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에 짧게 강화도 여행을 다녀왔다.

가장 친한 친구와 둘이 갔는데, 퇴근하고 가느라 밤에 가서 다음날 낮에 나왔으니 잠시 들른 느낌이었다.

친구와 알고 지내고 친하게 지낸지는 꽤 되었지만, 여행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매번 가자가자 말은 했으나 막상 각자의 스케쥴이 있다보니 함께 가지 못했다가 가까이라도 가보자 해서 실행하게 되었다.

가까운 강화도 가서 맛있는거 먹고 놀다오자 정도의 느낌이었다.

나에게는 거의 10년만의 강화도 이기도 했다.

 

 

그 날 친구네에 같이 출근했다가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나왔는데도 6시가 넘었고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했다. 가면서 장보려고 했는데, 대명항 수산물 시장은 6시까지 영업이었고 강화도 하나로 마트는 8시까지 영업이었다. 대명항 수산물 가게에는 미리 전화해서 사장님께 부탁드렸더니 기다려주셔서 7시쯤에 무사히 구매했다. 그 시간에 갔더니 다 문 닫아있고 캄캄해서 무서웠다. 항구 바로 옆인데다 조명도 거의 없어 무슨 밀수하는 기분이었다. 키조개랑 가리비등 이것 저것 사서 50,000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하나로 마트로 후다닥 넘어가서 고기, 풀, 술 등 다른 식재료들을 다 샀다. 비수기여도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았다.

급한 일을 다 처리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다. 친구와 나는 신나하며 이제 숙소가서 얼른 먹자! 하고 즐거워 했다.

그러다 네비게이션에서 경로를 선택해야 했는데, 추천경로와 최단거리가 시간은 비슷한데 거리가 차이나서 별 생각없이 최단거리로 가볼까?라고 하며 출발했다.

그리고 왜 추천경로가 추천할만 한지 알게 되었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갔더니 점점 길이 있는건지 모를 길로 안내했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도 차도 없고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좁은 길로 계속 올라가게되자 정말 무서웠다. 친구가 운전했는데 서로 우리 오늘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하며 공포에 미쳐서 마구 웃어댔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캄캄해서 조금만 실수해도 정말 큰일날 것 같았다. 그러다 평지로 내려와서 기뻐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이번엔 논밭 사이의 좁은 길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고, 최단경로라는 말이 이제는 웃긴 단어가 되어버렸다.

펜션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여기 각방 테라스에서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다고 봤는데, 겨울이라서 공동 사용장을 이용해야했다. 우리가 예약한 방 바로 앞이긴 했는데, 단체 손님들이 있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추위를 감수 하고 방 앞 테라스에서 굽기 세팅을 다 하고 거기서 2시간 가량 놀았다. 다행히도 바람이 안부는 날씨여서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 단체 손님 가고 나서 공동 사용공간에서 조금 놀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고기와 조개 등을 열심히 굽고 열심히 먹었다. 가리비 일부는 구이로, 일부는 회로 먹었다. 키조개는 원래 모짜렐라 치즈랑 같이 구우려고 했는데 장 볼때 깜박해서 그냥 구이로 먹었다.

이런 식으로 가끔 놀러가고는 하는데, 음식 많이 남는 것이 싫어서 어느정도 조절을 해서 사는 편이다. 장 볼때는 배고파서 다들 이것 저것 많이 사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못먹는다. 남자 여자 다 똑같았다. 과자류는 몰라도 특히 고기같은 상할 우려가 있는 것은 남아도 골치다. 이런 경우 많이 봐서 고기만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들도 보통 사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

 

그렇게 열심히 먹는 시간은 계속 되어, 방에서 라면 먹고 간식이랑 술 더 마시고 놀다가 적당히 잠들었다.

숙소는 2인이 쓰기에는 넓은 곳이었고 일부러 침대방 아니고 온돌방으로 예약하여 넓찍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 

침대방은 보통 답답한 느낌이 나서 별로이다.

둘다 공주같은 방 싫어해서 시설은 적절했던 것 같다. 있을 것 다 있고 욕실도 깨끗하고.

숙소 이름이 웨스트포인트였는데, 사실 예약을 급하게 하느라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침대방이 아니면서 바다 가깝고 개별 바비큐가 가능한 곳을 고르다보니 찾은 곳인데 후기가 별로 없어서 걱정했으나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괜찮은 곳이었다. 물론 겨울에는 개별 바비큐가 안되는 듯 하지만...

여기서 바다도 보인다고 해서 약간 기대했지만, 밤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보였다. 아침에는 바다가 잘 보이긴 했지만 간조라서 갯벌 퍼레이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 정리하고 나왔다. 둘이서 사용한데다 친구와 나 둘 다 그런 곳에서 정리를 잘 해야한다는 관념이있어서 진짜 싹싹 다 정리했더니 나갈 때 사장님이 방 엄청 깨끗하게 사용했다며 칭찬?해주셨다. 그런 것으로 괜시리 뿌듯해 했다.

강화도 바다 그 시간에는 거의 갯벌인 것 알고는 있지만, 이왕 온 김에 보고 가기로 했다. 동막해수욕장으로 갔는데, 역시나 매우 갯벌이었다. 별다른 감흥 없이 몇 분 감상한 뒤에 떠났다.

가다가 검색하는데, 브런치가게? 있대서 커피마시고 점심이나 먹고 가자 하고 들렀다.

 

가게 이름은 그린 홀리데이였는데 단독 건물도 주변이 공원처럼 잘 꾸며져있었다.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인테리어나 전망이 좋았고, 식사메뉴는 메인 메뉴와 점심용 메뉴가 따로 있었다. 해장용으로 수제버거가 먹고 싶어서 오늘의 버거를 각각 주문했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셨는데, 요 근래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 커피 맛에 감탄해서 몇번이나 우와 우와 하며 마셨다. 버거와 감자튀김이 같이 나왔는데 이것도 깔끔한 맛이고 맛있었다. 큰 기대는 안하고 갔었는데 매우 만족했다.

 

그렇게 식사하고 수다떨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강화를 떠났다.

 

 

 

Posted by jur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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