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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20.04.28 모스크바 3일차. 이즈마일로프시장과 아르바트 거리

 

2019년 2월 중순 여행 기록.

너무 피곤해서 인지 또다시 조기기상하고 만 여행 3일차 날.

 

일어나서도 발이 엄청 부은 거 같은 느낌이었다. 삼성헬스로 보니 어제 35,000보 정도 걸었다고 한다. 사실 그정도는 종종 평소에도 걷는데 왜이렇게 힘들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시 보느라 걸은 걸음수에 비해 서 있는 시간이 길어서 그런가보다 했다. 겨울이라 롱부츠 신고 다녔는데 발이 덜 편해서 그런 영향도 있는 것 같았다. 그 부츠 나름 발 편한 거라 안심했는데 잘못 선택한 것 같았다. 침대를 내려가려는데 왼쪽 발이 너무 아팠다. 더 쉬어야 하는 건가 싶었지만 오늘의 일정상 그럴 수는 없으니 서둘러 챙겨 출발했다.

 

 

일단 지하철을 타고 베데엔하로 가서 우주박물관을 보러 갔다. 거기 근처에 여러 기념비들도 있고 우주선도 있다길래 갔다가 이즈마일로프 시장갔다가 아르바트 쪽으로 넘어가서 푸슈킨미술관이랑 국립동양박물관을 보는 일정을 계획했다. 어제가 쭉 걸어다니는 일정이라면 오늘은 지하철을 조금 타는 코스.

 

 

 

 

 

그런데 베데엔하 도착해서 조금 걷는데 발이 진짜 너무 아팠다. 이건 아니다 싶어 벤치에 앉아 쉬면서 생각했다. 이 상태로 많이 걷는 건 무리일 것 같고 남은 일정들이 많았기에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우주 박물관은 포기했다. 그렇다고 다른 데들을 안가면 너무 여행을 망치는 것 같아서 이즈마일로프로 바로 가기로 결심했다.

그때의 내면은 '안돼! 여기서 여행을 망칠 수 없어! 유럽가서도 엄청 걸어야 하는데! 그렇지만 오늘 아예 쉬어버리면 마지막 남은 러시아의 일정이 아까워! 넘어져서 다친 것도 아니고 그냥 많이 걸어서 그런거니 뼈 문제는 아닌거고 인대 다친거는 그러고 종종 잘 돌아다녔잖아! 난 할 수 있어!!' 였다.

그래서 힘을 내서 걸어보자 하고 다시 지하철 역으로 가서 이즈마일로프로 향했다.

 

 

마음을 고쳐먹고 걷다보니 점점 걸을만해졌다. 역시 의지력이 중요한 거였다.

물론 안아픈 건 아니었고 절뚝거리면서 이성적-논리적으로 생각하며 최대한 덜 아픈 방법을 찾아가며 걸었다.

 

 

중간에 지하철 환승을 한 번 해야했는데, 그냥 환승은 한국 하고 비슷한 방식이었다. 가려는 환승 노선 표지판보고 잘 따라가면 된다. 모스크바는 지하철이 엄청 빠르고 2분 간격으로 계속 와서 편했다. 서울의 지하철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어딜 가도 지하철 타는 게 쉬울 것이다. 서울처럼 복잡한 노선은 잘 없으니까. 지하철도 공항이나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입구 출구가 분리되어 있다.

 

이 동네는 소매치기가 없어서 정말 마음 편했다. 그냥 어떤 방향으로든 다 나한테 관심이 없다. 행복한 무관심 속의 여행. 동양인이라고 쳐다 보지도 않고 그냥 다들 자기 갈 길 가느라 바쁘다.

 

 

 

 

 

 

이즈마일로프시장은 수요일과 주말만 한다고 했는데 그날은 마침 수요일이라 꼭 가야했다. 오전이었지만 가게 문도 많이 열려있고 손님들도 꽤 있었다. 너무 많지도 않고 적당히 있어서 구경하기 괜찮았다. 안쪽에는 연 가게가 별로 없었지만 종류별로 다 구경하고 구매할 수 있었다. 털모자나 숄, 마트료시카나 장식품들 마그넷, 악세서리, 접시, 컵 등 다양했다. 그리고 샤슬릭 파는 곳도 있었다. 일단 어떤 것들 파는지 쭉 보고 샤슬릭을 먹으러 갔다. 5개정도의 가게가 쭉 붙어 있었고 꼬치에 굽고 있는 양,돼지,연어,야채 등을 볼 수 있고 거기서 주문하면 2층에 올라가있으라고 한다. 그러면 구워서 세팅해서 가져다 준다. 계산은 다 먹고 다시 내려가서 하면 된다. 어떤 가게에서는 나름 호객행위도 하고 하는데 왠지 거기 가기 싫어서 그냥 과묵한 할아버지가 하는 가게에서 먹었다. 어차피 가격은 다 똑같은 것 같았다. 나는 양고기랑 야채 해서 총 650루블. 양고기가 400이었다. 그렇게 주문하면 일회용 칼이랑 포크, 빵이랑 소스랑 양파를 같이 세팅해서 준다. 맛있었고 양도 충분했다. 거기서 드디어 한국 사람들 몇명 보았다.

그리고 엄청난 것도 보게 되었다. 내가 조금 구석자리에 앉아 있었는데 옆에서 뭔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검은 쥐였다. 추운나라라 그런지 쥐는 덩치도 크고 털도 길었다. 무슨 영화에 나오는 CG로 만든 쥐 같았다. 내가 쳐다보니 얘가 가만히 있다가 벽 쪽으로 도망갔다. 너무 깜짝 놀랐다. 안그래도 동물 무서워하는데 실내에서 쥐를 보다니. 그 때부터 약간 불안불안 했다. 그래도 한참 안보이다가 내가 거의 다 먹었을 때 쯤...쥐가 내가 앉은 의자 밑에서 나왔다. 너무 놀라서 으악!!했더니 쥐가 도망갔고 사람들은 나를 잠깐 쳐다보았다. 설마 했는데 내 자리에서 나타나다니. 마침 거의 다 먹었으니 얼른 내려가 계산을 하고 그곳을 떠났다. 그래도 고기는 맛있었다.

 

 

 

 

 

 

 

 

 

 

이제 쇼핑을 시작했다. 여행 초반이라 무거운 것을 사기도 좀 그렇고 쓸모없는 장식품 사기도 싫어서 보다가 작은 유리컵들이 보였다. 소주잔 정도 크기. 지난번 홍콩 갔을 때, 야시장에서 그런 컵들 사려다가 생각보다 비싸고 안예뻐서 안샀는데 여기는 프린트가 맘에 드는 것이 더러 있었다. 그래서 가격을 물어보니 3개세트가 150루블. 생각보다 훨씬 저렴하길래 바로 여러개 샀다. 가방이 조금만 더 가벼웠어도.

 

 

조금 무거웠지만 기분 좋게 나왔다. 이즈마일로프 시장은 지하철로는 이즈마일롭스카야 전 역인 파르티잔스카야에서 내려서 조금 걸어가면 된다. 호텔인가 큰 건물 일 지나서 일직선인 길로 쭉 가면 초록지붕들이 있는 건물 비슷한게 보이는데 그게 정문이었다.

 

그리고 푸슈킨 미술관과 동양박물관을 방문한 뒤 발이 너무 아팟지만 남은 시간이 아쉬워 아르바트 거리로 향햇다.

 

 

이제 아르바트거리로 향했다. 푸슈킨 미술관과 동양 박물관 중간 쯤 아르바트역이 있다. 각종 식당이나 상점이 많았다. 외국인이 하는 식당에서는 더러 호객행위도 하고 있었다. 이 거리에 빅토르최 벽화가 있다는데 너무 지쳐있어서 그것을 찾을 생각은 못하고 쭉 걸었다. 그렇지만 다른 벽화-그래피티 들은 많이 보았다. 가다가 잡화점을 발견해서 망가진 캐리어를 묶을 끈이라도 살까 하는데 마침 캐리어 벨트가 있어서 2개 구매했다. 그것만으로도 아르바트에 온 의미가 있었다. 쭉 걸어 아르바트 거리 끝에 숙소 앞으로 가는 버스가 있어서 그걸 타고 숙소로 돌아가 내일 비행할 준비를 일찌감치 해야했다. 다음날 오전 9시 비행기를 타고 가야해서 숙소에서 6시 전에 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캐리어는 집에서 가져올 때부터 이미 상태가 조금 안좋아서 이번 여행까지만 버티고 버리려고는 했었는데 여행 중간에 바꾸어야 할 위기 였다. 지퍼가 아니였고 잠금장치가 잘 되지 않아 자꾸 한 쪽이 열렸기 때문이다. 비밀번호로 잠그는 중간 부분도 자꾸 그냥 열리고. 그런데 짐 정리 하다가 캐리어 닫는데 아예 한쪽 잠금장치가 떨어져 나왔다. 약간 당황했지만 공항까지만 잘 버텨서 가져가면 된다는 마음을 먹었다. 평소에 내가 쓰던 캐리어도 아니고 해서 많이 아깝진 않았고 다행히도 세웠을 때 위쪽 부분이 떨어져나가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캐리어벨트는 크게 고정을 해주지는 않았지만 당시의 나에게는 티끌만큼은 도움이 되었다.

 

 

 

 

 

 

 

나에게 러시아는 약간 신비로운 느낌이 있었다. 다른 곳 보다 정보가 적은 편이고, 대학때 들었던 러시아 문화예술 수업 들으면서 가고 싶다는 생각이 시작된 것 같다. 어릴 때, 외삼촌2께서 러시아에서 사업해서 그 때도 갈 기회가 있었는데 위험하다고 어머니가 결사반대해서 왠지 더 가고 싶어졌는 지도 모른다. 그 때만 해도 20~15년 전인가 그래서 치안이 지금과는 달랐는지도.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당시 삼촌이 러시아어는 못하고 영어만 했는데 사업에 차질이 없었다. 영어로 다 된다고 했는데 그렇게 돈과 직결된 경우에는 영어가 불통이 아닌 건가? 최근에 외삼촌1도 월드컵 보러 다녀오시고 여러모로 떠도는 이야기처럼 무섭지 않았다. 어떤 면에서는 안전한 건지도. 소매치기같은 자잘한 범죄는 거의 없으니. 그래도 4월에는 안가는게 좋을 것 같긴 하다.

 

몇몇 러시아 소설도 좋아했기에, 읽으면서 내가 상상한 분위기는 겨울에 모두가 털

모피코트를 입고 다닐 거 같다는 거였는데, 대부분 모직코트나 패딩입고 다닌다. 그렇지만 소설에서 연상되는 어떤 분위기는 비슷했다. 글로 표현하기는 힘든 그 분위기. 아마 다른 도시를 가면 더 그러한 분위기를 잘 느낄 수 있을 것 같았다. 소설들에서도 배경은 상트 빼쩨르부르그가 더 많았기에 언젠가 된다면 그 도시를 가보고 싶다.

 

 

 

 

그렇게 모스크바의 여정은 발은 아파도 만족스럽게 마무리가 되었다.

 

다음날 새벽 4시30분에 일어나 준비하고 5시40분쯤 나왔다. 구글맵으로 검색했을 때 지하철 첫 차가 6시쯤인걸로 나왔다. 지하철역에는 50분쯤 도착했는데 그 때 이미 지하철이 다니고 있었다. 그래서 타고 벨라루스카야 아에로익스프레스에 도착하니 딱 6시정도? 6시 기차는 놓치고 6시 30분 것을 타야했다. 원래 그거 탈거긴 해서 괜찮긴 했다. 6시 15분부터 승강장에 들어갈 수 있대서 기다렸다가 들어갔다. 거기서는 티켓검사 이런거 없었고 나중에 내려서 공항갈 때 티켓이 필요했다. 지난 번 왕복권을 잃어버리지 않고 잘 공항에 도착했다.

 

 

 

 

 

 

D터미널로 가자마자 짐 랩핑 서비스 공간을 찾았다. 터미널 중간정도에 있었는데 그 쪽으로 다가가니 어떤 아저씨가 다가와서 랩핑 할거냐는 식으로 이야기를 했다. 물론 러시아어이기 때문에 눈치로 알아들음. 끄덕끄덕 했더니 캐리어들어주더니 따라오라고 한다. 갑자기 그 아저씨 가방이 있는 다른 쪽으로 이동해서는 초록 랩을 꺼내더니 순식간에 가방을 포장해주었다. 보니 사설로 랩 포장해주는 거였다. 그래도 내가 하는 것 보다 잘포장해줄 거 같아서 그냥 있었다. 내 캐리어 약간 열린 부분에 테이프도 붙여주고 해서 포장은 잘 된 듯 했다. 다 하고 얼마냐고 물어보니 600루블. 공항랩핑 서비스는 500루블이라 그정도면 적당한 가격인 것 같았다. 마침 현금도 그정도 있어서 지불하고 속 편하게 티켓발권하러 갔다.

 

아에로플로트 셀프체크인 하는데 여권인식이 잘 안되서 티켓번호로 출력하고, 짐 맡기고 출국장으로 갔다. 들어가는데 여기로 가는게 맞나 싶어 조금 두리번 거리는데 들어가는 입구에서 갑자기 어떤 사람이 쫓아와서 뭐라고 말을 걸었다. 생긴건 동양계인데 차림새가 공항 직원은 아니었고 러시아어로 말했다. 내가 못알아 듣는 표정 지었는데도 러시아어로 말하는데, 출국장에 있는 직원이 내가 들어가는데도 아무말 안하는 거 보니 여기 맞는 것 같아서 그냥 무시하고 들어갔다. 결론적으로 그 쪽으로 가는 거 맞았고 그 사람이 뭐였는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출국 심사하는데 여기서는 줄을 조금 섰다. 심사하는 사람이 내 여권을 이리저리 보다가 한국 사람인데 아테네 가는 거냐고 하며 의야해했다. 경유도 아니라서 의문을 가진 듯 했다. 그래서 나 아테네 갔다가 로마 갔다가 그다음에 한국 갈거야 라고 했더니 급 뭔가 이해한 듯 아 그럼 티켓 보여줘라고 해서 핸드폰에 저장된 전체 티켓 보여주고 해결했다. 물론 그는 영어를 잘 못하기에 이 모든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조금 걸렸다. 한국에서 출국할 때나 아니면 해외 입국하면서 전체티켓 필요할 때 있을 수도 있다고는 들었는데 해외출국시 물어봐서 신기했다.

 

셰레메예티보 공항 탑승 게이트 근처는 매우 번잡했다. 그닥 넓지 않은 공간에 사람들이 많았다.

 

아에로플로트 하도 여러가지로 악명 높아서 걱정했는데 친절하게 전날 이메일로 전체티켓서류도 다시 보내주고 탑승게이트 시작 몇분 전에 문자로도 알려주었다. 게이트 변경이나 연착도 전혀 없었고 승무원들도 친절. 경유안했기에 짐도 잘 도착했다. 기내식 악명 높다는데 나는 4시간 비행이라 한 번 먹었는데 먹을만 했다. 솔직히 기내식이 맛있길 바라는 것도 좀 문제인듯. 기내식은 배고픔 방지용 정도라고만 생각하는 주의라.

 

 

그렇게 무사히 아테네에 도착했다.

 

Posted by jur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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