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산 둘레길 8구간, 7구간, 6구간, 5구간 산책기

지난 3월초에 인적 드문 곳에서 놀기 위해 북한산으로 가벼운 산행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산책 수준으로 생각하고 간 나에게 녹록치 않았던 구간이었다.

평일이라 더더욱 한적했다. 주말에는 은평과 근처 경기도에 북한산 등산객들로 굉장히 붐비는 모습을 자주 봐서 신기했다. 구파발에 살 때 토요일 아침마다 길게 늘어서 버스대기 등산객들을 보며 자주 놀라곤 했었는데.

 

일단 불광역 근처 8구간 중간지점부터 시작했는데 주택가 사이에 뭔가 올라가는 길이 있었다. 그 근처가 경사진 언덕이라서 이미 초입부터 등산하는 기분이었다. 카카오맵과 GPS에 의지하여 여긴가? 이러고 일단 걸었다. 중간부터 시작이라 그런지 금방 8구간은 다 끝나버렸다.

 

 

 

 

 

 

올라왔던 돌 경사길

 

나와서 7구간으로 가려니 조금 떨어져있어서 주택가를 지나 다시 오르기 시작했다. 여기서 조금 헷갈리는게 우리가 7구간으로 제대로 간 것이 맞는 것인지 였다. 처음에는 조금 힘들긴해도 갈만하긴 했는데 점점 올라갈 수록 맨몸과 평범한 운동화로 가기엔 경사진 바위들을 올라가야 했다. 어찌어찌 조금 올라갔는데 이게 아니다 싶을 즈음에는 내려갈 수도 없을 것 같아 일단 다른 길이 나오는 지점까지 올라가보기로 했다. 인간의 이족보행따위는 지킬 수 없었고 사족보행도 감수하며 안전을 지켰다. 드문 드문 올라가는 다른 사람들이 있었는데 다들 대단. 나와 친구는 그저 산책삼아 둘레길 정도는 괜찮겠지?하는 느낌으로 간 건데 내가 생각한 정도가 아니었다. 등산 제대로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별 거 아니겠지만.

내려온 길
폐쇄된 구기터널 앞

그래도 오기로 중간 지점까지 가서 카카오맵에 표시된 다른 길로 내려오기 시작했다. 그런데 조금 내려오다보니 뭔가 이상했다. 가면 갈 수록 길이라기엔 낙엽이 너무 많이 있었고 경사도 심했다. 급기야 물없는 계곡 바위들을 타고 내려오거나 절벽 바로 옆 좁은 길을 걸어야했는데 고소공포증 있는 나에겐 생명을 건 사투였다. 내려오는 길에 유달리 풀 숲도 많이 헤쳐나와야했는데 다 내려와보니 폐쇄된 길이었다. 어쩐지. 후에 생각해보니 내가 간 길이 7구간이 아닌지도 모르겠다.

 

 

 

 

 

 

 

육체적 정신적으로 지쳤으나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기에 나온 곳 건너편에서 버스타고 구기터널을 지나는 방향으로 2정거장 가서 내려 6구간으로 향했다. 평창동 주택가를 쭉 도는 코스였다. 산에 아예 안올라가고 진짜 산책하듯이 다닐 수 있어서 편했다. 예쁘고 독특한 주택들이 여기 다 몰려있어서 재미있었고 중간중간 절도 있어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특이한 대문도 있고 주택말고 사무실도 더러 있었다. 예전에 이동네 미술관에서 잠시 일했기에 종종 오기는 했으나 이렇게 자세히 다닌 적은 처음이었다.

6구간 끝까지 이어서 쭉 가면 5구간입구가 나온다. 여기서부터는 다시 산을 올라가는 코스. 혹시나 7구간처럼 급경사일까봐 하산하는 분들에 물으니 적절한 코스라고 하셔서 열심히 올랐다.

 

 

5구간은 적당한 등산느낌이었다. 길도 어느정도 다니기 편하게 닦여있고 표지판도 있고. 입구와 중간에 화장실도 있었다. 여기서도 올라가다보면 방향이 나뉘는데 우리는 정릉쪽으로 갔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다보니 어느새 끝 지점이었다. 여기는 비교적 무난한 산이라 그냥 행복했다.

내려오니 성취감이 엄청났다. 뭔가 하나를 이루어낸 기분! 더 이상의 산책은 무리였기에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불광에서 정릉까지 시간은 4시간 반 정도 걸린 듯. 중간에 버스탄 거나 잠깐잠깐 쉰 거 합쳐도 2-30분 내외.

내려오니 바로 앞이 버스종점이고 서울 시내 나가는 버스들이 많아서 다행이었다. 정릉은 처음 가보았는데 조용하고 거주하기는 좋아보였으나 메인 지하철이 먼 듯 했다. 버스타면 종로3가나 구기동이 비교적 가까웠다.

초반에 7구간으로 추정되는 곳이 너무 강력해서 나머지는 그냥 다 무난했던 듯. 산에서 조난 괜히 당하는게 아닌 거 같고 정말 조심해야할 것이다. 목숨의 소중함을 느꼈고 이제 석산 보기만해도 무섭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마치고 나서는 저녁으로 곱창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휴 너무 알찬 하루였다.

Posted by jur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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