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초에 갔던 마포-여의도 왕복 산책

소요시간 약 3시간.

 

지난 번에 북한산에 멋모르고 갔다가 고생한 뒤로 등산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 들었기에 평지 산책 코스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다.

내 산책 취향은 아무 생각안하고 빠르게 쭉 걷기이기에 산보다는 평지라는 걸 깨달았다.

이 날은 오랜만에 선유도를 갔다.

선유도는 예전엔 자주 갔었다. 낮에는 주로 혼자 산책하고 밤에는 지인들과 산책하고 야경보고 맥주도 한 캔 마시고.
실연당해서 우울할 때 가서 멍 하게 있다 오기도 하고 추억이 참 많다.

 

일단 합정역에서 친구와 만나 양화대교를 건너 선유도에 들어갔다.

선유도는 늘 그렇듯이 깔끔하고 조경이 잘 되어있었다.

봄 초입치고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런 것이고 어느정도 인파가 있기는 했다.

여긴 익숙하다보니 잠깐 가볍게 추억여행을 하다가 바로 당산 쪽 한강공원으로 넘어갔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약간있어서 육교나 다리 건널 때 약간 힘들어하는데, 선유도 중간쯤에서 당산 넘어가는 다리가 정말 무서웠다. 안 건널 수도 없어서 최대한 앞만 보고 빠르게 걸었다. 다른 사람들은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고 있지만 나에게만은 최대의 난코스. 해가 갈수록 이 고소공포증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당산 한강공원에서 여의도 방향으로 쭉 걸어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진입했다.

거기서 가는 방향이 두 갈래였는데, 한강변 쪽 말고 샛강이 있는 길로 걸어보았다. 어차피 산책로는 여의도 외곽을 빙 둘러서 갈 수 있어 다 이어져있기는 했다.


 

 

 

생태공원처럼 너무 많이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원은 아니었고, 꽤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버들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버드나무가 무척 많아서 운치있었다.

잘 꾸며진 공원도 예쁘고 기분좋은 산책로이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운 공간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 좋았다.

그렇게 버드나무 숲을 지나 공원 끝자락에 오니 다시 보통때 자주 보던 넓찍한 한강공원의 풍경이 보인다. 벚꽃시즌이었던 때라 벚꽃이 가득 만개해있었고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근처를 살짝 둘러보고 쉴 겸 강이 보이는 곳에 앉아 맥주 한 캔씩을 마셨다. 크루즈 선박장 근처 광장에는 편의점도 있고 주차장도 있어서인지 평일인데도 정말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잠시 여유를 즐기고 바로 근처에서 이어져있는 원효대교를 건너서 마포역 근처 한강공원을 쭉 걸어서 상수역까지 갔다.

늘 말하듯 고소공포증 때문에 원효대교 건너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이런 거대한 다리 건너는 게 덜 무서워서 갈만했다. 다만 자전거타고 지나가는 사람 마주치면 약간 무서웠다.

그 쪽 한강공원은 익숙한 곳이니 뭐.
산책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합정에서 여의도 거쳐 상수역까지의 거의 왕복코스의 마무리로 소소한 회식을 하고 마무리했다.
날이 좋으니 산책이 더 재미있어져서 좋았다. 더 더워지면 낮 산책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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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한창 서울 산책을 신나게 할 즈음에.

선유도역에서 고척스카이돔까지 안양천을 산책했고 대략 1시간 30분~2시간 사이 정도 걸린 것 같다.


산에 질린 이후로 평지 산책코스를 찾아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지도어플에서 선유도 인근에서 구로 방향으로 쭉 내려가는 물줄기가 보였다.
안양천이었는데, 사실 그 동네는 거의 안가봐서 잘 몰랐는데 나름 유명한 산책로였다.

마침 개봉 근처에서 친구 집들이를 하기로 해서 적절한 위치인 것 같아 가보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산책 안해도 되는데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산책을 하지 않고는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선유도역에서 내려 8번 출구 근처의 골목들 사이를 걷다 육교를 통해 건너가면 안양천으로 갈 수 있었다. 그 골목들이 공장같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야했는데 다른 길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가장 지름길인 것 같아 그냥 갔다. 밤에 가기는 조금 무서울 것 같았다.


길이 꽤 넓찍하고 산책로 조성이 잘 되어 있었다.

한창 벚꽃시즌이라 꽃이 가득했고 풀도 많이 자라있었다. 처음 산책을 시작한 2월말보다는 훨씬 풍경이 다채로워졌다. 이리저리 옆을 살피면서 비교적 느긋하게 걸었다.

그리고 그 만큼 곤충들도 많아져서 뭐가 더 좋은 지는 애매했다. 다행히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날파리떼를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곳곳에는 산책하거나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 동네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인 것 같았다. 한강공원이랑 비슷한데 강이 훨씬 작다는 것 정도만 다른 듯.

주거에 있어 산책로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후로는 이런 좋은 공간이 있는 곳만 보면 이사가고 싶어진다.

그렇게 영등포구와 양천구 사이를 쭉 따라 길이 계속 이어져있다.

사진을 일일이 찍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다보니 운동 시설도 있고 나름 잘 꾸며놓은 넓은 광장이나 공원 공간도 있다. 중간에 화장실도 많이 배치가 되어 있고 깨끗해서 좋았다. 한강공원보다 한산한 편이라 산책하기 편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간 2-3일 뒤부터 코로나로 출입 통제한다고 했다.

 
그렇게 쭉 따라가다보니 해가 지며 더 분위기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고척스카이돔이 보이는 곳에서 나와 친구는 시내길로 가야했다. 안양천은 더욱 길게 이어져있었지만 우리는 오류동역까지 가야했기에 산책로는 여기까지.

집만 가까우면 종종 가고 싶은 길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갔다고 생각해서 시간 남을까봐 걱정했는데, 시내길에서 중간에 길을 잘못가서 막상 크게 여유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내 걸은 것 다 포함하면 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잘 안가본 동네라서 시내 산책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열심히 걸은 보상으로 닭목살구이도 먹고 친구네서 신나게 술파티하고 놀며 알차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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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초 여행 기록.

 

이 호텔은 체크아웃이 조금 빠른 편이라 10시 30분까지였다. 너무 일찍 나가도 기차시간이 맞지 않아

딱 10시30분에 데스크로 갔다. 또 암브라와 마무리하며 폭풍 수다를 떨었다. 나는 이제 한국 간다고 이야기 하다 갑자기 한국까지의 비행시간, 암브라의 여행스타일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숙박료 결제를 그제서야 한 뒤 길을 나섰다. 가방 안 맡아줘도 되겠냐고 해서 괜찮다고 기차타기 전에 점심도 먹으려고 일찍 갈거다 라고 했다. 대문 앞까지 데려다주며 서로 허그도 하고 친구처럼 헤어졌다. 이런 살가운 호텔이라니.

 

 

 

 

 

 

 

 

 

 

수상버스를 다시 타고 산타루치아 역으로 갔다. 일단 시간이 있으니 역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마시면서 좀 쉬고 하다 기차를 타고 로마 테르미니로 갔다.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종점에서 종점이라 나름 편했다. 풍경 구경 쭉 하면서 4시간 동안 갔다. 이탈리아 시골 구경은 실컷 했다. 피렌체까진 역방향이다가 그 이후 정방향으로 바뀌었다. 혹시 연착할지도 몰라서 조금 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예매했는데, 제시간에 도착했다.

 

 

 

 

 

 

테르미니에서 공항버스 타러갔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내가 현금이 1유로 부족했던 것. 잔액 계산을 잘 못하는 바람에. 그래서 카드되는지 물어볼까, 아니면 그냥 공항버스 말고 공항철도를 탈까 하는데 어차피 수수료가 철도타는 것 보단 적게들고 저 짐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없어 지하철은 도저히 못타겠다! 하며 역내 ATM에서 돈을 인출했다. 제일 적은 단위가 20유로였는데, 수수료 3유로인가 나왔다. 그것까진 괜찮았는데 환율이 진짜 안좋았다. 좀 심하게. 23.5 유로가 인출된 건데 한화로 38,000원정도 나갔다. 예전에 도쿄에서도 이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잔액 계산 잘하자 다시 한 번 느끼며 버스정류장 갔더니 피우미치노!라고 외치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길래 바로 타고 잠시 후 출발했다. 그래도 버스 탄 덕에 석양지는 로마를 마지막으로 감상했다.

 

 

 

 

 

나는 비행기를 공항 3터미널에서 탑승하면 되는데, 마침 버스가 3터미널 앞에 내려주어 편했다. 일단 대한항공 카운터 번호를 확인하고 가서 수속하고 출국 수속을 했다. 사람이 많은 시간대가 아닌지 여기도 한산해서 다 빠르게 금방했다. 그 시간대에 있던 한국사람들은 아마 같이 비행기를 탈 것 같았다. 시간이 많아서 천천히 면세점 구경도 하고 쇼핑도 했다. 쇼핑이라고 해봤자 리몬첼로 사는 거 였지만. 올리브유도 살까 하고 봤는데 그리스에서 살 때보다 비싸서 하나만 샀다. 그리고 리몬첼로는 큰 병은 종류가 그래도 여러갠데 작은 병은 거의 없고 병 모양도 안예쁘고. 역시 시내에서 예쁜 거 있을 때 더 샀어야했는데. 이래 저래 몇 개 샀더니 진짜 무거웠다. 하필 큰 병 하나는 신전 기둥 모양이라 예뻐서 샀는데 그게 제일 무거웠던 것 같다. 가방에는 노트북이 들어 있어 안그래도 무거운데 들고다니느라 잠시간이나마 힘들었다. 여기는 면세점에서 한번에 쭉 다 고르고 계산하는 곳이 한 군데 였다. 나름 편리한 시스템. 단체로 놀러온 미국 애기들이 많이 정신 없는 분위기긴 했지만.

 

 

그렇게 사고 나서 한 층 올라가서 카페있길래 커피랑 샌드위치를 샀다. 샌드위치 뭐 먹을지 고르고 있는데, 주문 겸 계산하는 곳이 뭔가 소란스러웠다. 보니 아시아계 중년 여성 2명이 주문하는데서 자꾸 '노 달라? 노 달라?'를 외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인데다가 여기 달러 안되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그냥 물어보기만 하는 느낌이면 괜찮은데 진상의 기운이 느껴졌다. 일단 유럽에 왔고, 입국하는 것도 아니고 다 여행하고 출국하는데 무슨 달러인건지....그리고 달러도 사실 종류가 많다보니 어느 나라의 달러인 것도 있고...이건 우리나라와서 일본 엔이나 중국 위안 되냐고 물어보는 거랑 뭐가 달라... 그 와중에 발음상의 문제로 직원들이 아예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은 것. 직원들 표정은 썩어가고 주문은 밀리고 나는 왠지 짜증나고 부끄럽고. 이 때도 끼어들까 말까 고민했는데 일단 카드결제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 같길래 가만히 있었다. 괜히 일행으로 오해받을 것 같기도 했고. 그 카드결제 하는 것도 맨처음에 카드는 안되서 다른 카드로 해서 되긴 했다. 요새 화 낼 상황에 화를 많이 참았더니 누가 조금만 화나게 내도 폭발할 자신이 있었다. 일도 그만두었겠다 이미지로 잃을 게 없어서 정말 그들에게 뭐라고 하고 싶었다. 한국 망신 시키지 말라고. 그러고 나중에 커피 받을 때도 한잔 덜나왔는데 계속 말투가 따지듯이 말하고. 진짜 중국인 욕하지 말자. 우리나라 사람들 먼저 돌아봐야겠다 싶었다. 중년 여성이 총 3명이었는데 다들 그런 태도였다. 왠지 내가 미안해져서 주문할 때도 최대한 상냥하게 말하고 감사하다고 많이 했다. 예전에 카페알바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끔 오는데, 한 번은 중국 여자아이들이 여러명 왔다. 그런데 그들이 다들 한국어도, 영어도 못하는 바람에 주문이 아주 힘겨웠다. 중국어로 자꾸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고 답답했던 기억. 그리고 한국에서 출국할 때 카페에서 본 일본인 중년 여성은 카페가서 꿋꿋하게 계속 일본어로 주문하고 이야기함. 일본 동전 내밀며 이거 되냐고 하는데, 그 직원이 일본어 조금은 할 줄 알아서 어쩌어찌 의사소통 하긴하더라. 일본 갔을 때, 영어로 물어도 일본어로 대답해 주는 것까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본 아닌 곳에서도 꿋꿋하게 일본어로 하는 경우 더러 있었다. 이게 국적 문제가 아니라 정말 사람 나름인 것 같다. 그럼 영어는 뭔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모든 언어를 배울 순 없으니 영어라도 해야지.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인 세상, 언젠가는 올까.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한참 놀다가 비행기 탑승했다. 밤 10시 15분에 출발이었다. 이번에도 난 뒤쪽 자리에 앉았는데 여기도 좌석 지정하면서 제발 옆에 누구 없길 바랬다. 나는 가운데 구역 복도자리였고 이 구역은 4좌석이 연결된 구조였다. 그런데 그 라인에 나 혼자였다! 그리고 자리 특성상 내 옆쪽 창측 구역은 비상구여서 좌석이 아예 없어서 더 편했다.내가 뒤에서 두번째였는데 내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그 줄에 혼자였다. 난 그래서 편하게 옆자리에 내 가방이나 다른 짐도 놓고 팔걸이도 다 쓰고 행복해했다. 그런데 내 뒷사람은 비행기 고수인지 나중에 보니 팔걸이 다 젖히고 4자리에 아예 누워서 자고 있었다. 와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편할 것 같긴했지만 차마 따라하진 못하겠더라.

 

 

 

 

한국에 도착하니 오후 5시정도였던 것 같다. 일단 입국심사는 금방이니까 후딱하고 가방을 찾아 세관신고로 향했다. 작긴한데 주류 여러병 샀으니까. 원래 주류세금 엄청 센 줄 알고 그동안은 한 병씩만 사오고 했는데, 이번에는 당분간 여행 못 갈거라 그냥 세금 좀 내자는 마음으로 여러병 샀기에 처음으로 세관자진신고를 해 보았다. 500ml 2병에 미니어처들 11병 이었다. 미니어쳐는 담당자도 보시고 음? 이게 술이예요? 할 정도. 영수증 보여드리고 뭐가 얼마인지 설명해드렸더니, 자진신고 감면해서 세금 생각보다 얼마 안나왔다. 그 인터넷에서 간의 계산같은 거 해본거보다 덜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 다 잡지는 않는데 몇몇 짐 많은 사람들이 캐리어 스캔하는 거 보긴 봤다. 유럽 직항은 종종 검사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납입하는 서류랑 가상계좌 서류 받아서 집가는 공항버스에서 바로 이체하고 속시원해 했다.

 

 

인천공항 2터미널 전에 친구데리러 갔다가 처음와보았을 때도 공항철도랑 역이랑 가까워서 엄청 좋다고 생각했는데, 공항이 덜 번잡해서 출국, 입국 수속도 빠르고 좋았다.

 

 

 

 

 

 

 

공항 버스 타고 집으로. 베네치아에서 기차로 출발한지 약 24시간 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고 길었다.

 

 

 

 

 

 

 

여행 후기 종합.

전체 여정
인천 - 러시아 모스크바 3일 - 그리스 아테네 3일 - 이탈리아 로마3일 - 피렌체 3일- 베네치아 3일 - 다시 로마들러서 인천

비행 직항이용 4번
인천-모스크바 대한항공
모스크바-아테네 아에로플로트
아테네-로마 알리탈리아
로마-인천 대한항공

공항-숙소 이동은 모두 공항버스

이탈리아 도시 간 이동 3회 모두 이딸로 기차 이용.

비행과 육로 이동 등 모든 교통 수단 지연 없었음.


총 여행 비용 약 300만원 초반 정도. 항공권 총 4편 120만원에 기차와 공항버스, 대중교통 등 교통비 약 20만원대 였던 듯. 아마?
쇼핑은 술과 엽서 정도만 했고 나머지는 식비, 입장료, 숙박료.

숙박은 모스크바, 아테네, 로마는 호스텔 이용했고 대략 1박당 1-2만원대 였다. 피렌체, 베네치아는 호텔 이용했고 가격대는 피렌체는 평균 1박당 4-5만원 정도이고 베네치아는 1박당 9-10만원 정도 였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비수기라서 가능한 가격대였던 것 같다. 교통비도 그렇고 입장료도 비수기라 대부분 절반정도 저렴했다. 2월 여행 할 만 하다 여겨졌다.

러시아의 겨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꽤 치안이 좋았다.
그리스는 작지만 정감있는 활기찬 관광지의 느낌이었고, 이탈리아는 정말 볼 것들이 다양하고 많아서 왜 전세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가는 지 이해했다.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았던 15일. 귀국하니 또 다시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여행하는 동안 잡 생각도 없고 즐거웠다. 일단 퇴사의 결정적 계기가 된 후두염과 성대결절 완치에 미술관도 원없이 다니고 행복했다. 여행이라는 건 뭔가 물질적으로 남는 건 아니지만, 그 시간과 경험은 정신적으로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이번 여행은 지쳤던 나에게는 특히나 잠시마나 현실에서 벗어나는 시간으로, 머리가 깨끗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러가지 잊고 있던 의욕들도 다시 되새겨지고 영감도 받고 좋았다.그리고 난 혼자 정말 잘 논다는 것도. 외롭지도 않고, 한국음식도 생각 안나고.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충전한 의욕들을 실천해야겠지만. 이라고 결심했었는데 2020년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혼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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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짧게 강화도 여행을 다녀왔다.

가장 친한 친구와 둘이 갔는데, 퇴근하고 가느라 밤에 가서 다음날 낮에 나왔으니 잠시 들른 느낌이었다.

친구와 알고 지내고 친하게 지낸지는 꽤 되었지만, 여행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매번 가자가자 말은 했으나 막상 각자의 스케쥴이 있다보니 함께 가지 못했다가 가까이라도 가보자 해서 실행하게 되었다.

가까운 강화도 가서 맛있는거 먹고 놀다오자 정도의 느낌이었다.

나에게는 거의 10년만의 강화도 이기도 했다.

 

 

그 날 친구네에 같이 출근했다가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나왔는데도 6시가 넘었고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했다. 가면서 장보려고 했는데, 대명항 수산물 시장은 6시까지 영업이었고 강화도 하나로 마트는 8시까지 영업이었다. 대명항 수산물 가게에는 미리 전화해서 사장님께 부탁드렸더니 기다려주셔서 7시쯤에 무사히 구매했다. 그 시간에 갔더니 다 문 닫아있고 캄캄해서 무서웠다. 항구 바로 옆인데다 조명도 거의 없어 무슨 밀수하는 기분이었다. 키조개랑 가리비등 이것 저것 사서 50,000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하나로 마트로 후다닥 넘어가서 고기, 풀, 술 등 다른 식재료들을 다 샀다. 비수기여도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았다.

급한 일을 다 처리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다. 친구와 나는 신나하며 이제 숙소가서 얼른 먹자! 하고 즐거워 했다.

그러다 네비게이션에서 경로를 선택해야 했는데, 추천경로와 최단거리가 시간은 비슷한데 거리가 차이나서 별 생각없이 최단거리로 가볼까?라고 하며 출발했다.

그리고 왜 추천경로가 추천할만 한지 알게 되었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갔더니 점점 길이 있는건지 모를 길로 안내했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도 차도 없고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좁은 길로 계속 올라가게되자 정말 무서웠다. 친구가 운전했는데 서로 우리 오늘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하며 공포에 미쳐서 마구 웃어댔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캄캄해서 조금만 실수해도 정말 큰일날 것 같았다. 그러다 평지로 내려와서 기뻐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이번엔 논밭 사이의 좁은 길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고, 최단경로라는 말이 이제는 웃긴 단어가 되어버렸다.

펜션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여기 각방 테라스에서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다고 봤는데, 겨울이라서 공동 사용장을 이용해야했다. 우리가 예약한 방 바로 앞이긴 했는데, 단체 손님들이 있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추위를 감수 하고 방 앞 테라스에서 굽기 세팅을 다 하고 거기서 2시간 가량 놀았다. 다행히도 바람이 안부는 날씨여서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 단체 손님 가고 나서 공동 사용공간에서 조금 놀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고기와 조개 등을 열심히 굽고 열심히 먹었다. 가리비 일부는 구이로, 일부는 회로 먹었다. 키조개는 원래 모짜렐라 치즈랑 같이 구우려고 했는데 장 볼때 깜박해서 그냥 구이로 먹었다.

이런 식으로 가끔 놀러가고는 하는데, 음식 많이 남는 것이 싫어서 어느정도 조절을 해서 사는 편이다. 장 볼때는 배고파서 다들 이것 저것 많이 사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못먹는다. 남자 여자 다 똑같았다. 과자류는 몰라도 특히 고기같은 상할 우려가 있는 것은 남아도 골치다. 이런 경우 많이 봐서 고기만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들도 보통 사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

 

그렇게 열심히 먹는 시간은 계속 되어, 방에서 라면 먹고 간식이랑 술 더 마시고 놀다가 적당히 잠들었다.

숙소는 2인이 쓰기에는 넓은 곳이었고 일부러 침대방 아니고 온돌방으로 예약하여 넓찍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 

침대방은 보통 답답한 느낌이 나서 별로이다.

둘다 공주같은 방 싫어해서 시설은 적절했던 것 같다. 있을 것 다 있고 욕실도 깨끗하고.

숙소 이름이 웨스트포인트였는데, 사실 예약을 급하게 하느라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침대방이 아니면서 바다 가깝고 개별 바비큐가 가능한 곳을 고르다보니 찾은 곳인데 후기가 별로 없어서 걱정했으나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괜찮은 곳이었다. 물론 겨울에는 개별 바비큐가 안되는 듯 하지만...

여기서 바다도 보인다고 해서 약간 기대했지만, 밤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보였다. 아침에는 바다가 잘 보이긴 했지만 간조라서 갯벌 퍼레이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 정리하고 나왔다. 둘이서 사용한데다 친구와 나 둘 다 그런 곳에서 정리를 잘 해야한다는 관념이있어서 진짜 싹싹 다 정리했더니 나갈 때 사장님이 방 엄청 깨끗하게 사용했다며 칭찬?해주셨다. 그런 것으로 괜시리 뿌듯해 했다.

강화도 바다 그 시간에는 거의 갯벌인 것 알고는 있지만, 이왕 온 김에 보고 가기로 했다. 동막해수욕장으로 갔는데, 역시나 매우 갯벌이었다. 별다른 감흥 없이 몇 분 감상한 뒤에 떠났다.

가다가 검색하는데, 브런치가게? 있대서 커피마시고 점심이나 먹고 가자 하고 들렀다.

 

가게 이름은 그린 홀리데이였는데 단독 건물도 주변이 공원처럼 잘 꾸며져있었다.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인테리어나 전망이 좋았고, 식사메뉴는 메인 메뉴와 점심용 메뉴가 따로 있었다. 해장용으로 수제버거가 먹고 싶어서 오늘의 버거를 각각 주문했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셨는데, 요 근래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 커피 맛에 감탄해서 몇번이나 우와 우와 하며 마셨다. 버거와 감자튀김이 같이 나왔는데 이것도 깔끔한 맛이고 맛있었다. 큰 기대는 안하고 갔었는데 매우 만족했다.

 

그렇게 식사하고 수다떨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강화를 떠났다.

 

 

 

Posted by jur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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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3월 초 여행 기록.

 

 

 

 

피렌체를 떠나 베네치아 산타마리아 역에 내리니 복잡하긴 한데 코스프레같은 행사가 있는지 다양한 옷을 입고 분장한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 무슨 코믹콘 행사라도 하나 싶었다.

 

 

 

 

 

 

 

 

 

약간의 의문을 뒤로 한 채 수상버스를 타고 리알토 다리에서 내렸더니 사람이 더더욱 미친듯이 많았다. 발 디딜 틈 없이 많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 역시나 가면을 썼거나 아예 제대로 코스튬을 갖춘 사람들이 많았다. 여긴 관광도시라서 이렇게 항상 붐비는 건가? 하며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다른 때는 리알토다리 정류장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3분인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참 걸렸다. 호텔 직원?사장?과 이야기 하다 물어보니 카니발!!이라며 항상 이렇지는 않다고 했다. 하필 내가 간 날이 축제기간 막바지인데다 토요일이라서 가장 많은 날이었던 것이다.

이 호텔은 체크인이 좀 일찍이라 1시부터였다. 그 대신 체크인 시간도 11시로 다른 곳보다 빨랐다.

 

 

베네치아 본 섬 숙소들이 시설에 비해 비싸기로 유명하다고 했지만, 나는 기차타고 메스트레에서 왔다갔다 하기 싫어서 본 섬으로 예약했다. 어쩐지 베네치아가 유독 호텔들이 빨리 마감된다 싶었는데 축제기간이라서 더 그랬나보다. 이 호텔 2박에 160유로정도 했다. 조금 오래된 호텔이고 건물의 한층만 호텔인 작은 곳이다. 그렇지만 여기도 욕실은 새로 공사했는지 새 거 티가 났고 싱글룸인데 침대도 꽤 넓었다. 옷장도 있고. 책상은 엄청 조그맣지만. 입구에서 벨 누르면 문 열어주고 계단 올라가면 호텔이다.

호텔 사장 혹은 직원인 암브라가 날 맞이해 주었다. 내 앞에 체크인하는 사람이 있어서 좀 기다렸다. 이야기를 한참 하길래 아는 사람인건가 하고 쭉 기다렸는데 원래 말이 엄청 많은 거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와서 이야기하는데 나랑도 얘기 한참했다. 호텔 소개와 베네치아에 대한 안내 등등을 해주고 카니발이야기 하고. 내 방에 들어와 대충 짐 정리하고 나갔다. 나가면서 점심먹으러 갈건데 파스타 맛집아냐고 물으니 엄청 적극적으로 알려주었다. 지금 사람이 너무 많으니 조금 덜 복잡한 곳에 있는 곳으로 2군데 알려주고 디저트 맛집도 알려주었다. 디저트 가게에서 꼭 먹어보라며 무슨 빵을 알려주었다. 아주 자세히 알려주어서 그 빵에 들어간 재료도 검색해서 사진 보여주며 거기 건포도랑 무슨 견과류 들어가는데 알러지 이런거 없냐고 물어보고. 정말 친절하고 사교적인 성격이었다. 다만 이탈리아 특유의 영어억양을 넘어 베네치아의 억양인지 열심히 잘 들어야했다. 그러한 발음은 수상버스에서도 들렸는데 예를 들자면 Next Stop is ---이면 넥스트 스토프 이즈 이런 식으로 들렸다. ㄹ,ㅁ발음 이외의 받침은 따로 발음하는 듯 했다. 이야기 하다가 자신의 고충도 토로하며 외국에서 누가 예약하려는데 자꾸 최종결제단계를 안해서 전화로 알려주는데도 자꾸 못한다, 나는 엄청 열심히 설명하는데 엉엉, 이런 일로 매일 전화를 한다 등등. 약간 투머치 이긴한데 나는 시간이 급박한 여행자는 아니다 보니 재미있게 들었다. 축제기간이라 소매치기 엄청 조심해야한다고도 하고.

 

 

 

 

 

 

 

 

 

암브라가 알려준 곳 중 한 곳을 향해 가면서 길 구경도 했다. 베네치아는 길이 워낙 좁고 섬 도시다 보니 본 섬에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아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교통수단은 배만 있었다. 길이 좁아서 미로같고 300여개의 다리가 있다고 했다. 암브라가 헤어지며 길 조심하고 꼭 또 만나자고. 다행히 GPS가 잘 작동해서 길 잃지는 않았다. 다만 켜고 조금 기다려야 정확한 위치가 나오기는 했다.

 

파스타가게는 적당히 사람이 많았다. 오징어먹물파스타를 먹었다. 14유로. 생각보다 짜긴한데 탄산수랑 같이 먹어서 먹을만 했다. 후식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 먹었다. 서비스 차지는 2유로. 베네치아가 해산물이 유명해서 그런걸로 바가지 씌우는 데들이 있다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해산물 파스타가 저렴해서 주문했는데 알고보니 g당 가격이었다거나 그런. 꼭 메뉴판 자세히 봐야 한다고. 다행히 내가 간 중에는 그런 가게를 못 보았다.

 

 

 

 

 

 

 

 

 

 

산책 겸 걸으며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갔다. 가는 길에 다양한 분장한 사람들도 보고. 사진촬영 부탁하면 포즈잡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분장한 채로 공연하는 사람들도 있고. 음악 틀어놓고 춤추거나 직접 음악 연주하거나. 여러명이서 악단처럼 음악 크게 연주하다가 경찰한테 제지당하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 제지당하는데도 패기롭게 더 하자!!우어어! 이런 식으로 관람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베네치아 야경투어

나와서 천천히 걸어 야경투어를 들으러 갔다. 시작점은 기차역 근처라 다시 그 곳으로 갔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근처 둘러보고.
소수정예투어라고 되어 있었기에 몇 명이나 되려나 했는데 총 7명. 적당한 숫자였다. 그래서 여기는 수신기가 따로 필요없었다. 가이드분이 서로 이야기도 하면서 가라고 했는데 정작 그럴 시간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걸어서 조금 둘러보고 수상버스 중간에 2번타고 이동해서 야경들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총 3시간정도 걸리는 코스. 주요 장소들은 다 가는 거였긴 한데 베네치아가 워낙 좁다보니 아까 내가 산책하며 갔던 곳들이 많았다. 그래도 뭔지 모르고 봤는데 설명 들어서 아~이게 그거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워낙 어딜가도 사람이 많았긴 한데 산마르코 광장에서 공연이 있어서 엄청 번잡하고 소란스러웠다. 가이드분 설명이 잘 안들릴 정도. 클럽같은 분위기의 공연이라 흥겨워 보여서 약간 거기서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투어 중이니까 조금만 구경했다. 거기서 개인 시간 조금 주고 다시 투어다니다가 마지막 장소가 리알토다리라서 나는 숙소 가기 편했다. 다른 분들은 숙소가 육지쪽인건지 나중에 가이드분과 같이 다시 수상버스타러 가고 나는 따로 걸어갔다. 마무리하는데 이번 가이드분도 이제 곧 한국 간다고 해서 신기했다. 내가 들은 가이드분들이 다 마지막 투어.

베네치아 가이드분 설명 열심히 해주시고 그러긴 한데 뭔가 나랑 핀트가 안맞았다. 초반에 인트로할 때 간략한 설명하고 나서 질문있냐고 하는데 다들 가만히 있었더니, '네, 하긴 뭘 알아야 질문도 하죠?'하는데 이건 뭐지 싶었다. 따지기 귀찮고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분위기 상 그냥 있었다. 중간 중간에 약간 그런 비슷한 느낌들이 있었다. 설명 열심히 해주고 자료도 여러가지 보여주시고 해서 도움되는 부분 많긴했는데 뭔가 기분이 마냥 좋진 않은. 투어 들어본 적 있는 사람 있냐고 물어서 나만 손들었는데, 로마에서 들었다고 했더니 그 투어는 어땠냐고 하는데 그걸 뭐라고 말해야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사람 많았다고만 했다. 아 그리고 여행과 관광의 차이가 무엇일 것 같은지 묻는데, 여행이 더 큰 범주고 그 속에 관광이 있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왠지 그걸 원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역시나 여행은 여러가지를 알아가며 다니는 거고 관광은 패키지투어처럼 슥슥 보고 하는거 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여행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 취지는 뭔지 알겠는데,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화법을 가지신 분이라는 건 깨달았다. 너무 다른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거나 여행 자체를 처음 왔다는 전제로 하시는 듯? 그렇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베네치아 야경투어는 선택권이 별로 없었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투어자체는 유의미해서 큰 후회는 없었다.

 

 

 

그렇게 9시쯤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베네치아 2일차 아침.

 

 

 

 

 

 

Marchini

다음날은 일요일이었고 오전 11시에 곤돌라를 예약해 두었다. 베네치아가 길이 복잡하니 실제 거리보다 가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아서 1시간30분 전 쯤 나갔다. 일단 어제 암브라가 알려준 디저트 맛집 Marchini 에 갔다. 리알토 다리 근처 H&M 앞인데, 아침부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의자는 따로 없고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서서 먹고 커피마시는 구조였다. 그래서 주문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맛있어 보이는 건 엄청 많았는데 빵 이름들을 잘 모르니까. 직원도 많고 손님도 많고. 한참 눈치보고 구경도 하다가 간신히 주문 성공! 암브라가 추천해 준 둔 빵의 이름을 보여주고 2개 달라고 했다. 서서 일단 한개 먹고 한개는 들고 나가서 먹었다. 음 그냥 한국 옛날식 도너츠 느낌? 튀긴 빵에 설탕이 많이 묻혀진 거였다. 안에 견과류랑 건포도는 조금 있고. 내가 원래 그런 튀기고 설탕 많은 빵을 별로 안 좋아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일단 아침식사 겸 잘 먹었다.

 

 

곤돌라

 

 

 

 

 

 

 

 

 

 

 

 

 

 

길 구경이랑 그 근처산책도 하려고 일찍 나간 거였는데 안 그랬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곤돌라 탑승 예매 모이는 곳이 산마르코 광장 근처라 거길 지나가야 했는데, 그 근처가 다 통제되어 있었다. 사람들로 좁다란 길들이 가득 차 있어 반대로 나가는 것 조차 힘들었다. 초반엔 여유롭게 가고 있었는데 그 때부터 긴박해졌다. 처음엔 길 한두군데만 막힌 줄 알고 그럼 시간도 있는데 조금 돌아가지뭐 하는데 여기도 막히고 저기도 막혀있었다. 그때가 되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나는 조금 많이 돌아가는 길로 가야 할 것 같아 열심히 지도를 보며 그 좁은 길을 뛰었다. 어찌어찌해서 10시 50분에 집결지로 갈 수 있었다. 11시까지 가야했었다. 내 3만5천원 날릴까봐 두려웠다. 나는 혼자간거라 곤돌라 그냥 타려면 비싸니 일부러 단체로 타는 거 신청한 건데 '이걸 못타면 안돼! 베네치아 다시 못올 것 같은데 마지막이야!' 이러면서 절박하게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무사히 타서 다행. 나중에 보니 통제 풀리긴 했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곤돌라 투어는 다양한 국적 사람들이 20-30명정도 모여서 함께 갔다. 한 곤돌라에 5-6명씩 탔다. 거의 2명 단위로 많이 왔고 혼자 온 사람 나 포함 3명. 혼자온 사람들 모여서 타고 다른 모녀해서 이렇게 5명이 같이 탔다. 천천히 베네치아 슥 돌고 큰 바다쪽 한 번 나갔다가 탄 곳으로 돌아오는 코스고 타고 내리는 것 합쳐서 딱 30분정도 걸렸다. 내리니까 11시 40분정도. 인생에 한 번은 타도 좋을 듯. 굳이 2번은 안타도 될 것 같고. 나름 정찰제라고 낮에 80, 밤에 100유로인 것 같았다. 가면서 걸어다닐때는 가까이 못가는 곳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물에 잠긴 바다쪽을 향하는 계단을 보며 예전에는 수위가 더 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이 탄 여자아이가 엄청 귀여웠는데, 막판에 양산을 물에 빠뜨려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다행히 양산이 펼쳐진 상태라 바로 구조할 수 있었다.

 

 

 

 

 

 산마르코 광장과 카니발

 

 

 

 

 

 

 베네치아에서 모두가 마시고 있던 스피리츠

 

 

 

 

 

 

 

 

 

 

 

다음은 베니스비엔날레 터를 향해 갔다. 올해 5월인가 6월에 한다는데 나는 그 때 시간이 안될 것 같아 아쉬운대로 그 근처라도 가보았다. 산마르코 광장 근처의 바다로 가서 그 항구있는 길을 쭉 따라서 가면 되는 단순한 코스였다. 물론 거리는 베네치아치곤 좀 가야했지만. 정말 사람 많았다. 길도 넓은 데 그 길을 사람들이 다 메우고 있다. 물론 코스튬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면축제지만 분장자체도 일종의 가면인지 코스프레 축제였다. 이거 일부러 맞춰서 오기도 힘들다는데 나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비엔날레 대신 카니발이라도 봐서.

 

 

 

 

 

가다가 조금 한산해지는 구간에서 가게에 앉아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 항구 근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이 다들 무슨 주황색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술 같은데 이름을 몰라서 궁금해 하다가 내가 들어간 곳에서도 많이 마시고 있길래, 직원에게 저 오렌지색 음료 무엇이냐 나도 한 잔 주문하겠다 해서 파스타랑 같이 마셨다. 오렌지맛 나는 칵테일같은 거 였다. 이름이 스피릿츠인가 스프리츠인가 그런거였다. 여기는 항구 앞이라 뷰가 좋아서 앉아 있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여유롭고. 마지막 파스타로는 까르보나라를 주문했다. 해산물할까 하다가 그냥 해산물은 한국도 어차피 신선한거 많은데 뭐, 싶어서 그냥 계란맛이 나는 파스타를 다시 먹어보자! 하며 주문했다. 맛은 무난했다. 항구 앞 쪽에 있는 가게들은 전망이 좋은 게 우선이라 맛은 왠지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가격도 너무 번화한데보다는 저렴하고 덜 복잡하고. 파스타 14, 음료 6, 서비스차지 2였다. 평균적으로 보통 이 정도의 가격대 인 듯 하다.

 

 

 

가다가 젤라또 파는데도 있어서 먹었다. 3가지 맛 고르면 4유로. 젤라또 가격은 로마나 피렌체는 보통 3가지맛에 2.5~3유로 정도였고 베네치아는 4~4.5유로 정도였다. 일단 베네치아에서 2번 먹었는데 둘다 맛있었다. 그 피렌체 베키오 다리근처 거기만 빼고는 다 좋았다. 여기서 주문하는데 직원이 하나 잘 못 알아들어서 내가 말한거의 옆 꺼를 줬는데 그것도 엄청 맛있었다. 그거 이름이 어려워서 뭔지는 모르겠고 정확히 무슨 맛이다!할만한 건 없는데 아무튼 맛있었다. 전체적으론 바닐라색인데 초록 시럽같은거 있고 젤리 조금 있는 거였다. 젤리는 안좋아하는 데 크림이 맛있었다. 그리고 개인적 취향이지만 젤라또는 과일계열보단 초코나 커피등의 계열이 더 부드러웠다. 전반적으로 베네치아가 다른 곳 보다 전체적인 물가가 조금 비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게 먹으면서 항구와 바다를 보다보니 평온해졌다. 그 근처는 이미 많이 한산한 상황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곳 인근.

 

 

 

 

 

 

 

 

 

 

 

 

 

 

 

 

가다보니 공원이 보였다. 그 공원 안쪽이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였다. 닫혀있었지만. 살짝 구경하고 나와 다시 바다를 보며 걸었다. 또 공원이 나왔다. 약간 수변공원같은 느낌. 그 근처는 나무들도 많고 공원에서 운동하고 개와 산책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 거주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벤치에 앉아 점점 가라앉는 해를 보여 여유부리고 사진도 찍고 놀았다. 그렇게 한참 사진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뭔가 대화를 시전했다. 대충 내가 사진찍고 있던 저 건너편 섬은 베네치아가 아니라 리도라는 곳이다 라고 하는 듯 했다. 리도 섬은 지도에서 본 적 있어서 대충 알아들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거의 못알아들었다. 무슨 전쟁 이런 단어도 나온 것 같긴한데, 그 할아버지는 이탈리아어로 말하는데 난 모르니까. 그 분은 뭔가 열심히 알려주고 싶어했는데 내가 못알아 듣고 자신도 영어 전혀 못하셨다. 그런데도 열심히 이야기 계속 하시는 패기...의욕은 감사하나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서 난감한 표정으로 대화함. 그리고 그냥 적당히 듣고 웃으면서 할아버지가 Salute라 인사하며 작별. 나도 알아 듣고 싶었어요 할아버지...

 

 

 

 

그렇게 다시 광장쪽으로 이동했다. 조금 가다가 셀카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가면코스프레한 사람이 날 보고는 조용히 와서 내 셀카에 출연했다. 셀카 찍다 갑자기 화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이 나타나서 으악! 놀란후 그냥 웃고는 다시 사진찍고 그 사람은 빠르게 떠났다. 가끔 그런 식으로 와서 소매치기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지만, 일단 이건 나에게는 그냥 웃긴 상황 정도로 끝났다.

 

 

 

 

 

 

 

 

 

 

 

 

 

 

 

 

 

 

 

 

 

 

 

 

 

 

산마르코 광장에 공연 또 하나 싶어 갔더니 이번에는 그 카니발코스튬대회를 하고 있었다.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궁금해서 1등 발표할 때 까지 지켜보았다. 굉장히 다양한 주제로 분장을 해서 옛날식 드레스와 가발, 특유의 화려한 가면부터 슈퍼히어로(주로 아이들이긴 함), 계절, 요정, 펑크, 몬스터, 그 외 영화 캐릭터 들 등 폭넓게 볼 수 있었다. 한 10일정도 한다고 한다. 길 가다 보면 집 테라스에서 나와 퍼포먼스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그리고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고 중/노년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느낌. 그분들은 조금 더 고전 궁중 복식위주로 분장하시긴 했다. 문화가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변하지 않은 나라들은 그렇게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 같다.

 

 

 

 

 

 

 

 

 

 

 

 

 

 

 

 

 

 

 

 

 

1등 발표까지 보고 나서 숙소를 향해 갔다. 가면 샵 같은 곳에 들러 원래 친구 생일선물로 가면을 사줄까 했는데 이왕 살거면 제대로 된 거 줘야하는데 그러면 최소 40-50유로는 줘야할 것 같았다. 여기서 내적 갈등이 시작. 생일선물로 그정도 돈 쓸 수는 있는데 그냥 쓰레기로 전락할까봐 차라리 그 돈으로 쓸모있는 걸 사줘야하나 한참 생각했었다.

그리고 리알토 다리 버스정류장 근처 큰길에 마트가 2개 있는데 거기 가서 저녁먹을거 간단히 샀다. 가끔 물 사던 곳이다. 여기는 물가가 비싸서 마트에서 사도 0.65유로 정도. 저녁으로 먹을 프로슈토랑 생모짜렐라, 와인 하나 샀다. 그리고 그냥 보이길래 쿠키 2박스 샀다. 다 합쳐서 10유로정도. 그 쿠키 친구줬는데, 안에 초콜릿 들어 있었는데 맛있었다고 만족해했다.

마트에서 리알토로 조금 가다가 보면 피자파는 곳이 있었다. 여긴 미니피자였는데 3유로. 여기는 토핑이 좀 있는 피자였는데 맛있었다. 일단 배고프니 저녁을 대충 먹고 나와서 밤거리 한시간 산책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전날은 토요일이라 엄청 나게 사람이 많았고 밤 늦게까지도 활기찬 분위기였는데, 이날은 훨씬 조용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야경을 보았다. 그렇게 쭉 돌고 숙소로 돌아와서 프로슈토에 와인 마저 마시고 잠들었다.

베네치아의 짧은 일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물에 잠기기 전에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기대만큼 좋았던 것 같다. 물 위의 도시라는 낭만이 확실히 있었다. 이탈리아의 도시들 다 나름의 매력이 있었기에 왜 이 세도시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는 지 알 것 같았다.

 

 

 

 

 

 

 

Posted by jurmie
:

 

 

2019년 3월 초 여행 기록.

여행의 출발은 2월에 했지만, 이날 부터는 3월이었다. 봄이긴 하지만 겨울이기도 한 애매한 날씨

 

피렌체에서의 2일이 지나고 3일차였다.

 

 

 

피렌체 중앙시장은 아침8시부터 낮 2시정도 까지만 한다길래, 피사에 가기 전에 잠시 들렀다가 갔다.

 

여러 식재료들을 주로 판매한다고 해서 프로슈토나 치즈 살까 했으나 조금씩 살거면 그냥 마트도 괜찮은 것 같아서 구경이나 하러 갔다. 주변에 가죽 가방들 파는 곳이 엄청 많고 그 사이에 있는 건물로 들어가면 된다.

 

 

 

 

 

 

피렌체 중앙시장

아침 8시 반쯤 갔더니 2/3정도의 가게만 열려 있었다. 2층의 식당가는 반정도만 영업하고 있는데 사람은 거의 없었다. 정육, 채소, 과일, 꽃, 술 등을 파는 가게들이 많았다. 보다가 간단한 기념품들 파는 곳에서 리몬첼로 미니사이즈 40ml 3개에 10유로 길래 사게 되었는데, 무슨 우연인지 거기도 일본인이 하는 데고 일본 사람들이 구매하고 있었다. 그때는 피사 가야해서 한세트만 샀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더 살걸 그랬다. 베네치아에서도 팔긴 하는데 거긴 물가가 다 좀 비싼편이라 이왕이면 여기가 나은 것 같았고 병 모양 종류도 다양했다. 면세에서도 리몬첼로 가격 비슷하고 종류 많다길래 캐리어도 너무 무겁고 해서 다른데서 굳이 안샀는데, 막상 나중에 로마공항 면세점 가보니 큰 병들은 그래도 많고 가격도 10유로 초반이면 500ml 살수 있지만 작은 병들은 팔리니 미니어쳐세트만 있었기 때문이다. 50~300ml 정도로 작은 병들은 중앙시장에서 사는 게 나은 듯 했다. 친구들이 다들 술을 좋아하다보니 제일 쓸모 있는 기념품이 리몬첼로였기에.

 

 

 

 

 

 

 

피사 기차역

 

 

 

 

 

 

 

그렇게 사고 나가다가 음식 파는 곳이 있길래 포장해서 가져갔다. 그게 그 유명한 곱창버거 였던 것 같다. 가져갈 수 있을 만한 음식이 그거밖에 없어서 샀는데 내용물 보니 내장같은 거였다. 그 내용물 맛 자체는 괜찮은데 사고 좀 지나고 먹어서인지 빵이 너무 질겨서 다 못먹었다. 마른 오징어도 못먹는 내 치아는 빵을 제대로 씹기 힘들어 했다. 사람들 많이 가는지 거기도 한국어로 안내가 써있기도 했다. 3.5유로였다.

 

 

 

 

이제 기차역으로가서 트랜이탈리아 표를 사고 피사로 떠났다. 피사에는 피사 Centrale과 피사 S.Rossore 이렇게 두개의 역이 있다. 센트럴 가는게 더 자주 있긴한데 시간만 맞으면 로소르역이 피사의 사탑과 훨씬 가깝다. 그래서 가기 전에 미리 열차 시간 둘 다 검색해보면 좋을 듯. 트랜이탈리아 티켓팅 하는데 여긴 오픈 티켓인지 사도 몇번 열차를 탄다거나 그런 건 안찍혀서 나온다. 미리 어느 열차 타는지 캡쳐해놔서 다행이었다. 열차 타기 전에 티켓에 펀칭도 꼭 해야 하고. 좌석도 자유석이므로 앉고 싶은데 앉으면 되고 2층구조라 자리도 많긴한데 이 기차는 왠지 소란스럽다. 또 일본인들이 내 앞뒤로 더러 앉아서 재잘재잘 이야기했다. 듣기 싫을 정도는 아니긴 한데 내 옆에 앉은 사람은 좀 가다가 다른 자리로 가버리더라. 나야 혼자 있으니 말 할 사람이 없어서 강제 조용함인데 친구들이랑 가면 좀 말할 수도 있는 거겠지. 평소에도 느끼는 거긴 한데, 나이, 성별, 국적, 인종에 상관 없이 그냥 여러명 모이면 무조건 시끄럽다. 심하게 과묵한 성격이 아니고서야 친구들과 여행가는데 다들 묵언수행 하는 것도 아니고 말 하겠지. 딱히 중국인이 제일 시끄러운 것도 아니고 일본인이 제일 조용한 것도 아니다. 유럽인이나 미국인들도 여러명 있으면 시끄러운 건 매한가지였다. 그냥 그런 소음에 짜증을 느끼는 사람들은 자기가 말 안하고 있는 상황이라서 그런 듯. 간혹 어르신들이 어린 애들 모여서 지하철이나 이런데서 시끄러우면 막 혼내고 하시지 않은가? 그럴 때 하는 말이 젊은 것들이 예의가 없다 인데, 그런데 중년이나 노년 한국 사람들이 해외 여행지에서든 한국 지하철에서든 엄청 떠드시던데 그건 늙은 것들이 예의가 없는 건가요?

 

 

 

로소르역은 작은 역이다. 내리는 사람도 별로 없다. 그리고 출구와 입구가 눈에 띄지 않는다. 표지판 있긴 한데 문 같은게 없다. 그냥 나가면 갑자기 길이 띡 나온다. 3-5분쯤 걸어가면 피사의 사탑에 도착한다.

 

 

 

 

 

 

 

주변에 성당같은 거 있고 관광객들이 많다. 그 앞에 가는 건 입장료 없는데 들어가서 올라가는 입장료 있다고 한다. 이왕 거기까지 간 김에 올라가보는 것도 좋겠지만...나는 겁쟁이라 높은 곳 힘들어 해서 올라갈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냥 신기하긴 했는데, 일정 바쁘고 그러면 안가도 될 곳이라고 생각한다. 다른 피렌체 근교도 찾아보고 하다가 피사지도에서 무슨 국립공원을 발견했다. 그래서 거길 가기로 결심했기에 피사의 사탑도 보러 간 것. 사탑 갔다가 하루종일 공원에서 놀 생각이었다.

 

 

 

 

 미글리아리노 피사 국립 공원

 

 

 

 

 

 

 

 

 

 

 

 

 

 

 

미글리아리노

공원 이름은 Migliarino San Rossore 미글리아리노 산 로소르. 국립생태공원같은 거였다. 보통 차나 자전거로 많이 가는 곳인데 나는 운전면허도 없고 자전거도 못타고 열심히 걸을 수 밖에. 길 찾기로는 피사의 사탑에서 도보 1시간정도. 이제 여기서 부터 피사의 진면목이 나오기 시작한다. 그 길찾기 경로로는 비교적 큰길을 따라 일직선으로 가면 되는데 피사의 사탑에서 쭉 걸어가니 로소르 역으로 들어와 버렸다. 이게 글로 쓰면 이상한데 아무튼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그래서 반대편 출구로 나와 조금 돌아서 큰 길로 가서 쭉 가면 된다. 그런데 그 돌아가는 과정에 인도가 제대로 없는 길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차들이 좀 쌩쌩 다님. 그래도 곧 인도가 분리된 길이 나와서 열심히 갔다. 거기서부터는 그냥 일직선으로 가면 되어서 아까산 내장버거를 먹으며 주변 주택들도 구경하고 신나게 걸었다. 좀 흙길이었지만. 그게 왜 그렇게 흙길인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사실은 말이 다니는 길이었던 것이다. 가다가 말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몇몇 보이더니 단체로도 말타고 가더라. 그 중 한사람이 손 흔들면서 'Only for ---!!'이러는데 그 어딘가에서만 그렇게 말을 탈 수 있다는 뜻인가 보다. 그 길에 걸어다니는 사람은 약 30-40분 동안 나밖에 없었지만 중간중간 주택도 있고 승마하는 사람들을 종종 있어서 별로 무섭진 않았다. 조깅하는사람 한명 보고.

 

 

 

 

 

 

 

 

 

 

 

 

 

 

 

 

 

 

 

 

 

 

 

 

 

 

 

 

 

 

 

그렇게 쭉 가면 국립공원 입구가 나온다. 다시 쭉 들어가면 무슨 건물들도 몇개 있고 숲이 펼쳐져 있었다. 안내 지도에는 어느 지역에 어떤 동물들이 있는지 나와있고 어디어디를 갈 수 있고 못가는지 나와있는데 못가는 구역이 많았다. 그런데 서식하는 동물들 보면 그럴 수 있을 것 같았다. 각종 새와 멧돼지 이런 것들이 다 있는데 개인적으로 들어가는 건 여러모로 문제일 것 같긴 했다. 구글맵에 홈페이지 연동되있어서 미리 보긴 했는데 핸드폰으로 들어갔더니 이탈리아어만 있어서 몰랐는데 나중에 pc로 들어가니 영어버젼이 있었고 예약하는 페이지도 있었다. 혹시 당일이라도 안될까 해서 관광 안내소를 갔는데 하필 딱 점심시간......나름 금요일인데도 사람이 별로 없고 그래서 일단 갈 수 있는 곳은 가보기로 했다. 비교적 큰길을 따라서 쭉 걸었다. 숲 속에도 들어갈 수는 있는데 생각보다 사슴이 너무 많아서 못갔다. 사슴이 아무데나 막 있었다. 뿔있는 애들이 공격할까봐 좀 무서웠다. 내 발소리 같은게 들리면 일단 사슴들이 날 쳐다본다. 그러다가 나도 쳐다보고 거리가 어느정도 가까워지면 알아서 도망가긴했다. 그런데 건물 근처에 있는 애들은 그런거 없고 1-2미터 앞이어도 쳐다본다. 사슴과 나의 대치상황. 걷다가 숲 속에 있는 애들과 가까이서 마주치게 되었는데 나도 너무 놀랐지만 사슴들이 더 놀라서 마구 도망갔다. 우르르르. 평생 볼 사슴 거기서 다 봤다. 한 100마리는 족히 본 것 같다. 진정한 사파리.

바다는 못가더라도 강은 갈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쭉 끝으로 갔지만 거기도 통제구역. 그래서 다시 반대로 쭉 걸어왔다. 날씨가 좀 흐리다가 중간에 맑아져서 다양한 풍경을 느낄 수 있었다. 초반에는 전형적인 유럽스러운 흐린 날의 숲이 느껴졌다면 후반은 햇살이 느껴지는 따스한 숲. 중간 중간 부러진 나무들이 있는데 너무 거대해서 쓰러진 공룡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한국 공기가 그렇게 안좋다는데 맑은 공기 실컷 마시는 건강 여행이었다. 실제로 여행 오기 직전까지 목이 만신창이라 후두염에 성대결절에 기침하고 난리인데다 약 먹어도 잘 안나았는데, 여행 온 지 2일 정도부터 급격히 나아졌다. 물론 말을 별로 안해서 나은 것도 있는 것 같지만.

 

 

 

 미글리아리노 근처 시골길

 

 

 

 

 

 

 

 

 

 

 

 

 

 

 

 

 

이제 점심시간 지나서 관광안내소에 문의라도 해볼까 고민하다가, 여기서 더 위쪽으로 올라가면 바다있는데 거기는 국립공원이 아니어서 그냥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걸어서 1시간반인가 2시간정도 거리이긴 한데 못 갈 건 아닌거 같아 시도해보기로 했다. 이때의 날 말리고 싶다. 어차피 그 다음날 베네치아 갈거라 바다 실컷 볼건데 왜 바다에 그리도 집착했는지...차라리 관광 안내소를 갔던가 안되면 그 공원이라도 좀 천천히 보고 피사역으로 갔어야 했다. 이미 인적 드문 길들을 걸으며 들판 보는 게 재미있었기에 생각 없이 길을 나섰다. 쭉 가서 로소르역 가기 조금 전에 좌회전 해서 올라갔다. 그길로 가다가 왼쪽으로 가면 바다가 나오는 거긴 한데...... 이 길도 인도가 없었다. 그러다 말겠지 싶어 힘겨웠지만 길게자란 풀들을 밟으며 열심히 걸었다. 차들이 쌩쌩 다녔다.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얼마나 갔을까 20-30분 정도 간 것 같았다. 그런데 중간길에서 그 큰 길로 진입하려던 차가 나를 보더니 진입 직전에 뭐라고 말을 건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는데 그냥 무서웠다. 무시하고 걸었고 어차피 그 차는 나를 쫓아올 수는 없는 상황이었기에 갔는데, 그냥 길 잃은 것 같아 보이니 도와주려던 거였는진 몰라도 분위기나 느낌은 그렇지 않았다. 과거의 경험이 떠올랐다.

 

대학생 1-2학년시절 서울 모 뉴타운으로 이사를 갔는데 너무 초반이라 입주도 많이 안했고 지하철 역 근처가 공사중이고 휑 했었다. 마을버스 타는 곳으로 가고 있는데 한 차가 지나가다 멈춰서 나한테 일산 가려면 이 방향이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대답하고 저쪽으로 가셔야 한다고 알렸는데, 중년 남성이 나를 태워준다고 하는게 아닌가. 그래서 거절하고 마을버스타러 가는데 그 차가 인도 가까이 차를 대려고 했다. 무서워서 후다닥 뛰어서 마을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버스 종점인 곳이라 이미 한대가 정차해있었고 정류소 근처에서 벌어진 일이라 무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 아저씨가 원래 오던 방향으로 쭉 가야 일산인데 굳이 이쪽을 꺾을 필요가 없었는데? 그 즈음부터 꽤 한동안 그 역 근처에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엄마도 종종 당했다고.

 

그런 과거가 떠오르면서 확 공포심을 느낀 나는 어떻게든 빨리 여기를 벗어나야 할 것 같아 뛰기 시작했다. 그 잡초 무성한 국도 길을. 여기서 중요한 건 난 발이 여전히 아픈 상태였다는 거다. 그때는 발 아픈게 문제가 아니었다. 일단 살아야 할 것 같았다. 복장이라도 좀 운동복이었다면 조깅으로라도 보였을 텐데 검정 트렌치코트를 입고 있었다. 지도를 보니 조금만 더 가면 마트고 있고 집도 있는 구역이 나오길래 거기까지만 버티자 하며 뛰다 걷다 하였다. 가는 중간에 총소리 같은게 계속 들렸다. 시골이고 그 옆이 다 밭 같은거라 사냥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실수로라도 내가 맞을까 더 무서워졌다. 절박해서 그런지 왠지 숨이 덜 찼다. 조금 인적이 있는 곳이 나와 살았다!! 하고 기뻐했지만 그게 다였다. 거기도 또 인도가 없는 길이였다. 일단 그쪽 방향으로 해서 쭉 내려가면 피사의 사탑이랑 로소르역이 나와서 가는데 차는 아까보다는 덜 다녔지만 사람 안다니는 건 똑같았다. 그나마 위안이 되는 건 집들이 군데 군데 있다는 것. 그렇게 얼마나 갔을까 불안해서 사진도 안찍었다. 가다가 피사의 사탑 거의다 오니 드디어 인도가 있는 곳이 나왔다!!! 새삼 인도의 소중함을 절실하게 느꼈다. 빨리 이 곳을 벗어나 시내, 피렌체로 가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미리 캡쳐해둔 열차 시간을 보니 로소르역에서 15분 뒤 열차가 있었다. 돌아가는 노선인지 시간이 두배로 걸리긴 했지만 그걸 따질때가 아니었다. 그냥 앉아서 쉬면서 간다고 생각하고 타러가려는데, 이제 길만 건너면 되는데 그 반대편으로 가는 길이 없었다!! 무슨 막아진 철조망만 보이고. 근처의 지하도로 가야했던 것. 마음은 급했고 길은 어렵고. 그렇게 지하도로 나오니 아까 실수로 들어가서 알게 된 로소르역 입구 근처였다. 다행이다 하는데 너무 갈증이 나서 바로 옆의 큰 마트에서 음료 사고 뛰어서 역으로 갔다. 지하도를 한 번 더 가야 티켓을 살 수 있었다. 후다닥 사니 4시 52분인가 53분. 열차는 55분이었다. 간당간당하게 기차를 타고 드디어 피렌체로 가게 되었다. 그리고 4만4천보를 걸었던 것을 알게 되었다. 발이 찌릿하게 아팠다.

 

 

 

 

사람들이 왜 피사는 피사의 사탑말고는 볼 게 없다고 했는지는 알겠다. 진짜 시골이라서. 센트럴 역 근처는 안그럴 수도 있지만. 그런데 그런 시골풍경이 궁금하고 하면 다녀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 너무 차들 많은 국도 가는 것만 아니면. 국립공원 가는 길에 보는 시골 풍경정도면 그렇게 위험한 길 아니고 적당히 한적하고 집들도 있고 평야도 있고 좋은 것 같다. 실제로 그 길 갈때는 기분 엄청 좋았다. 공원도 좋고. 그 공원이 사진 찍기 좋은 공원?이라고도 외국에선 유명한 것 같았다.

 

 

 피렌체 티본스테이크2

 

 

 

 

 

너무 고생한 나에게 티본스테이크 1kg을 보상으로 주었다. 와인 한 잔과 샐러드도. 그냥 역 근처 아무데나 갔다. 샐러드 주문했더니 한 대접이 나왔다. 그런데 거의 다 먹었다. 큰 소금이 뿌려져서 나오는 고기는 질겼다. 그렇게 추천하고 싶진 않은 집. 일단 난 고기 구워먹을 때 후추만 뿌리고 소금간은 안하는데 나랑 취향이 안맞는 가게. 트립어드바이저 평은 괜찮길래 갔는데, 난 그다지. 그냥 힘들었으니 고기를 많이 먹은 데 만족하기로 했다. 지난 번 먹은 가게에서 그냥 2인분 먹었어도 좋았을 듯. 피렌체에서 꼭 티본스테이크 먹을 필요는 없는 것 같고, 소고기의 질이 좋다니 다른 육류 요리를 먹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이왕 온 거 한 번은 먹어보고 그 다음은 다른 것들 먹는 게 더 보람있을 거 같다는 생각.

 

 

이제 마지막 여행지 베네치아로.

 

 

 

 

 

 

Posted by jurmie
:

 
2019년 3월 초 여행.

 

로마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피렌체로.

한국에서 미리 예약해 둔 ITALO이딸로 기차를 타고 피렌체로 갔다.

이딸로 예약은 이탈리아 홈페이지나 한국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가격은 동일한 것 같았다.

미리 회원가입하면 프로모션코드 이런게 나온다는데 나는 급하게 예약한 관계로 그냥 했다.

트랜이탈리아랑 이딸로 이렇게 기차는 두 회사를 이용할 수 있는데, 이딸로가 좌석 위쪽에 캐리어도 둘 수 있고 더 최근에 만들어진거라길래 이용했다. 가격은 비슷비슷했다.
깨끗하고 쾌적했던 듯.

 

이탈리아에서 이딸로는 3번, 트랜이탈리아는 피사-피렌체 왕복으로 2번 이용했다. 그 5번 다 연착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이딸로 탈때는 다 캐리어 들고 탔는데 도난 위기는 딱히 없었다. 좌석 위에 2번 놓고, 마지막에는 좌석 위쪽이 하필 좀 좁았기도 하고 캐리어가 너무 무거워서 도저히 들어서 올리고 내릴 수 없어 캐리어 놓는 별도 구역에 두었다.

올리는 거 항상 다른 사람들이 도와주긴 했는데 내릴때는 혼자 내렸고 혹시 내리다가 누가 다치거나 캐리어 망가질까봐 신경쓰였었다. 그래도 도난의 위기에서 안전하니 좋긴 했다. 이딸로는 지정석이고 1,4번이 창가 2,3번이 복도자리였다. 그런 순서로 5,8번이 창가 6,7번이 복도 이런 식으로 쭉 이어진다고 보면 된다 나는 피렌체 갈때는 복도, 나머지는 다 창가여서 바깥구경도 하고 좋았다.

트랜이탈리아도 그렇고 다 좌석마다 콘센트나 핸드폰 충전할 수 있는 USB포트가 있어서 편했다.

내가 탄 트랜이탈리아는 비교적 단거리 이동이고 자주 정차하는 노선이라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지정석이 아니라 자유석이고 2층구조로 된 열차였다. 그리고 좀 더 시끌시끌한 느낌. 관광객이든 이탈리아인이든 3명이상 타면 좀 소란스러웠다. 노선때문인지 뭔진 정확하지 않다. 좀 큰 역에서는 티켓이 있어야 플랫폼으로 들어갈 수 있고 열차안에서도 중간에 티켓 확인 하니까 예약한 경우 모바일 티켓을 잘 챙겨야한다. 일단 플랫폼 들어가기 전에 있는 전광판으로 탈 열차가 지연되는지 아닌지와 몇번 플랫폼인지를 잘 확인한 후 들어가야 했다.

 

 

 

 

 

 

 

기차역과 호텔 건물의 엘리베이터

 

피렌체 산타마리아 노벨라 역에서 내려 숙소로 걸어갔다. 초반에 길이 너무 좁고 공사도 많이 하고 있어서 캐리어 끌고 지나가기 너무 힘들었다. 그래도 좀 가다보니 점점 사람은 줄고 길은 넓어졌다. 이날부터는 이제 호스텔 끝, 호텔일정 시작이었다. 나름 장단점이 있었는데, 호스텔은 남들이 같은 공간에 있으니 내가 소음 만들까봐 걱정이기도 하고 남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신경쓰이기도 하지만, 호텔은 이제 그런 걱정은 없다. 그렇지만 너무 조용하고 혼자있어 적막해서 기분이 착찹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남들이랑 같이 10일이나 지냈으니 이제 혼자 지낼때가 되었다. 적막한 기분은 잠깐이었고 곧 적응하니 세상 편하고 좋았다. 호텔 파노라마는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혼자 쓰기에는 적당했다. 평일에는 28유로인데 주말에는 56유로였다. 나는 평일2일에 주말1일을 보냈다. 가격대비 위치나 시설은 괜찮았다. 2층이 리셉션이고 내 방은 3층이었다. 방이나 침대는 작았고 조금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욕실은 깨끗하고 비교적 최근에 새로 고친듯 했다. 유럽은 원래 호텔들 시설은 기대하면 안되는 걸로 유명하니까 이 정도면 괜찮았다. 그리고 여기 테라스가 4층에 있는데 전망이 좋았다. 처음에 호텔 도착했을 때 건물 앞에 호텔이라고 작게 붙여져 있긴 한데 그 건물 전체가 호텔은 아니어서 약간 고민했다. 일단 1층 가운데 쪽으로 들어가니 엘리베이터가 있었고 그 옆에 호텔은 2층이라고 써있었다. 이렇게 생긴 엘리베이터를 베드박스호스텔에서 타봐서 다행이었다. 안그랬으면 못탔을지도 모른다. 무슨 문같은게 있고 일단 버튼을 누르고 기다리면 엘리베이터가 온다. 그러면 안쪽 문이 열려서 불빛이 보이고 그 때 문을 당겨서 열면 아주 작은 엘리베이터를 탈 수 있었다. 호텔 직원들 다 친절했다. 열쇠는 외출시마다 맡기고 가야 하니 직원들 마주칠 일이 많았다. 나름 아트인사이드 라는 서브타이틀을 붙인 호텔이라 복도나 방에도 그림이 있었다. 내 방은 캔윗부분으로 만든 샹들리에 같은 게 있었는데 잘 만들어 진 작품이라 얼핏 보아서는 재활용 샹들리에인지 모를 뻔 했다.

 

 

 

 

 

 

 

 

 

 

 

 

 

 

 

 

 

 

 

숙소에 짐 풀고 두오모 성당과 두오모 오페라 박물관, 조토의 종탑을 올랐더니 저녁무렵이 다 되었다.

 

그리고 거리 구경을 좀 하다가 피렌체가 고기질이 좋다길래 스테이크를 먹으러 갔다. 이건 미리 검색해서 1인분(500g) 파는 곳으로 갔다. 거기서 한국인들 조금 봤는데 음...조금 미묘했다. 사람이 별로 없어서 다른 사람들이 뭐 하는지 본의 아니게 좀 들었는데, 어떤 한국인 커플이 들어왔다. 주문을 빠르게 결정했는지 직원이 안보이니 바로 크게 '익스큐즈미!'를 외쳤다. 그래도 안오니까 메뉴판을 들고 직원을 찾아 가기 시작했다. '익스큐즈미, 오더' 이러면서 주문 시작. 주문하는 메뉴들 말하고 나서 마지막에 또 '오더'라고 하는데 ...... 이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유럽의 문화는 그렇게 크게 직원을 부르거나 돌아다니는 게 아닌 걸로 알고 있다. 꼭 그 문화에 따라야할 건 아닐 수도 있지만 다른 식당들 가도 다 똑같은데 뭐지 싶었다. 그리고 영어가...좀 심했다 싶었다. 나보다 좀 어려보이던데 그 때면 다 학창시절에 영어 어느정도는 배운다. 문장으로 간단한 거 정도는 말 할수 있지 않나? 최소한 우리나라가 일본보다는 발음 좋고 영어 잘 한다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한글 읽는 발음 대로 말하는데 기분이 애매해졌다.

 

아무튼 고기는 한국처럼 부드럽다고 하긴 애매한데 맛있었다. 와인도 500ml도 마시고 잘 먹었다. 고기는 그 티본스테이크라서 뼈 무게 합친 무게라 생각보다 그렇게 많지 않았다. 이정도면 혼자서 1kg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고기 18유로인가 했고 와인이 6-7유로 정도 했던 것 같다. 거기에 구운채소도 먹었다.

 

 

그리고 숙소에 가는길에 마트에 들러 간식거리와 내일 아침 먹을 거 사서 들어갔다. 호텔이라 좋은 점은 방에 냉장고가 있어 음식들 보관하기 편하고 먹기도 편하다는 거.

4층 테라스에 들러 야경도 감상하고 맥주도 한 잔 하며 평온한 하루의 마무리를 했다.

 

 

 

그리고 다음날은 미술관의 날이었다. 오전에 두오모 성당 잠시 들렀다가 우피치 미술관, 피티 궁전, 보볼리 정원 등을 먼저 갔다.

그리고 조금 걸어서 미켈란젤로 광장으로 향했다.

 

 

 

 

 

 

 

 

 

 

미켈란젤로 광장

원래 계획은 미켈란젤로 광장근처의 피렌체 묘지도 가려고 했는데 보볼리 정원에서 시간보내느라 늦어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미켈란젤로 광장은 올라가는 방향이 여러개인데 나는 계단이 일직선으로 있는 쪽으로 올라가게 되었다. 숨이 찼다. 사람들도 더러 올라가고 있었고 알 수 없는 기부캠페인을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왠지 의심스러웠다. 그렇게 계단만 쭉 올라가면 바로 광장이 나온다. 여기가 시내 전경을 가장 시원하게 볼 수 있는 곳이었다. 관광객도 적당한 상인들이 있었다. 가운데 다비드 청동상이 있었다. 아직 해가 지는 시간은 아니었지만 풍경이 선명하게 잘 보여서 좋았다.

 

그래서 미켈란젤로 광장에서 풍경구경 천천히 하고 사진 열심히 찍고. 야경은 무리라 판단해 오늘은 일찍 마무리 하기로 했다. 여전히 발병신인 상황으므로 항상 오후만 되면 발과 종아리가 붓고 아팠기에 너무 무리는 안해야 했다. 이미 3만보는 걸었지만.

 

 

 

 

 

 

 

 

 

 

 

 

 

 

 

 

 

숙소로 가면서 피자 사고 마트에서 와인도 사서 들어가서 먹었다. 그냥 길 가다가 보이는 작은 피자가게였는데. 특별히 토핑이 많은 건 아니지만 맛있었다. 특히 바질 피자가. 개당 3.5유로. 한국 피자 2-3조각 정도 크기였다. 여기 처음엔 그냥 피자다 이러고 지나쳤는데, 왠지 다시 생각나서 갔었다. 할아버지 사장님이 손주보는 표정으로 웃으며 대해주었는데, 문제는 나는 이탈리아어를 못하고 할아버지는 영어를 못하셨다. 그래서 잠시 후 젊은 여자분이 주문을 받아주었는데, 이분도 마찬가지로 어린 학생이 혼자 피자사러 와서 기특하다는 표정으로 chao, bella 라고 인사도 하더라. 백인/흑인이 보기에 동양인은 굉장히 어린아이같아 보인다고 하던데, 이런건가 싶었고 난 이미 30이 넘었기에 그냥 재미있었다. 마트는 숙소가는 길에 아카데미아 미술관 앞에 까르푸 익스프레스가 있었다. 여기서 종종 물도 사마시고 했다. 관광지 근처 상점들에서 물 보통 작은 병에 1유로정도 하는데 이런 마트에서 사면 0.35~0.5유로 정도면 충분히 살 수 있었다. 이 마트에 어떤 할아버지 계산원은 내가 외국인이라 신기했는지 웃으면서 이것저것 말걸음. 다른 날에 본 직원은 서로 아예 아무 말도 안하기도 하고. 그 할아버지가 조금 특이 케이스였던 듯.

와인은 마트에 저렴한 거 많아서 그냥 아무거나 먹었다. 한국에서도 단거 빼고 잘 마시는 편이라 굳이 자세히 고르기 귀찮았다. 주변에 와인관련 일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좋은 거라고 주는 거 마시면 확실히 맛있긴 한데 물어보기 귀찮다.

마트에서 생모짜렐라도 팔고 산딸기도 있길래 혼자 소소한 만찬을 즐겼다.

 

 

 

 

피렌체 돌아다니기는 실질적으로 끝이고 다음날은 피사로 떠났다. 피사는 여러 의미로 나에게 엄청난 곳이었다.

 

 

 

 

 

Posted by jurmie
:

2019년 2월 말 로마 여행 기록.

콜로세움 갔다 스페인 광장을 지나 다시 쭉 걷고 또 걸어 도착한 보르게세 공원. 적당히 한적하고 여유로웠다. 오후 일정은 여기서 다 보낼 계획이었다. 원래는 메디치 빌라 갈까 하다가 시간이 애매할 것 같아서 다른 보르게세 공원 안에 있는 미술관으로 가보았다. Carlo Bilotti 미술관이 있었다. 여기도 규모 좀 작아보이지만 입장료도 없고 가볍게 볼까 해서 갔다. 분명 휴관일은 월요일이었는데 안열려있어서 들어가지는 못했다. 전시준비 기간인건지.

 

 

그래서 다음 목적지 로마 생태동물원 Bioparco di Roma에 갔다. 나는 동물을 무서워하는데도 굳이 동물원은 종종 간다. 동물원 동물들은 나에게 가까이 못 와서 위협의 대상이 아닌데다가 움직이는 생물을 관찰하는 것은 재미있기 때문이다. 지도상으로 보아도 규모가 그다지 큰 곳은 아니었지만 유럽 생태에서 있는 동물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궁금했다. 일단 비교적 최근에 간 곳은 과천, 도쿄, 홍콩에 있는 동물원이었다.

동물원 입구는 공원 안쪽에 있었다. 입장료는 16유로.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5시까지. 나는 2시인가 2시반쯤 도착했다. 들어가서 약간 놀랐다. 규모가 크진 않은데 분위기가 자연적이었다. 식물들도 많이 심어져 있고 동물들 공간도 잘 꾸며져 있고 조금 덜 갇힌 분위기였다. 알고보니 나름 생태동물원으로 신경 많이 쓴 곳이라고 했다. 잘 꾸며진 공원을 가는데 동물들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너무 생태 동물원이라서 공작새가 막 돌아다닌다. 처음에는 한두마리가 탈출한건가 했다. 그런데 알고보니 마치 이탈리아 곳곳에 비둘기가 다니듯 이 동물원에는 공작새 정도는 그냥 방생되어 있었다. 그날 공작새 최소 50마리는 본 것 같다. 안그래도 조류 공포증있는데 이 동네는 비둘기에 이어 갈매기도 막돌아다녀서 간신히 적응중이었는데......이젠 공작새까지. 진짜 무서웠다. 인적 드문 길에는 얘내가 더 몰려다녀서 아예 길도 막아버리는데 ..그것 때문에 파충류관 못갈뻔 했다.

 

 

 

 

 

 

 

 

 

 

 

그런데 파충류관 못갔으면 후회했을 것 이다. 실내에 있는 곳인데 코모도 도마뱀 우리 뒤 쪽에 있었다. 들어가는데 너무 어둡고 무서웠다. 그러나 1차 공간이 나왔는데 붉은 새 무리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펜스가 있긴 한데 그냥 낮은 나무 펜스고 쟤내는 새인데? 그냥 천장에만 그물 쳐져 있는 정도라 나에게 다가 올까 무서웠다. 실제로 펜스 위에 올라가 있는 애도 있었다. 다시 돌아서 나갈 수도 없는 상황이라 후다닥 다음 코스로 이동. 또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는데 다시 너무 무서웠다. 그래도 중간에 동물 관리하는 직원들이 나타나서 다행이었다. 거길 나가니 갑자기 엄청 더웠다. 악어 서식지 였던 것인데 거기 조경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깜짝놀랐다. 공간이 엄청 예뻤다. 악어원형으로 된 공간에 나선형 계단과 각종 식물들. 가보니 실내에는 관람객들이 몇몇 있었다. 계단을 올라가면 여러 파충류들을 볼 수 있었다. 개구리랑 곤충도 있었다.

나가면서 다시 다른 포유류들을 보았다. 사슴종류나 코끼리,기린, 원숭이, 사자, 호랑이 등 다양하게 있었다. 겨울이라 수중생물들은 별로 없었다. 백호 실제로 처음 보게 되었는데 꽤 큰 호랑이였다. 숫사자는 계속 한 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기만 해서 상태가 좀 이상한 것 같았다. 생각보다 다양한 동물이 많았다. 항상 지나치게 덥거나 추울때 동물원 갔었는데 적당한 기후라서 좋았다. 물론 이 나라 치고는 추운날이겠지만.

이 때쯤 혼자 사진 찍는 스킬이 늘어서 이제 뒷모습도 찍을 수 있게 되었던 기념 사진.

 

 

 

 

 

 

 

동물원에서 재미있게 보내고 나와 공원을 산책했다. 걷다보니 자연스레 핀초언덕에 오게되었다. 여기서 보는 경치도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진정한 석양과 야경 스팟이었다. 아직 해가 지지는 않아서 기다릴 겸 휴식도 할 겸 공원 한 쪽에서 나무 드로잉을 하고 놀았다. 원래 이 여행의 목적은 이런거였는데. 여유롭게 돌아다니고 쉬면서 공원 많이 다니고 그림그리고 혼자 놀기. 어쩌다보니 엄청나게 돌아다니기가 되어버렸다. 그렇게 시간이 조금 지나 해가 지고 있었다. 이미 여러 사람들이 사진도 찍고 석양을 감상하고 있었다. 나도 사진찍고 석양을 바라보는데 그 때 하늘 색이 다채롭고 아름다웠다. 갖가지 색과 구름의 조화가 만들어낸 풍경. 포폴로 광장 위쪽에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감상하다가 해가 지고 내려와 걷기 시작했다. 메디치빌라 앞을 지나 쭉 가니 다시 스페인 광장이 나왔다. 거기서 야경 한 번 보고 다시 쭉 내려갔다.
어둑한 골목들을 산책하는 것은 운치있고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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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 말 여행 기록.

로마 3일차의 아침.

드디어 겉에서는 매일매일 보았던 콜로세움에 입장하는 날.

아침 9시쯤 도착했다. 그 시간에도 사람은 많았다. 외부와 내부에 매표소가 있는데, 외부가 더 빨리 된대서 줄 서 있었더니 직원이 와서 내부로 가서 사라고 사람들에게 안내했다. 그래서 입장하는데 티켓 사는 줄로 쭉 들어가서 짐 검사하고 10분 정도 기다려서 티켓을 샀다. 줄 길어 보여도 생각보다 별로 안기다린다. 입장해서 일단 2층으로 올라가니 내부에 간단히 박물관처럼 콜로세움에 대한 설명과 당시 로마의 역사, 각종 모형들과 유물들이 전시 되어 있다. 아트샵도 있고. 그리고 콜로세움 내부를 쭉 감상하고. 콜로세움은 정말 거대했다. 그렇게 2층을 쭉 한번 돌고 나서 1층으로 내려가서 다시 감상하였다. 야경투어 때 콜로세움에 대한 설명을 듣기도 했고, 모스크바 가는 비행기에서 마침 로마 건축과 기술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보아서 많은 도움이 되었다. 역시나 이 곳도 복원 공사가 한창이라 가운데 공간에서 사람들이 뭔가 열심히 하고 있었다. 시민들을 위한 문화 공간으로 지은 콜로세움. 물론 그 시민은 로마시민 한정이지만. 정말 엄청나고 한편 많은 동물과 사람들이 재미를 위해 죽어간 곳이기도 하고.

 

 

 

 

 

 

 

 

팔라티노

 

 

 

 

 

 

 

 

 

 

 

 

 

 

 

 

 

 

그렇게 관람하니 1시간이 지났다. 이제 콜로세움 통합권으로 갈 수 있는 팔라티노로 갔다. 거기도 줄이 좀 있었다. 한 30분가까이 기다린 것 같다. 여기도 거대한 정원 느낌. 옛 로마인들이 살던 집터 같은 곳이었다. 평지에서 좀 높은 언덕까지 다 올라가 보았다. 폐허와 기둥들이 있고 높은 언덕으로 올라가면 또 폐허와 유적들이 있다. 그리스의 고대 아고라 로마버젼 같았다. 더 크고 더 언덕이 높았다는 게 차이점. 언덕 올라가면 전망도 좋고 정원이나 유적지도 감상하기 좋았다. 언덕 위 돌아다니다가 전망대 비슷한 곳에서 어떤 가족에게 사진 촬영을 부탁했다. 아빠는 사진찍느라 바쁘고 엄마랑 아기가 기다리고 있길래 아기 엄마에게 다가가 부탁하니 흔쾌히 찍어주면서 여러장 찍어 주었다. 여자아이가 진짜 귀여웠다. 내가 고맙다고 인사하니까 '그럼 내 사진도 찍어 줄 수 있어?'하는데 '진짜? 정말?' 라고 물었으나 아기 엄마가 아니라고 괜찮다며 아기를 말렸다. 아기야 너는 부모님이 찍어주실 거 잖아, 나는 혼자라서... 서로 영어쓰는 거 보니 영어권 사람이었나보다. 그렇게 열심히 구경하다보면 출구가 보인다. 출구로 나가면 베네치아 광장 근처가 나온다.그 쪽 길은 관광객이 많아서 인지 거리 공연하거나 물건 파는 사람들이 더러 있고 낮에는 항상 활기찬 분위기였다.

 

 

 

그렇게 나와서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 쭉 올라갔다. 보르게세 공원과 로마 동물원에 가기 위해서.

 

 

 

 

 

 

 

 

 

 

 

 

 

 

젤라또, 스페인 광장

가다보니 스페인 광장이 나와서 거기도 조금 구경했다. 광장 계단에 앉아 쉬고 간식먹는 사람들이 많았다. 로마의 휴일 영화때문에 유명하다는데 기억이 잘 안났다. 그거랑 별개로 광장 위 쪽으로 올라가 보는 풍경이 시원했다. 루프탑에 식당도 있어서 거기서 뭐 먹으며 풍경봐도 좋을 것 같았다. 그러나 나에겐 시간이 부족하므로 걸어가며 Venchi에서 산 젤라또나 먹었다. 확실히 젤라또 중에서는 여기게 가장 맛있긴 했다. 로마 보통 2.5유로 정도면 먹는데 여긴 4유로. 그래도 그만한 가치가 있었다.

 

 

Posted by jur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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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2월말 여행 기록.

로마에서 파스타 먹었던 기록 그리고 식당들의 분위기.

바티칸 미술관 근처의 식당에서 라자냐를 먹었다. 아까 줄서고 있을 때, 전단지 나눠주길래 가보았는데 사람들도 꽤 있고 해서 들어갔다. 원래 라자냐 좋아하는데다 본토의 맛을 어떨까 했는데 간이 세고 치즈도 많이 들어가있어서 맛있었다. 평소에 간 세게 먹는 편이라 희미한 맛보단 이게 취향에 맞았다. 가격대는 무난. 라자냐 12유로였나? 서비스차지 1.5유로. 음식도 맛있고 빵 주길래 먹었는데 추가금 따로 없었다. 다 먹고 에스프레소 마시고. 스프라이트랑 합쳐서 총 16.5 지불. 서비스차지 있는데서는 따로 팁 안냈다. 그리고 가끔 메뉴판에 서비스 포함이라고 되어 있는 곳들도 있어서 거기서도 따로 팁 안내고. 보통 서비스차지나 자릿세는 1.5~2유로 정도 했다. 그 이상인 곳은 못보긴 했는데 간혹 있다고 한다. 그리고 가끔 식당에서 바가지 씌우기도 한다니 메뉴판 잘 보아야 할 것 같다. 이탈리아에서는 팁 낸 곳 거의 없는 듯. 호텔에서만 팁 침대에 두고 나갔다. 1~2유로 정도. 그 식당은 다 관광객들이 있어서 영어 엄청 들렸다. 그리고 일단 그리스부터 시작해서 유럽 식당들은 다 친절해서 대체로 기분 좋았다.

 

 

 

 

 

 

 

 

 

 

 

 

 

 

 

 

 

2일차 바티칸미술관과 스파다 궁전을 관람한 뒤 나오니 이제 나오니 해가 거의다 졌다. 강가를 따라서 다시 쭉 걸어 아까 바티칸으로 갔던 길의 반대로 갔다. 오전에 진실의 입도 지나가긴 했는데 굳이 들어가진 않았다. 밤의 강가는 그 나름의 낮과 다른 분위기가 있었다. 좀 인적이 드물어서 애정행각하는 커플들도 있는데 나보고 조금 흠칫 하길래 못본 것처럼 하고 빠르게 지나가 주었다. 그렇게 쭉 걸어 콜로세움을 지나 숙소로 갔다. 콜로세움에서 큰길 따라서 쭉 15분 정도 걸으면 호스텔이 나와서 길 찾기 편하고 무섭지도 않았다. 길을 잃더라도 콜로세움만 찾으면 숙소는 갈 수 있어 왠지 안심이었다.

 

그렇게 미술관의 날이 끝났고 다음날은 유적지의 날이었다.

로마에서는 원래 가고 싶은 미술관은 더 많았는데 생각해보니 피렌체, 베네치아에서도 갈건데 미술관만 너무 돌다가는 뇌가 남아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래서 꼭 가야할 바티칸 박물관과 너무 규모가 크지 않고 월요 휴관이 아닌 두 곳만 갔다. 길게 보았을 때 적절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살다보니 미술관에 질릴 때가 다 있다니 신기했다.

 

 

숙소 근처로 가는 길에 무슨 식당이 보이는데 샐러드랑 파스타, 음료 세트에 서비스 포함 12유로길래 들어가 보았다. 앞쪽에 피자 만드는 분이 계셨고 홀은 안쪽이었다. 그런데 홀에서 무슨 음악 공연하는 소리가 나왔고 무슨 행사하나 싶어서 들어가도 되는건가?했다. 알고보니 거기 가게 오너가 일본인이었고 일본인 손님 20-30명의 디너쇼 비슷한 것을 하고 있었다. 다른 손님들도 몇몇 있기도 했다. 내가 들어갔더니 그 오너가 일본인인가 싶어 일본어로 말걸다가 아니라고 해서 영어로 대화했다. 일본인 아니라서 그 이후로는 이탈리아 서버가 담당해서 주문해주었다. 내 옆쪽 테이블에 일본 남자애들 4명이 피자세트를 주문해서 먹었다. 일본에 온 거 같았다. 바질파스타세트 주문했다. 샐러드와 와인 포함이었다. 마침 샐러드 먹고 싶던 차에 잘 간 것 같았고, 바질페스토 좋아해서 맛있었다. 우리나라는 하우스와인 주문하면 와인은 이렇게 마셔야 한다며 조금 따라 주는데 여기는 잔 자체는 조금 더 작지만 꽤 많이 따라주는 편이었다. 아무래도 와인은 무조건 수입하다보니 우리나라로 오면 비싸질 수 밖에 없으니 그렇긴 하겠지만. 인테리어가 조금 그로데스크하고 이탈리아 가곡 라이브를 들으며 일본인이 경영하는 이탈리아 식당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특별히 고급레스토랑에 간 것은 아니고 다 지나가다 아무데나 간 것이기는 하지만 맛은 대체로 괜찮은 편이었다. 여기 말고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것저것 먹어본 전체적인 감상은 한국 파스타들보다 자극적인 맛이다? 짜고 느끼한 느낌. 내 입맛에는 좋았다. 그리고 다 와인이 저렴해서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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