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치기 피하는 개인적인 생각과 치안 그리고 로마에 도착하다
여기 저기 놀러 다닌 이야기/해외 2020. 4. 30. 04:14 |
2019년 2월 말 여행 기록.
가장 긴장되는 도시 로마. 그 이유는 악명 높은 소매치기 때문이었다.
파리에서도 소매치기가 극성이라길래 치안 안좋은 동네 아예 안가고 파리 도착과 출발 때 이외에는 대중교통도 안탔다. 그래서인지 운이 좋았는지
별일 없었지만 마지막 날 집시떼의 습격을 받았었다. 한 10명정도 모여 있었는데 세느강 근처였고 낮이었지만 지나가는 사람이 나뿐이었다. 생각해보면 그 때, 그들을 보자마자 뒤돌아가서 다른 길로 돌아갔어야 했는데... 다행히도 빈 물통이 내 가방을 지켜주었었다. 가방 맨 위에 마시던 물 병 넣어두었더니 집시들이 가방 뒤지려다 물병때문에 실패.
그런데 이번 여행에서는 그러한 위협 자체를 받지 않았다. 돌아다니다 보니 소위 말하는 사인단은 거의 안보였고, 흑인 팔찌 강매, 꽃 강매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는데 그냥 최대한 근처로 안가거나 안산다고 두번정도 말하면 그냥 갔다. 걸을 때 빠르고 당당하게 걷고. 만만하게 안보이려고 매일 풀메이크업하고 옷은 너무 '한국 여행자'같아 보이지 않게 입으려고 노력했다. 해외가면 나라를 불문하고 여행자들 같은 복장이 있다. 꼭 뭐라고 하기 애매한데, 보면 아 저사람은 미국여행자, 유럽쪽 여행자, 아시아 여행자 이런 식으로. 그 중에서도 나는 한국인이라 그런지 한국 여행자가 매우 눈에 띄었다. 그래서 그냥 내 목표는 국적이 이 애매해보이기? 최소 유학생정도? 보통 일본인이냐고 물어보고 중국인이나 한국인이냐고도 물어보았다. 가끔 안털리려면 거지꼴로 다니면 된다고는 하는데, 그렇게 다니면 정작 다른 곳들에서 무시 당할 지도 모르니 차라리 아예 조금이라도 덜 만만해 보이는 쪽으로 갔다. 한국에서 화장 안하고 다니면 불친절함을 몇번 느꼈던 터라 밖에 나갈 때는 가까운 곳도 어느정도 관리는 꼭 하고 다닌다. 외국이라고 다를까? 가뜩이나 동양인들 무시하는데 더 흐릿하게 해다니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가방은 두꺼운 재질인 가죽 숄더백을 메고 다녔다. 백팩은 가지고 있지도 않고 다른 여행용 가방들 메고 다니면 나 여행자입니다 하고 다니는 것 같았다. 두꺼우니 쉽게 찢지는 못할 거고 어깨에 걸치고 손으로 손잡이도 잡고 다녔다. 지퍼는 당연히 앞 쪽으로 내가 항상 볼 수 있게 하고, 가방 속에 큰 파우치를 여러개 넣었다. 그리고 파우치 위 쪽에 목도리나 물병을 넣고 다녀서 혹여 열더라도 쉽게 못 꺼내 가게끔.
그리고 지하철, 버스 안타기. 유럽은 각 도시가 좁아서 도시내 이동은 굳이 대중교통을 탈 필요가 없다. 숙소는 공항버스나 기차역 등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정해 걸어다녔다. 소매치기 당한 사람들 보면 대중교통이 제일 위험해보였다. 캐리어 끌고 대중교통타면 아무래도 표적 1순위가 아닌가 한다. 발이 아팠지만 마침 나는 걷는 거 좋아하니까 열심히 걸었다. 그냥 길을 걷고 있을 때는 소매치기 걱정 별로 안했다. 그것도 누가 옆에 있어야 털어가지. 내가 워낙 쌩쌩 걸어다녀서 누가 접근도 안하고 역근처나 그런 곳에서는 눈에 힘 주고 신경쓰고 있다는 티 내며 다녔다.
그리고 비행기나 기차 꼭 낮에 도착하는 시간으로 예약하고. 밤이 위험한 거 같으면 그 때 최대한 안다니는 걸로. 숙소가려면 테르미니역 근처 치안 안좋다는 곳을 지나야 했는데, 낮에는 일단 괜찮았고 밤에는 역근처 길로는 되도록 안다녔다. 일단 숙소 근처 자체는 괜찮았기에 평소에는 다른 길로 다니면 되었고, 공항이나 기차역 갈때는 어쩔 수 없으니 낮에만 다녔다. 그런데 첫날 야경투어 때문에 밤12시쯤 테르미니 26번인가 24번 출구 근처를 지나갔다. 좀 긴장하면서 가긴 했는데 일부러 호텔 쭉 있는 길로 지나가서 그 때 체크인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고 별일 없이 갔다. 핸드폰은 들고 다닐 때도 있고 주머니에 넣었을 때는 꼭 손으로 잡고 있었다. 일단 핸드폰 보면서 걸어다니지는 않고. 확실히 대중교통만 안타도 반정도는 안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적당히 조심만 하고 다녔더니 소매치기나 강도 스트레스 없이 즐겁게 여행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은 소매치기같은 좀도둑 정도니 조심하는 정도로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조심해도 진짜 악질 만나면 어쩔 수 없긴 한데, 그래도 최대한 예방하면서 여행도 즐겁게 하는 개인적인 생각과 방법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게 아예 강탈하거나 생명에 지장을 주는 정도의 범죄를 많이 저지르지는 않다보니...돈만 잃는다면 그래도....
생각해보면 나는 한국에서 혼자 여행할 때가 더 위험한 것 같았다. 국내 여행 혼자 다니는 게 더 이상한 일이고 여자 혼자다니면 미친 놈들이 더 쉽게 보고 접근하는 것 같았다. 부산에 가끔 혼자 갔는데 제작년에 바닷가에서 혼자 캔맥주 마시고 있었더니 어떤 아저씨가 말걸길래 피해서 도망갔더니 왜 피하나면서 기분나쁘다고 또 쫓아오는 바람에 맥주들고 뛰다가 거품이 막 생겨서 으아아아 하며 거품길을 만들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사람이 그렇게 없는 곳도 아니었는데 진짜 무서웠다. 혼자 밥먹으러 가면 사람들이 쳐다보고 가게 주인이나 직원도 이상하게 쳐다보는 일이 종종 있고. 그래도 요새는 많이 나아진 듯.
결론은 로마는 인터넷에 퍼진 것만큼 고담시티는 아니라는 거다. 자기가 너무 긴장만 안 풀면 다닐만 한데. 그리고 피렌체 그림사기단 직접 보니 무슨 카멜레온처럼 보호색같은 그림 바닥에 까는 것도 아니라서 넋놓고 주변 구경만 안하면 안 밟을 수 있다. 너무 잘보이기 때문이다. 솔직히 당하는 사람들 중에 자기가 긴장 안해놓고 당한 사람도 꽤 있는 듯. 진짜 조심해도 당하는 사람은 정말 안타깝지만. 전에도 보면 밤늦게 위험하다고 유명한 지역 갔다가 강도당했다고 파리 절대 가지말라는 글 봤는데 그건 자기가 밤 늦게 그 위험한 곳에 간 것도 문제 아닌가?
로마 시내
오후 1시쯤 로마 피우미치노 공항에 도착했다. 공항철도와 공항버스 사이에서 갈등했으나 가방이 너무 무거운데다 캐리어 바퀴 한쪽이 약간 이상해서 잘 안끌어 지는 바람에 공항철도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 조차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공항버스를 탔다. 3터미널 끝쪽까지 쭉 걸어가면 버스 매표소와 타는 곳이 나왔다. 그냥 버스티켓 아이콘보고 진짜 계속 걸었다. 열려있는 창구에서 편도티켓 7유로. 왕복은 안사서 모르겠다. 왕복권 사는거 별로인 거 같은게 나중에 공항 다시 올 때, 제일 먼저 탈 수 있는 버스 탈 때 사는게 더 나은 것 같아서. 여기서는 카드결제 되는데 나중에 돌아올 때는 버스타면서 현금내고 티켓 사야했다. 한시간 정도 쭉 가서 테르미니역에서 내렸다. 여기도 나중에 내린 곳에서 타는 구조. 버스에서 캐리어 도난 일어난다는데 그런일은 딱히 없었다. 일단 공항에서는 수상한 사람 없었고, 테르미니는 좀 애매하긴 했는데 요새 좀 관리를 하는 건지 암튼 별일 일어나는 거 보진 못했다. 내 캐리어 20KG정도 였는데 그거 들고 뛸 수 있을까. 공항버스의 장점은 바깥이 보인다는 거. 시내 진입해서 콜로세움도 보이고 다른 유적지들 보여서 사람들 모두 사진찍고 우와아 하며 쳐다보았다. 안답답해서 좋았다.
내려서 열심히 걸어 프리호스텔 로마로 갔다. 이번 로마에서의 숙소. 여기도 건물 전체가 호스텔이었다. 초인종 누르면 대문 열어준다. 들어가서 한층 내려가면 데스크랑 공용공간들 있고 위층들이 방이었다. 여기도 깨끗했고 6인실 예약했는데 욕실겸 화장실이 방마다 있었다. 그게 편하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한데, 방에 있으니 샤워도구 이런 거 가져다니기도 편하고 공간이 좀 되니 답답한 건 없는데 너무 밤늦게나 아침일찍 샤워하면 소음이 너무 발생되니 좀 신경쓰이는 거 정도? 여긴 아예 커튼이 아니라 캡슐처럼 칸막이로 개인공간을 확보하고 열쇠로 잠글 수도 있다. 그 열쇠는 개인 사물함 열쇠와 같은 거였고 이 사물함 역시 캐리어 들어가는 사이즈였다. 와이파이는 접속해서 자기 개인계정 만들면 그걸로 로그인해서 사용하면 된다. 유럽은 코드모양은 같은데 전압이 약간 달라서 혹시 문제 생길까봐 변환기 사용했다. 일정 중 호스텔은 여기가 마지막인데 간 곳 중 여기가 가장 좋았다. 2층침대 계단도 가장 안정적이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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