 아크로폴리스에 도착, 통합권 30유로를 구매했다. 위치는 지하철 아크로폴리스 역 앞이고 맞은 편에는 아크로폴리스 박물관이 있다. 일단 그리스로 넘어와서 기뻤던 점 중에 하나는 영어가 잘 통한다는 것. 새삼 영어의 소중함을 느꼈다. 영어를 써도 다들 친절하게 영어로 대답해 준다는게 이렇게 감격적일 줄이야. 물론 그리스도 그렇고 다른 유럽도 발음은 그 나라 식으로 하기 때문에 약간 신경써서 듣긴 해야한다. 말하는 나도 신경써야 겠지만.

 

 

 아크로폴리스

 

 

 

 

 

 

 

 

 

 

 

 

 

 

 

 

 

 

 

아크로 폴리스는 작은 산을 등산하는 기분으로 다녔다. 중간 중간 계속 유적지가 나오는 동선이고 맨 꼭대기에 파르테논 신전을 비롯한 메인 유적들이 있다. 신전 말고도 다른 유적들이 많이 있어서 흥미롭고 신화의 나라 라는 명성에 걸맞는 곳이었다. 아침부터 신난 상태가 되어 발 아픈 것도 잊은 채 열심히 걷는 원동력이 되었다. 생각보다 유적들은 다 거대했고 볼 것도 많았다. 다른 사람들의 여행기 중에 그냥 돌덩어리들 몇개 있다는 식으로 표현된 것도 보았는데, 형태가 제대로 갖춰진 유적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음악당, 극장, 신전, 자연 등이 적당히 어우러지며 적당히 파괴된 상태였다. 아크로폴리스가 원래의 형태를 가지고 있다면 어떤 모습인 걸까 하고 상상 해보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걸 몇천년 전에 어떻게 지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리고 파르테논 신전 근처에서 보는 아테네 경치는 사진에 다 담을 수 없는 시원한 풍경이었다. 굳이 따로 더 높은 곳에서 경치를 보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복원 작업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인지 어딜 가도 복원 중인 흔적이 있었다. 기차 철길 같은 게 있던데 복원 공사를 위해 설치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로만 포럼

 

 

 

 

 

 

그렇게 올라온 곳의 반대편으로 내려가다보면 후문이 나오고 그곳에서도 입장하는 단체 관람객들이 많았다. 거기도 티켓구매는 가능했다. 그렇게 내려와서 길을 따라 쭉 걷다보면 로만 포럼이 나온다. 여기도 통합권으로 입장 가능한 곳. 여기 주변에 흑인 팔찌강매가 몇몇 있는데 그냥 안산다고 하고 지나가거나 멀리서도 보이니까 그 사람들 하고 조금 떨어져서 걷기만 하면 별 문제 없었다. 아침 일찍이라서 내가 갔을 때는 별로 없기도 했고. 여기는 사실 밖에서도 다 보이긴 하는데 그래도 가까이서 보고 싶었다. 여긴 형체가 제대로 있는 건 별로 없어서 인기있는 장소는 아닌 듯 했다. 그래도 그냥 그 분위기가 좋았다. 시각에 따라 폐허이냐 유적의 잔해이냐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여기서 작은 2차 에피소드. 사람이 별로 없는 작은 유적이었는데 내가 들어오고 나서 어떤 동아시아계 남자가 들어왔다. 그러다가 자꾸 나를 주시하더니 중국어로 뭐라 하는데 중국인이냐고 물어본 것 같았다. 그런데 그 순간에 나도 모르게 일본어로 이이에 라고 말해버렸다. 그냥 귀찮아서 그런 것 같다. 그랬더니 가더니 잠시 후 다시 와서는 영어로 일본인이냐 묻길래 거짓말하긴 좀 그래서 아니 남한에서 왔어 라고 하며 대화가 시작. 난 혼자 다니는게 지금 좋은데 이 사람이랑 대화하다가는 동선도 겹쳐서 왠지 같이 다녀야 할 것 같은 위기감에 철벽을 시전했다. 혼자 왔어? 응 / 여기 며칠 있어? 4일 대략 이런 식으로 단답하고 별로 안쳐다 보고 했더니 적당히 멀어졌다. 아 다행이다 ! 하는데 비슷하게 그곳을 나와서 고대 아고라로 가게 되었다... 아무래도 효율적인 동선이 정해져있어서 어쩔 수 없는 상황. 그래서 할 수 없이 나는 일부러 길을 돌아서 갔다. 다행히도 고대아고라는 넓어서 거기서는 마주치지 않을 수 있었다.

 

 

 

고대 아고라

 

 

 

 

 

 

 

 

 

 

 

 

 

 

 

 

고대 아고라는 과거에는 광장 겸 시장이었다는데, 현재는 좀 거대한 정원같은 느낌이었다. 곳곳에 유적들 신전 있고 식물이 아주 많았다. 산책하는 기분으로 다니면서 식물들을 관찰했다. 나는 여행다니면서 평소에 실제로 많이 보지 못한, 그 나라의 기후에서 자라는 식물들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이 나라에서 만들어지는 예술품과도 그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비교적 따뜻한 남유럽 나무들의 특징적인 생김새가 있는게 그건 회화작품에서 많이 볼 수 있어서 '이 사람들의 나무 표현이 그렇게 생긴 나무를 보았기 때문이구나' 라고 이해할 수 있듯이. 그리고 한적하고 입장료도 있는 곳이라서 사람들 안지나 다닐 때, 삼각대 대신 의자나 돌 위에 물병으로 핸드폰 고정시키고 전신셀카도 찍었다. 처음에는 각도나 포즈 잡는게 조금 어색했는데 몇번 연습해서 익숙해지니 할 만했다. 누가 소매치기일지 몰라 사진찍어달라고 묻기도 좀 조심스러워서 많이 부탁하지 않았기에 나름 몇 안되는 소중한 전신사진이었다. 누가 보면 혼자서 뭐하는 건가 싶겠지만 또 볼 사람들 아니니까. 하다보니 그냥 소매치기 없을 것 같은 공간이면 종종 찍곤 했다. 나름 그렇게 혼자 노는 재미를 하나 더 찾게 되었다.

 

아고라 안에 박물관도 있는데 힘들어서 거긴 안갔다. 박물관은 내일 다른 곳들도 갈거니까. 그리고 아고라 근처에 기찻길같은 것도 있고 카페나 식당도 많이 있다. 그렇지만 빡빡한 일정이므로 얼른 걸어서 제우스신전으로 향했다.

 

 

 

 

 

 제우스 신전

 

 

 

 

 

 

 

 

 

 

제우스신전은 신타그마 광장에서 조금 더 내려가면 있는데 입구는 큰길에서 조금 뒤편으로 가야한다. 자피온 맞은 편이라고 보면 된다. 그리스 유적 대부분이 그렇 듯이 신전의 형태는 온전하지 않다. 많이 부서져 있고 복원 중인 듯 하다. 그렇지만 이 신전이 과거에 어떤 규모이고 형태였는지 유추가 가능하기에 그걸 상상하면서 보았다. 날씨가 좋아서 신전 주변 잔디에 사람들이 앉아서 휴식도 하고 여유로운 분위기 였다. 나도 앉아서 조금 쉬고.

 

신전들은 다 멀리서 보았을 때와 가까이서 보았을 때의 느낌이 달랐다. 특히 가까이서 보면 더 거대함이 느껴졌다.

 

 

 

 

 

 

 

 

 

 

 

 

 

 

 

할아버지가 시켜서 찍은 자피온, 그리고 그 옆 국립정원

 

 

이제 다음 방문지인 국립정원을 향해 갔다. 바로 옆이라 금방 가는 곳인데 여기서 또 에피소드가 생겨 시간을 지체하게 되었다. 제우스 신전에서 나와 정원 방향으로 조금 걸었을 때였다. 지도를 다시 한 번 확인 하고 잠깐 서있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지나가다 그리스어로 말을 걸었다. 내가 못알아 듣는 표정을 지으니 영어로 '아~너 여기 안사는 구나 나 이 미술관 가려고 하는데 어딘지 아니?'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길이 아니긴 했지만 굳이 나에게 왜 길을 묻지? 라고 생각했지만 혼자 있고해서 길 물어보기 쉬웠나 하고 말았다. 내가 평소에도 한국에서 길 물어보는 외국인들을 먼 곳이 아니면 데려다 주기도 해서 여기서도 오지랖이 발동되고 말았다. 그 할아버지가 구글맵을 보고 있긴 했는데 그리스어 버젼이라서 내가 이거 영어로는 어떻게 읽는 곳이냐고 물었다. 지금 제우스신전 앞이니까 방향 찾아주겠다고. 그랬더니 할아버지가 뭐라뭐라 하는데 대충 '나는 그리스어 할 줄 아는데 너는 못하니까 ..위치 찾기 힘들 듯' 이런 내용이었다.

 

그러더니 '저기 밝은 곳으로 가서 보자'며 자연스레 이동하기 시작했다. 있던 곳이 그늘이라서 그런 줄 알고 잠시 함께 가는데 생각보다 계속 가서 자피온까지 갔다. 걷는 거리로는 얼마 안되고 외진길도 아니고 그냥 뭐지? 였다. 가면서 자기 신상이야기하고 내 신상도 물어보았다.

대략 ' 너 한국에서 왔다고? 나 부산에 가봤어. 난 건축교수인데 교환교수로 부산에 한달 갔었어. 넌 학생이야? 아 졸업했다고. 그럼 전공이 뭐야? 아 그게 어떤 거야? 아 그렇구나. 지금 저기 앞에 있는 자피온은 건축적으로 아주 중요한 거야. 아크로폴리스 갔다왔어? 건축 양식에 도리악, 이오니악, 코린티안 이렇게 있어, 자 따라해봐, 잘했어, 각각의 특징은 이러저러해, 자 네가 이해를 잘 못하는 것 같아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해줄게. 자 이제 알겠지? 그럼 지금 저 기둥은 무슨 양식같아? 그래 맞았어. 자 저건 아주 중요한 거야 사진 찍어, 저것도 사진찍고, 자 그래서 저건 무슨 양식이라고? 그래 맞아 잘 외워놔. 오늘은 자피온 안쪽으론 들어갈 수 없다네 그럼 이제 나가자.' 라며 폭풍 건축 공부를 당했다.

사실 미리 그리스 오기 전에 검색해서 세가지 건축양식 알고 있었는데 이 할아버지가 내가 당연히 모를 거라고 생각하고 설명을 시작하는 바람에 뭔가 안다고 말할 틈이 없었다. 와... 교수는 어느나라든 다들 그렇게 가르치려고 드는 건가 싶었다.

 

그렇게 일단락 되나 싶었더니 2차 대화 시작.

'여기 아테네에는 며칠 있어? 오 충분한 시간이네,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갔어? 음 그리고 아주 중요한 박물관이 또 있어,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자 따라해봐 아테네 고고학 박물관. 그래 잊지 말도록해. 그래 그럼 오늘은 또 어디가? 음? 수니온? 거긴 이미 너무 늦었어 아침에 가는게 좋아 내일가. 아냐 비는 내일 오후에 온다고 해서 아침은 괜찮아. 흐음 오후에 거기 가는 건 정말 별로인데. 거기 말고 내가 좋아하는 바다가 있어, 잠시 기다려봐,(구글 지도로 알려줌) Marina Flisvos 여기는 차로 10분 거리인데 내가 좋아하는 카페나 맛집이 많아, 특히 스시 맛집이 있다고, 스시!'

아.....정말 귀찮았다. 나의 오지랖이 원망스러웠다. 내가 어딜 가든 말든!! 간섭 받기 싫어서 혼자 다니는 거 좋아하는데 훈수 당하고 좀 피곤해졌다. 저 마리나바다는 항구인데 나는 항구 관심없다고. 돌 언덕 위에 있는 포세이돈 신전 보러 갈거라고...

 

이제 3차 대화

'그럼 아테네 갔다가는 어디가? 오 나 원래 로마에 살아. 로마에는 이런 곳들은 꼭 가야해. 아 커피 한잔 하러 갈래?'

네? 커피라니요. 저는 지금 바쁜데요... 이제 본격적 당황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나의 대답으로 대화 시작

'아니 난 지금 여기저기 가야하는데 시간이 안될 것 같아'

'음 그럼 조금 이따 2시 쯤 만날래?'

'아니 그건 좀 그런데...내가 왜 혼자 다니겠어. 누구랑 같이 다니고 그러고 싶지 않은데.'

'왜? 같이 커피 마시자. 아니면 이따가 같이 아까 말한 마리나에 갈 수도 있어. 스시 먹을 수도 있고.'

'미안하지만 거절할게'

'아냐 그럼 마음이 바뀔 수도 있으니 나중에 메세지 보내줘, 니 이름은 뭐야? 난 로베르토야. 핸드폰 번호 알려줘.'

 

이쯤 되니 어쩔 수 없이 알려주었고 나도 할아버지의 번호를 알게 되었다. 전화되는지 테스트해보는 철저함. 아니 그런데 내가 왜 그리스에서 스시를 먹냐고요. 나는 3시반에는 수니온 가는 버스를 타야하므로 당연히 남는 시간 같은 건 없고 굳이 자꾸 날 가르치려고 드는 할아버지와 대화를 더 나누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그렇게 헤어지고 나서 다행히 그날은 연락이 오지 않았고 다음날 전화가 왔으나 받지 않았다. 그리스 많이 와 본 것 같던데 길을 물어본 건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에서 이탈리아 할아버지 체험.

 

 

 

 

 

이 때 좀 스트레스 받아서 지쳐있다보니 정원은 그냥 슥슥 보았다. 나름 연못에 거북이들도 키우고 있었는데 비둘기가 너무 많아서 이게 비둘기 사육장인지 거북이 집인지 헷갈릴 수준이었다. 정원 자체는 좋았다. 다양한 식물들도 있고 쉬기 좋은 공간인 것 같았다.

 

 

 

 

 

 

 

 

 

 

 

 

 

 

 

리케이온 가는 길과 리케이온에 있는 식물

 

 

 

 

 

 

 

 

리케이온

이제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이온으로 향했다. 가다가 올림픽경기장을 지나가게 되어 보았으나 굳이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다. 경기장을 지나 목적지로 가는 길은 관광지를 조금 벗어난 곳이라 좀 더 일반적인 아테네 시민들이 사는 공간을 볼 수 있었다. 상가보다는 가정집이 위주이며 큰길에는 낮은 아파트들이 많고 보도블럭도 평범한 것들이 있었다. 각 집 테라스에서는 많은 식물을 키우고 있었다. 조용하고 거주민들이 많이 다니고 관광객으로 보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또 다른 걷는 재미가 있었다.

리케이온은 작은 유적이고 관람객도 몇명 없었다. 동시에 많아도 10명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형체가 거의 안남은 유적이다 보니 인기가 없는 것 같았다. 여기야 말로 거의 폐허였지만 한적한 분위기와 여기 얽힌 역사를 간략히 알게 된 것은 좋았다. 여기서 조금 쉬면서 충전도 하고 또 혼자 사진찍기 놀이하고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

 

 

 

 아테네 묘지

 

 

 

 

 

 

 

 

 

 

 

 

오늘 아테네의 마지막 코스인 아테네 묘지로 갔다. 아테네는 진짜 공사하는 곳이 많았는데 각종 유적들은 워낙 오랜기간 공사하고 있는데 이 묘지는 입구를 통째로 공사중이라 검은 천으로 뒤덮여 있었다. 들어갈 수는 있었지만 여기 맞나? 싶었다. 영문명으로 First Cemetery of Athens여서 나는 옛날 무덤들 있는 줄 알았는데 현재에도 계속 장례가 치뤄지는 무덤들이었다. 입구에서 들어오는 관을 보았기 때문이다. 들어가서 묘비보니 가족묘 인 것이 대부분이고, 거기에 다른 가족들의 생몰년은 보면 최근 것들도 종종 있었다. 내가 굳이 묘지에 간 것은 다른 나라의 장례문화는 어떤가 궁금해서 였다. 장례 절차가 궁금하다기 보다는 정확히는 무덤의 형태가 궁금했다. 대부분 가족 묘를 만들고 비석과 조각상 등을 세워 무덤을 만들었다. 뭔가 문을 열고 들어갈 수 있는 지하실같은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시신이나 뼈를 보관하는 걸까? 그리고 무덤들의 형태자체가 예술이기도 해서 보러 갔고. 예전에 파리에서도 묘지에 간 적이 있었는데 여러모로 흥미로웠기 때문이다. 그 형태의 예술성과 호기심 등등. 여기는 완전히 평지는 아니고 조금 언덕도 있었다. 가서 소란스럽게 군다거나 사진을 너무찍고 다니는 건 좀 그럴 것 같아서 조용히 가서 슥 보고 기억을 위한 사진만 조금 찍었다.

 

 

 

 

 

 

 

 

 

수니온 버스 정류소와 근처에서 마신 커피

약 6-7시간 동안 열심히 돌아 다닌 것은 3시 30분에 수니온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였다. 일단 버스는 거의 2시간 가량 쭉 가는 거라서 그 동안 충분히 휴식시간이 있으니 좋기도 하고. 소매치기가 워낙 심하다고 해서, 원래 걷는 것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일반 버스나 지하철을 전혀 타지 않았다. 그래서 계속 걷다보니 휴식할 시간이 없고 힘들었는데 버스 쭉 타고 가면서 휴식하고 자연히 바깥 풍경도 구경하고 좋았다.

버스 타는 곳은 구글맵에 bus stop to sounion 이라고 검색해서 나온 곳이라고 해서 맞게 찾아갔으나 수니온행 버스 시간표가 없었다. 그 버스 정류장 표시는 있었는데. 그래서 혹시나 시간이 바뀌었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이왕 온 거 기다려보고 안되면 포기하자는 마음이었다. 일단 시간이 좀 남아있었기에 쉴 겸 근처 카페로 가서 토스트랑 커피를 주문했다. 참고로 그 근처는 앉아서 먹을 만한 가게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내가 간 곳은 주로 커피를 사서 가져가고 앉는 곳은 간단하게 있었다. 뜨거운 커피 먹기 싫어서 네스카페 프라페를 주문했다. 사진에서 거품 많은 커피 본 적이 있어 궁금했는데 마침 잘되었다! 하고 마셔보았다. 거품 부드럽고 커피도 괜찮았다. 에스프레소로 거품 낸 거 같은 맛.

 

 

 

 

 

 

 

 

 

 

 

수니온 행 버스에서

 

다행히 버스시간표는 그대로였고 3시 40분에 버스가 도착했다. 관광객들이 많이 타있진 않았고 근교에 사는 주민들이 많이 타는 것 같았다. 이미 사람들이 많이 타 있었고, 신타그마에서 탈 때 같이 탄 사람들 중 관광객은 나와 어떤 서양인 커플뿐이었다. 셋다 이게 맞나 해서 다른 사람들한테 이거 수니온 가냐고 물어보고. 맞다고 해서 잘 타고 갔다. 버스는 중간 중간 더러 정차했다. 타고 내리고. 그렇게 조금 가다가 버스 검표겸 판매하시는 분이 쭉 돌면서 매표도 해주신다. 그 때 나 수니온 가고 왕복으로 사겠다고 하면 된다. 카드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나는 현금결제했다. 그러면 무슨 영수증 주시는데 왕복이니까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

버스는 해안가를 쭉 따라 가기에 바깥 구경하기 좋았다. 한 쪽은 바다가 쭉 보이고 다른 한 쪽은 산이 주로 보인다. 각각의 뷰가 다 매력이 있었기에 가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았다.

 

 

 

 

 

 

 

 

 

 

 

 

 

 

수니온 포세이돈 신전

 

해가 질 때 쯤 딱 맞춰 도착했다. 같이 내린 사람들은 약 10명정도. 버스 정류장 내리면 금방이었다. 포세이돈 신전 매표소에서 입장료 4유로 내고 들어갔다. 비수기라서 반값이었다. 닫는 시간은 Sun Set. 정확한 시간이 정해진 건 아니었다. 신전에 올라가니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유적 자체가 크지 않고 교외에 있지만 바다도 보고 주변 풍경도 보고 생각보다 갈 만 했다. 신전은 다른 곳들이 그렇듯 반이상 훼손된 모습이긴 했다. 그래도 바다 바로 앞 신전이라니 그 분위기가 좋았다. 해가 이미 지고 있어서 바로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놀았다. 해가 사라지자 바로 관리인이 나가야 한다고 안내했다. 아테네가는 버스 시간까지는 1시간 가까이 남았기에 주변 구경하고 카페에서 잠시 쉬었다. 검색하다 여기 아이스초코가 엄청 진하다고 해서 마셔봤는데 초코맛이 진한게 아니라 얼음 없이 걸쭉하게 나와서 그렇게 생각한 것 같다. 그냥 커피 마실걸. 그래도 카페에서 해가 지고 난 후 조명이 켜진 신전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었다.

 

 

 

버스는 딱 6시 55분쯤 왔다. 타는 사람이 꽤 있어서 전체자리가 4-5자리 정도 남기고 다 찰 정도였다. 바깥구경을 하려 했지만 너무 깜깜해서 잘 보이지는 않았다. 중간에 검표하시는 분이 또 돌아다니며 티켓을 판매하거나 영수증을 확인했다. 2시간가량 푹 쉬며 아테네에 도착했다. 9시가 다 된 시간이었지만 사람도 많고 활기찼다. 그렇게 바빴던 하루를 마무리하고 또 다시 기절하듯 잠이 들었다.

 

 

 

 

 

 

 

 

Posted by jurmie
:

 

필로파포스 언덕

 

 

 

 

 

 

소크라테스 감옥

 

 

 

 

필로파포스 기념비

 

 

 

 

 

 

노부부와 헤매이며 다닌 길

박물관을 나와 그 길로 좀 더 안 쪽으로 들어가면 소크라테스 감옥이 있는 필로파포스 언덕이 나온다. 그 언덕에도 유적지가 몇개 있다고 해서 궁금해서 비바람이 불지만 가보았다. 작은 산 정도로 생각하면 되는 규모. 여기는 입장료는 따로 없지만 그만큼 안내는 잘 안되어 있다. 관광객들이 많이 오진 않는 것 같고 오히려 개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소크라테스 감옥은 산 비교적 입구와 가까웠다. 날씨랑 잘 어울리는 분위기. 그리고 쭉 올라가 필로파포스 기념비를 보러 갔다. 기념비 앞에서 어떤 노부부를 만났는데 나에게 길을 물었다. 이사람들은 근데 진짜로 길 물어보는 거였다. 인적 드문 산인데 종이에 출력한 구글 지도를 들고 있었다. 나는 일단 인터넷은 안되지만 gps로 현위치는 알 수 있고 방향도 알 수 있으니 그들이 가려는 무슨 교회에 데려다 주기로 했다. 노부부는 "너도 거기 가려는 거니?" 라고 물었는데 사실 안 갈거였지만 그냥 가려고 했다고 했다. 비바람 부는 날의 야산 원정대. 길이 제대로 나 있지 않아서 이리가고 저리가고 조금 험한 길도 가면서 간신히 목적지에 거의 도착! 인 줄 알았는데 무슨 집터만 있었다. 그래서 나와 그들은 "여기에 교회가 있었던 걸까? 그런건가?"라며 웃으며 허탈해 했다. 물론 그 경관은 훌륭했다. 그런데 여기가 아닌 것 같다 어디로 가야하지 하다가 산책하는 듯한 사람한테 교회 가려면 어느 방향이냐고 물으니 반대 방향이라고 하는 게 아닌가. 그래서 또다시 좀 헤매다가 다른 유적을 발견해서 그거 구경하고 그렇게 같이 좀 다녔다. 다니면서 간단히 서로 어디서 왔고 이런저런 이야기 해보니 영국사람이었다. 어르신들이 혹시나 다칠까봐 걱정했지만 아주 활기차고 귀여우신 분들 이었다. 내 시간 뺏은 거 같아서 미안하다고 하길래 나 시간 많음 이러고 동행하긴 했는데 날씨는 점점 추워지고 나는 부츠 신고 발도 여전히 아픈 상태에서 열심히 산을 뛰어다니고. 한참 함께 다니다가 나중에 내가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서 중간에 좀 평탄한 길 나오고 나서 인사하고 헤어졌다. 그리고 나는 아까 제대로 못 본 필로파포스 기념비를 다시 보고 춥고 힘들어서 이제 숙소 가야겠다 싶어 출입구로 향했다. 그 때, 노부부를 다시 마주쳤다. 왠지 반가워서 해맑게 인사했다. 그들은 교회를 찾긴 했으나 이 교회가 아니었다며 다시 안쪽으로 갈거라고 했다. 나는 이 에피소드와 당신들을 기억하고 싶은데, 혹시 같이 사진 찍어도 되겠냐고 물었고 그들은 흔쾌히 동의하며 각자의 핸드폰에 함께 찍은 사진을 남겼다. 할머니가 파란 우비 입고 있었는데 '어머 사진 찍으려면 이걸 벗어야해' 하면서 우비를 힘들게 벗는데 너무 귀여우셨다. 서로 친절하게 대해 주어 고맙다며 훈훈하게 인사하고 떠났다. 그 동안 우연히 만난 사람들 중 가장 기분 좋은 만남이었다.

 

 

 

 

 

헤로데쿠스 음악당

지나가며 헤로데쿠스 음악당을 평지에서 다시 보고 상점가로 향했다. 이왕 그리스 왔는데 올리브 관련된 거 사야할 거 같아서 플라카 지구의 상점에서 올리브 오일 몇개랑 올리브 포장된 것, 올리브 비누를 샀다. 원래는 올리브 오일만 조금 사려고 했다. 무거우니까. 그런데 직원이 핸드크림을 추천해 주었다. 발랐는데 뭐 좋긴 한데 핸드크림을 5유로 넘게 주고 사고 싶진 않았다. 비싸서 안산다고 하니 저렴한 비누를 추천해주었다. 그건 4개에 3.2유로 길래 살만한 거 같아서 샀다. 올리브유는 250ml가 4.5정도 했던 것 같고 미니 사이즈가 3.5정도 했다. 미니사이즈는 기름 안에 뭐 들어있는 그런 거라 용량 대비 더 비쌌던 듯. 그래서 올리브는 바질같은 거에 절여진 거 샀는데 집에서 먹어보니 좀 짜긴 한데 안주로 괜찮을 것 같았다. 주변에 이탈리아는 많이 가도 그리스는 잘 안가길래 무거울 거 감수하고 물건을 조금 샀다. 원래 여행가면 선물 잘 안산다. 내 것도 남의 것도. 사면 엽서같은거나 미술관 도록 이런거 보통 사고 남의 것은 꼭 줘야하는 사람 것만 산다. 요즘은 해외여행도 다들 많이 가고 해외 쇼핑도 자유로운 편이라 국외 물품들 국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해외여행 선물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캐리어 끌고 다닐 때 무거워서 힘들기만 하고. 그런데 아직도 다들 여행가면 뭔가 사오는 분위기가 많았다. 이번 여행 이후에는 당분간 2박3일 이상의 여행은 못 갈거라 물건들을 좀 샀다. 그대신 사용할 수 있거나 먹을 수 있는 것들로.

 

 

 

 

기로스, 수블라키

 

 

그렇게 살 거 다 사고 숙소에 넣어 놓은 뒤 밥 먹으러 근처 식당으로 갔다. 배고파서 고기 많은 것으로 시켰다. 수블라키같은 거 였다. 고기 종류별로 해서 나오고 야채랑 소스랑 피타나와서 먹는 거 였고 8.5유로 정도. 양이 꽤 많아서 가격대비 괜찮았다. 맛있었고. 그런데 주문할 때, 직원분이 뭐 더 필요한 거 없냐 샐러드 같은 거 추천해주는데 안한다고 했다 그랬더니 무슨 미트볼 추천하고... 그래서 감자튀김 그냥 생각나서 주문했다. 알고보니 고기믹스 수블라키에 감자튀김도 원래 같이 나왔던 것. 감자튀김을 아주 많이 질릴 만큼 먹을 수 있었다. 맛있긴 했다. 뭐 심한 바가지는 아닌데 이거 분명 말해줄 수도 있는 거였잖아. 그리고 자꾸 더 시키라고 할 게 아닌게 나 혼자 갔는데, 뭘 더 시킬 상황이 아니었다. 메인 요리가 양이 많아서. 나는 많이 먹을 수 있었고 배도 고픈 상태라서 다 먹었지만 양 적은 사람들은 다 못 먹을 양. 감자튀김 그닥 비싼 건 아니어서 그냥 직원분의 팁을 주지 않는 것으로 소소한 복수를 했다. 그래도 음식은 맛있고 만족스러웠다. 포장 많이 해가는 가게고 이름은 Just Pita였나 그 비슷한 거였다.

그리스 음식들 아주 다양하게 먹어보진 못했지만, 대표적인 것들을 먹어본 감상은 풀과 고기류가 많아 의외로 자연적인 맛이라는 것. 나중에 먹은 이탈리아 음식과 비교하자면 조리를 많이 하지 않고 담백한 느낌이었다.

 

 

 

그렇게 아테네에서의 일정은 마무리가 되었고 피곤하고 내일 또 일찍 공항으로 가야하니 얼른 짐 정리하고 쉬었다.

 

 

 

 

 

 

아테네 길과 공항버스와 공항

 

 

다음날 아침 8시 30분쯤? 체크아웃 하고 나와 신타그마로 다시 공항버스 X95번을 타러 갔다. 내린 곳에서 타면 되고 타는 곳에 버스티켓 판매소도 있다. 일요일 오전시간이라 한산해서 캐리어 끌고 가는 길이 한 결 수월했다. 이번에는 공항버스 탔더니 버스 기사님이 캐리어를 아예 짐 놓는 곳에다 차곡차곡 쌓아주셨다. 공항이나 신타그마에서 수상한 사람 딱히 못봐서 공항버스 탄다고 해서 짐 잃어버리고 그럴 걱정은 별로 안해도 될 것 같았다. 물론 가끔 보긴 해야하지만. 일부러 짐 근처에 앉긴 했다. 한시간정도 쭉 가면 공항에서 내린다. 아테네 공항은 깨끗하고 자그마하다. 내가 간 공항 중에서 2번째로 작다. 첫번째는 나가사키 국제공항. 거긴 거의 고속버스 터미널 정도의 크기와 시설. 짐 검사도 당시에는 스캔하는 기계가 없어서 사람들이 일일이 하고. 입국심사도 뭔가 공항 안같게 했던 신비한 곳. 아테네 공항은 나름 웃긴게 너무 소소해서 그런지 공항 직원들도 수다스러웠다. 출국장 들어가는 곳에서 직원이 가방에 태블릿 있냐고 해서 아, 랩탑 있다고 했다. 꺼내려는데 직원이 그거 삼성? 엘지? 어느거야? 라고 했지만 짜잔.. 꺼내고 보이는 로고는 ASUS....그래서 직원이 웃으면서 음? 이건 한국 브랜드가 아니잖아?라고 했다. 기대를 깨서 미안해. 이런 식으로 다른 직원들도 뭔가 여유롭고 잘 웃는 분위기. 공항 내부에도 사람 엄청 없었다. 전체적으로 한산하였다. 여기서도 셀프체크인하고 공항이 작아서 동선도 짧다보니 생각보다 출국 수속이 너무 빨리 끝나서 간식먹고 놀다가 비행기 탔다.

 

 

 

이번에는 알리탈리아 항공을 이용해 로마까지 갔다. 여기도 연착이나 수화물 분실로 악명이 높다고 했다. 그렇지 제 시간에 출발하고 일찍 도착했다. 2시간 비행이라 잠깐 있으니 도착하는 기분이었다.

 

 

 

지난 아테네를 종합해보자면 유적지가 많고 음식도 괜찮고 물가도 비싸지 않은 편. 바다도 근처에 있으니 약간 적당한 관광과 휴양을 할 수 있는 곳 같다. 그리스 역사와 신화에 대한 것들을 조금만 알고 가면 다방면으로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Posted by jurmi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