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말 로마 여행 기록.

콜로세움 갔다 스페인 광장을 지나 다시 쭉 걷고 또 걸어 도착한 보르게세 공원. 적당히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오후 일정은 여기서 다 보낼 계획이었다. 원래는 메디치 빌라 갈까 하다가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다른 보르게세 공원 안에 있는 미술관으로 가보았다. Carlo Bilotti 미술관이 있었다. 여기도 규모 좀 작아보이지만 입장료도 없고 가볍게 볼까 해서 갔다. 분명 휴관일은 월요일이었는데 안열려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전시준비 기간인건지.

 

 

그래서 다음 목적지 로마 생태동물원 Bioparco di Roma에 갔다. 나는 동물을 무서워하는데도 굳이 동물원은 종종 간다. 동물원 동물들은 나에게 가까이 못 와서 위협의 대상이 아닌데다가 움직이는 생물을 관찰하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지도상으로 보아도 규모가 그다지 큰 곳은 아니었지만 유럽 생태에서 있는 동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했다. 일단 비교적 최근에 간 곳은 과천, 도쿄, 홍콩에 있는 동물원이었다.

동물원 입구는 공원 안쪽에 있었다. 입장료는 16유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5시까지. 나는 2시인가 2시반쯤 도착했다. 들어가서 약간 놀랐다. 규모가 크진 않은데 분위기가 자연적이었다. 식물들도 많이 심어져 있고 동물들 공간도 잘 꾸며져 있고 조금 덜 갇힌 분위기였다. 알고보니 나름 생태동물원으로 신경 많이 쓴 곳이라고 했다. 잘 꾸며진 공원을 가는데 동물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너무 생태 동물원이라서 공작새가 막 돌아다닌다. 처음에는 한두마리가 탈출한건가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마치 이탈리아 곳곳에 비둘기가 다니듯 이 동물원에는 공작새 정도는 그냥 방생되어 있었다. 그날 공작새 최소 50마리는 본 것 같다. 안그래도 조류 공포증있는데 이 동네는 비둘기에 이어 갈매기도 막돌아다녀서 간신히 적응중이었는데......이젠 공작새까지. 진짜 무서웠다. 인적 드문 길에는 얘내가 더 몰려다녀서 아예 길도 막아버리는데 ..그것 때문에 파충류관 못갈뻔 했다.

 

 

 

 

 

 

 

 

 

 

 

그런데 파충류관 못갔으면 후회했을 것 이다. 실내에 있는 곳인데 코모도 도마뱀 우리 뒤 쪽에 있었다. 들어가는데 너무 어둡고 무서웠다. 그러나 1차 공간이 나왔는데 붉은 새 무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펜스가 있긴 한데 그냥 낮은 나무 펜스고 쟤내는 새인데? 그냥 천장에만 그물 쳐져 있는 정도라 나에게 다가 올까 무서웠다. 실제로 펜스 위에 올라가 있는 애도 있었다. 다시 돌아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후다닥 다음 코스로 이동. 또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데 다시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중간에 동물 관리하는 직원들이 나타나서 다행이었다. 거길 나가니 갑자기 엄청 더웠다. 악어 서식지 였던 것인데 거기 조경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깜짝놀랐다. 공간이 엄청 예뻤다. 악어원형으로 된 공간에 나선형 계단과 각종 식물들. 가보니 실내에는 관람객들이 몇몇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여러 파충류들을 볼 수 있었다. 개구리랑 곤충도 있었다.

나가면서 다시 다른 포유류들을 보았다. 사슴종류나 코끼리,기린, 원숭이, 사자, 호랑이 등 다양하게 있었다. 겨울이라 수중생물들은 별로 없었다. 백호 실제로 처음 보게 되었는데 꽤 큰 호랑이였다. 숫사자는 계속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해서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았다. 생각보다 다양한 동물이 많았다. 항상 지나치게 덥거나 추울때 동물원 갔었는데 적당한 기후라서 좋았다. 물론 이 나라 치고는 추운날이겠지만.

이 때쯤 혼자 사진 찍는 스킬이 늘어서 이제 뒷모습도 찍을 수 있게 되었던 기념 사진.

 

 

 

 

 

 

 

동물원에서 재미있게 보내고 나와 공원을 산책했다. 걷다보니 자연스레 핀초언덕에 오게되었다. 여기서 보는 경치도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진정한 석양과 야경 스팟이었다.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아서 기다릴 겸 휴식도 할 겸 공원 한 쪽에서 나무 드로잉을 하고 놀았다. 원래 이 여행의 목적은 이런거였는데.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쉬면서 공원 많이 다니고 그림그리고 혼자 놀기. 어쩌다보니 엄청나게 돌아다니기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 해가 지고 있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석양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도 사진찍고 석양을 바라보는데 그 때 하늘 색이 다채롭고 아름다웠다. 갖가지 색과 구름의 조화가 만들어낸 풍경. 포폴로 광장 위쪽에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감상하다가 해가 지고 내려와 걷기 시작했다. 메디치빌라 앞을 지나 쭉 가니 다시 스페인 광장이 나왔다. 거기서 야경 한 번 보고 다시 쭉 내려갔다.
어둑한 골목들을 산책하는 것은 운치있고 즐거웠다.

Posted by jur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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