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거의 사업화기간은 종료되었고, 마무리 정산만 남은 신사업창업사관학교.
그 과정에 대하여 내가 겪은 것들을 글로 풀어내고자 한다. 
 
요약하자면
*지원서 작성부터 사업화 완료까지 1년의 기록. (면접,이론교육,체험점포 등)
*이나라도움과의 사투
*체계에는 큰 기대 하지 말자
 
나는 12기 교육생으로, 지원 서류 접수는 2020년 8월말에 했으니 사업화까지 거의 1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우연히 창업관련 지원프로그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이후 나도 뭔가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찾은 것이 신사업창업사관학교였다.
지원 조건은 사업자등록 상태가 아닌 사람인데, 첫 창업인 나 같은 사람부터 유경험자이나 현재는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공방계열로 창업을 하려니 지원사업의 선택지가 좁았고 기간도 나와 맞아야 했고, 지역적인 문제도 있어 신사업창업사관학교가 내 상황에 가장 적합한 선택지였다. 교육받은 곳과 창업지역이 일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중요했다. 
경쟁률은 지역마다 차이가 큰 것같고 나는 서울지역으로 지원해 면접 대상자는 2배수였다. 서류 경쟁률은 알려져있지 않아 모름. 타 지역은 대부분 2:1이하이며 어떤 곳은 거의 1:1이기도 한 듯했다.
지원서 겸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데, 어느 정도 정해진 폼이 있어서 덜 막연했다. 그런 종류의 글을 써본 적이 없어서 며칠동안 쓰고 고치고를 반복하며 짧지도 길지도 않게 쓰려고 노력했는데 글을 계속 보다보니 점점 안 읽혀서 나중에는 적당히 제출했다. 물론 시간이 지나 다시 읽으니 엉망진창이었다. 
 
면접대상자 연락을 받고 일정에 맞추어 공덕 신사업창업사관학교 센터로 갔다. 면접관5:지원자4의 다대다 면접이었고 시간은 한 조당 20-25분 정도. 처음에는 한명씩 차례대로 자기 사업에 대한 간단한 소개를 했고, 이후 개별질문과 공통질문에 대답하면 되는데 엄청 난해하다거나 공격적인 질문은 없었다. 본인이 사업아이템에 대해 이해를 잘 하고 있고 마케팅 관련된 것만 좀 예상해서 가면 되는 것 같다. 나는 질문 많이 안받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내가 생소한 업종이라 정보가 별로 없어서 그런 것 같았다. 합격 후 같이 면접본 조 사람들을 봤는데, 개별질문을 많이 받거나 적게 받는 것이 합격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는 듯 했다.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아이템이 독창적이거나 수익성이 있어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은데, 독창적이어도 수익성이 있다는 것을 어느정도 증명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말이 신사업이지 안정적인 수익을 얼마나 창출할 수 있는지가 관건. 마케팅을 어떻게 할 것인지도 중요하다.
 
얼마 뒤, 합격 연락을 받았고 2주간은 온라인 교육을 받고 나머지 2주간은 오프라인 교육을 받아야했다. 코로나 이전에는 다 오프라인이었는데 코로나로 시스템이 바뀐 것이며 온라인은 실시간 강의로 진행되니 평일 10:00~17:00에는 계속 교육을 들어야 했다. 다양한 분야의 강의가 있었고 필요한 내용들이지만 단시간에 다 흡수하지는 못했고 아무래도 온라인강의라 집중력이 흐려지긴 했다. 
오프라인 교육 첫날, 공덕으로 가 다른 교육생들도 만나고 교수님들도 직접 대면하게 되었다. 서울35+경기15 교육생이 함께 수업을 들어 총 50명이나 되었다. 사업계획서 쓰는 방법 등 이론적인 것을 배우고 실습하고 나중에 사업계획서 발표도 했다. 분반 수업도 있어서 업종별로 3파트로 나누어 해당 분야의 강사분들에게 실무적인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나는 공방 분반 수업을 들어서 창업지원프로그램을 통해 공방을 차리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분들의 강의를 통해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서울에는 체험점포가 총4개 인데, 온라인체험점포는 공덕점이고 오프라인 체험점포는 대학로/명동/중랑점 이렇게 3군데이며 오프라인 교육 중 답사를 다니는 날이 있어 미리 둘러본 후 체험점포 희망 조사를 하여 어디로 배정될 지 결정된다. 물론 희망대로 무조건 되는 것은 아니며 여러가지를 고려해서 정해지는 것 같았다.
이 모든 것이 8-9일만에 이뤄지는 일정이다! 정말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다. 
다른 교육생들의 아이템을 대략 들어보면 가장 많은 것은 애견관련 사업이다. 애견 디저트 관련업만 해도 5-6분이 있었던 것 같다. 디저트 관련, 운동 관련, 공예 공방, 온라인 샵, 플랫폼 사업 등 여러가지 사업으로 참여한 분들이 있었다. 솔직히 생각보다는 신사업?인 아이템은 별로 없어서 그 부분에서는 마음편하기도 했다. 다양한 업종이 있다보니 남의 발표 듣는 것이 흥미롭기도 했다. 어떤 분은 내가 어느정도 지식이 있는 분야의 사업을 하는데 그에 대한 기초 지식이나 실무 상식이 너무 부족해서 좀 놀랐다.
온라인 교육시작 전, 전국 신창사 교육생들이 있는 오픈채팅방을 만들어 준다. 거기서 보면 별 사람 다 있었다......왜 거기서 자기 사업 광고하는 거지? 
 
오프라인 교육 시작하고 나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몇 명 생겨서 자연스럽게 인원이 줄어든다. 어느 순간 보면 출석부에서 사라진 사람들이 있다. 이게 단계별로 인원제한이 있다고 공고에 나와있었는데, 일부러 탈락시키지 않아도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인지 알아서 줄어들었다.
여담으로는, 내 생각보다 사람들이 적극적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수업 첫 날, 지원자를 받아 BM초안 발표를 하는데 50명 중에 아무도 손을 안들었다. 점포장 정하는 데도 대부분 안하고 싶어 하는 분위기. 자기 점포 하기도 바쁜데 괜히 일 하나 더 얹기 싫은 건 이해하는데 창업하겠다는 사람들이 모인 것 치고는 의외의 상황이었다. 지원서 낼 때 하는 적성검사에서는 분명 적극적이라고 답했을 것 같아서. 답답한 거 보는 게 싫어서 내가 발표도 하고 점포장도 했다. 
주로 20대 -30대가 가장 많았고 40-50대까지 있었던 것 같다. 청년대상 창업지원사업이 아님에도 분위기만 보면 그렇게 보였다. 
 
교육 받는 동안에 느낀 점은 사람들이 내 업종을 잘 모른다는 것이었다. 사업발표 할 때 교수님들도 생소해했고, 공방 분반 수업하는데도 한 강사님은 단어가 너무 어렵다고 할 정도였다. 나에게는 너무 익숙한 것인데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지 않은 분야라는 것을 깨달아서 신사업에 지원했는데 내 생각보다 더 생소한 분야였던 것이다. 물론 기본적인 시스템은 공방이 맞으니 수업과 피드백은 잘 들었다. 
 
여러가지 이론 수업을 듣고 나면 사업계획서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인원이 많아서 하루종일 걸린다. 이건 일종의 최종발표를 위한 준비라고도 볼 수 있고 내 사업을 교수진 및 타 교육생들에게 알리는 것이기도 하다. 시간제한이 있다보니 초과되지 않도록 미리 잘 준비해야 한다. 그다지 까다로운 분위기는 아니어서 편하게 진행했고 다른 사람 발표를 듣는 것도 이론수업의 연장이었다. 대체로 교수진 3분이 조언식의 피드백을 해주시는데, 교육생 중에 대본을 써서 국어책 읽듯이 읽어버린 분은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내가 봐도 그건 좀 심했다. 하루종일 듣다보니 지루해져서 오후에 발표하시는 분들 아이템은 대충만 기억이 난다.
 
체험점포 배정 발표할 때, 다들 자신의 1지망이 되길 바라며 희비가 엇갈렸다. 경기는 어차피 1곳이라 별다른 것이 없었으나 서울이 여러군데이며 각 점포마다 장단점이 있다보니 이런 상황이 생긴 것 같다. 나는 업종도 그렇고 내가 체험점포에서 이루고자 한 목표도 크지 않아서 어디가 되어서 상관 없겠다 싶어 '무관'으로 희망조사를 써냈다. 
업종 특성등을 고려해서 인지 명동점으로 배정받아 11월~2월중순까지 체험점포를 운영했다. 12기는 6명이었는데 11기는 4명이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다른 대표님들과 어색하기도 했지만, 이것저것 의견도 맞춰가고 이야기도 많이 나누면서 다들 친해졌다. 좋은 사람들이 모여서 딱히 갈등 생길 일도 없었고 지금도 종종 연락하며 조언도 구한다.
명동점은 대로변에 위치해서 다른 점포들보다 입지가 좋아서 다들 만족했고, 타 점포에 비해 유입이 가장 좋긴 했다. 우연히 11기 분도 지나가다 들렀다며 이거저거 이야기해주었는데 매출은 기대하지 말라고 했었다. 어차피 코로나때문에 오픈 얼마 하지 못하기도 했다며. 
 
체험점포 시작 즈음에 온라인 스토어 교육이 시작된다. 구로에 있는 별도의 교육장에서 총3회의 교육이 있는데, 코로나때문에 마지막은 온라인으로 대체했다. 12기는 코로나 이슈로 오프라인 점포 희망자는 온라인 점포 운영이 필수였다.
그리고 처음이자 마지막 병행점포 교육 기수였다. 
처음 지원할 때는 둘 다 할 수 있을 것이라 여겼고 실제로 창업시에도 온오프라인으로 할 계획이었으니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오프라인점포를 세팅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바빴고 온라인 스토어 과제를 기간에 맞추어 하기 힘들었다. 1달 안에 시제품 5종을 생산하여 네이버스마트스토어에 업로드해야하는데 그 한달간 점포 세팅하느라 시제품 업로드를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강사님은 교육생들이 열심히 안한다고 오해해서 색안경 끼게 되고 교육생들은 온라인 사업에 의욕을 잃는 악순환. 그 외에도 업종별로 온라인에 업로드 할 수 없는 문제(제조 허가 관련) 등도 있는데 무조건 올리라고 하니 의사소통의 문제도 있었다. 이런 상황과 별개로 스마트스토어 교육 자체는 유익해서 지금 실제 창업을 하고 나서 교재 다시 보면서 복습하고 있다. 다만 온라인스토어가 내 주력 사업이 아니다보니 아직도 세팅 다 안했지만.
 
체험점포는 월~금 10:00-17:00 의무 출근이며 지문으로 체크한다. 출장처리는 가능한데 보고서를 내야 한다. 
온오프라인 교육때도 그렇고 체험점포기간 때도 출석체크 점수처리 되니 신경써야 했다. 그러나 12기는 그게 큰 의미가 없어졌고 그 이후는 후술함. 
 
실제 영업 시작한 이후로는 보통 19~20시에 퇴근했고 토요일에도 영업했는데 이건 점포별로 협의해서 진행했다. 사실상 교육 기간동안에 재택계열이 아닌 이상 투잡은 좀 힘들고 체험점포 세팅하는데도 자본이 좀 들어간다. 다들 최소 100은 썼다.(보통 2-500정도는 쓰는듯) 실습비 약간 지원되긴한데 어차피 그거 훨씬 초과해서 사용하게 된다. 
실습비 서류는 추후 사업화지원비 증빙 서류와 항목이 동일하니 미리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일종의 예행연습 정도?
물론 사업화지원비 사용 및 증빙은 시스템은 아예 다르다.
실습비는 개인 돈으로 먼저 사용하고 해당 영수증 및 서류를 공단에 한글파일로 작성 첨부하여 체험점포 종료 후 보내면 공단에서 검토 후 대략 1-2달 뒤쯤 입금해주는 것이고, 사업화자금은 e나라도움이라는 국가에서 만든 국비전용 시스템으로 사용하고 별도의 회계법인에서 정산 검토를 진행한다.  
 
당시 11월에는 코로나가 다소 소강상태라서 의욕적으로 여러 오픈 이벤트도 준비하고 명동대표님들과 열심히 정식오픈 준비를 했는데...그렇게 오픈 직전에 거리두기 단계상승으로 지침이 내려와 '손님 포함 모든 외부인 출입금지'로 운영을 하게 되었다. 음료 픽업이어도 문 안으로 들어오면 안된다는 정도여서 곤란했다. 온라인 예약판매 혹은 작업실처럼 출퇴근만 하라는 건데 목 좋은 명동에서 이게 무슨 일인지. 
목마른자가 우물을 판다고, 다들 위기상황에서 아이디어를 짜내어 매장 폴딩도어를 열고 그 문을 통해서만 판매를 시작했다. 음료 주문을 받고 매대를 최대한 창문쪽에 붙여서 구성해서 노점처럼. 다들 대단했던 것이 한겨울에 거의 야외 하루종일 영업하는데도 약한 소리 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회사원들이 많이 다니는 곳이라 점심시간 때에는 식음료계열 매출이 꽤 나왔던 것 같다. 물론 나는 그 당시 시제품도 없었기에 작업실 모드로 있었고 가끔 바쁠 때 주문받기를 도왔다.
내가 체험점포 기간동안 하려했던 것은 간단한 체험 수업을 진행하면서, 지인들 불러서 테스트 수업해서 데이터 쌓고 시제품 자잘하게 만들어 방문객 반응 살피기 등을 하려고 했다. 일단 외부인 출입금지라 지인을 부를 수가 없어서 테스트수업은 총2번 했다. 시제품은 좀 만들었으나 반응을 살피기에는 점포 영업기간이 너무 짧아 약간의 수요조사만 가능했다. 
12월 말에는 아예 출근이 금지되어 1월 중후반이 되어서야 다시 출근 및 영업이 가능해졌다. 그런데 동시간대에 교육생들이 50%이하로 재실하라고 했다. 많은 사람이 한 공간에 있지 않게 하다는 것인듯. 그래서 출석체크는 거의 의미가 없어졌다. 
이제는 문을 열고 고객이 매장에 들어올 수 있게 되었지만 장기휴점과 개점을 반복했더니 막상 들어오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다들 오히려 창문열고 영업할 때가 더 사람이 많았다고 할 정도. 4주정도 마지막 영업을 하고 체험점포가 종료되었는데, 이제부터 새로운 시작이었다. 
 
 
1월 말인가 2월 초에 최종 사업계획서 발표를 앞두고 프리젠테이션 스킬 교육을 받았고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데, 언제 발표하는 건지 일정이 늦게 나왔다. 체험 점포 종료를 앞두고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신사업 담당자가 바뀌었다. 일단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기존 담당자가 점포 짐 빼고 사업자 이전등록 기간을 넉넉히 준다며 다음 깃수가 들어오기 전까지라며 구두로 설명했으나, 담당자가 바뀌자마자 7일 이내로 다 정리하라고 연락이 왔다. 이 때부터 공단에 불신이 커졌고 혼란과 갈등이 시작되었다. 점포마다 분위기가 다르긴 했는데 명동점은 비교적 공단이나 사업 자체에 큰 불만이 없었는데 이 일로 다들 화가 많이 났었다. 일단 문제제기를 해서 정리 기간을 정정해서 해결하긴했다. 이 때 화가 난 이유 중에 하나는 체험점포 종료가 임박할 때 까지도 사업계획서 발표 일정이 나오지 않아서. 그건 안알려주면서 정리는 빨리 하라고 하니 다들 화가날 수 밖에. 
나중에 들으니 이 문제가 매 기수 발생했다는데 12번이나 진행한 사업에 이렇게 체계가 허술한 부분이 있다는 게 참. 
12기는 좀 버려졌다고 생각되는데, 공단 측 담당자도 중간에 바뀌고 사업화자금 정산 담당 회계법인도 바뀌면서 혼란이 생겼다.
 
가급적 사업자등록은 없애지 말고 이전해서 유지해두는 것이 좋다. 다른 직업이나 수입이 없다면 꼭!
 
모의 사업계획서 발표를 희망자를 대상으로 실시하는데 연습도 해보고 피드백도 받을 수 있어서 실제 발표때 도움이 되었고, 멘토링도 4회 받는데 멘토선생님이 다른 지원사업도 추천해줘서 사업계획서 써보고 첨삭 조언도 받아서 괜찮았으니 여기서 받는 교육들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중에 보면 그런 교육들에서 들은 내용을 알고 창업하는 것이 시행착오를 줄일 수있는 길이라 여겨진다. 
 
최종사업계획서 발표 이후 최종 사업화 지원금이 정해진다. 일단 내가 아는 분들은 희망액만큼 다 받으신 듯. 
 
발표 때는 교육생은 혼자 들어가고, 심사위원은 5명 정도로 면접 때 봤던 분도 계시고 새로운 분도 계신 것 같았다. 일단 준비한대로 말하고 질의를 받았는데, 이 사업이 얼마나 수익을 낼 수 있는지와 체험점포에서의 매출을 물어보았다. 매출이 적긴 했지만 실제 영업은 한달도 못한 것을 고려해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심사위원분들은 알면서 그런건지 모르고 그런건지 너무 적다고 깜짝 놀라더라. 그래서 외부 나가서 판매한 매출도 말했더니 반응이 조금 나아졌다. 분명 체험점포 시작할 때 직원분들이 매출은 평가항목이 아니라고 편하게 하라고 했는데 현실은 달랐다. 일단 전반적으로 그다지 긍정적인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적당히 이런 저런 질문에 답변은 했고,  신청한대로 자금은 다 나오긴했다. 
 
자부담 50%는 미리 확보해 놓아야 한다. 신사업 수료생 대상으로 공단자체 대출이 가능하다고 지원당시에 써있는데, 이걸로 대출받아서 자부담 보태려는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시기가 전혀 안맞으니 그건 생각안하는 것이 좋고, 결론적으로 말하면 이 대출은 신사업수료와는 아무 상관이 없고 각 지역 소상공인공단에 문의해서 받을 수 있으며 은행보다 더 개인정보 털릴 준비하고 가야 한다고 한다며 다른 대표님이 말해주었다. 
그리고 부가가치세 제외 금액이니 국고보조금 2,000만원+자부담금 2,000만원을 100% 다 쓰려면 +400만원(부가가치세 금액)이 있어야 한다. 부가가치세 금액은 나중에 부가세 신고하고 환급받는 것이라 그렇다고 한다. 400만원은 당장 입금은 안해도 되지만 확보해두긴 해야 한다. 
 
e나라도움이라는 국고 보조금 시스템으로 교부신청을 통해 받는데, 이런 시스템을 처음 사용해보는 사람들이 많다보니 또 다시 혼란이 찾아온다. 일단 신청은 공단에서 방법을 알려주니 시키는 대로 하면 되는데, 이나라도움 전용 신용카드를 개설해야 하는 게 문제다. 발급가능한 은행이 정해져 있고 지점마다 상황이 달라서 다들 이거 때문에 고생했다. 일단 다들 직장인도 아니고 정기적인 수입 증빙이 안되다보니 신용카드 발급을 거절당하기도 한다. 
시행착오 없이 하려면 : 주거래 은행가기 or 사업자 등록증 가져가기
공단 협약서 지참은 필수.
나는 주거래가 우리은행이었고 거래 실적은 충분해서 될 줄알았는데, 의외의 부분에서 거절당했다. 기존 우리카드 결제 통장과 같은 통장에서만 신규 이나라도움 신용카드도 이체연결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새로 통장을 내도 연결이 안된다고 해서 실패. 
결국 농협가서 만들었는데 여기는 무실적이라 협약서 보여줘도 체크카드는 되는데 신용카드는 안된다고 거절당할 뻔 하다가, 극적으로 은행을 나오기 직전에 다른 대표님이 연락해줘서 사업자등록증 첨부해서 발급신청하면가능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은행직원분에 부탁했더니 그러면 일단 시도해보겠다고 해서 성공!
국고보조금 전용이어도 신용카드라서 심사는 똑같다고 했다. 이것 때문에 신사업 지원할 때 신용점수를 제출해야 했던 것 같다. 신용등급은 당연히 높았으니 발급받을 수 있었다. 정말 다행이었다. 
주거래가 이나라도움 발급 은행이 아니고 사업자도 폐업한 대표님은 신용카드 발급 정말 힘들게 하셨다. 
 
이렇게 한 고비 넘기면 이나라 도움 시스템에 적응하는 고비가 나타난다. 
점점 이나라도움으로 결제 및 정산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만약 또 하게 된다면 수월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처음에는 용어부터가 생소해서 어려웠다. 동영상 계속 보면서 공부하고 이것저것 눌러보다 보면 조금 알게 되더라. 
나는 사업자 자체를 처음 만든 초짜다 보니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었는데, 세금계산서 등록시 주민번호로 해야하는지 사업자번호로 해야하는지 헷갈려서 공단 담당자님에 물어봤다. 문제는 그 분도 잘 몰라서 주민번호로 하는 게 낫겠죠?라고 함. 이나라도움에 등록할 때 사업자 말고 꼭 개인으로 등록하고 해서 그 것 때문에 물어본 것인데 나중에 보니 정말 말도 안되는 상황이었다. 애초에 개인은 부가가치세 대상이 아니라 다 사업자번호로 하는 것인데. 나중에는 사업자로 다 하긴했는데, 하필 사업화자금을 가장 초반에 사용하는 것이 인테리어 계열이라 140만원의 부가가치세 환급은 날아갔고 나는 나라에 기부했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3일동안은 140이 자꾸 생각나서 속에서 열이 나긴 했다. 
그리고 내 실수는 상가 부동산 계약하는데 보증금을 너무 빨리 준 것인데, 협약시작 기간 며칠 전에 부동산 계약을 했고 부동산 사장님이 상가 알아보러 다닐 때 상가는 계약할 때 보증금 주는 거래서 그렇게 준비했다가 자부담금을 더 마련해야 했다. 막상 계약날 갔더니 4월에 보증금 입금하라고 했는데 이미 준비해간 김에 그냥 줘버린 잘못...이게 미뤄질 수 있는 여지가 많았는데 많은 사람들의 콜라보로 실패. 그러나 애초에 내가 이 부분을 제대로 알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으니 내 실수. 
초보 자영업자라 경험자들에겐 별 것 아닌 일인데도 나는 자꾸 어디서 실수하고 모르는 것도 너무 많았다. 
부가가치세도 체험점포 때 신고 한 번 했는데 이게 뭐가 뭔지 모르겠더라. 한 번 하니 조금 알 듯 한데 이제 내가 안해서 다행이다. 
 
그렇게 어찌어찌 인테리어도 시작하고 세팅을 시작했다. 명동 대표님들과 이야기해보면 공통점이 인테리어가 가장 힘들었다는 것. 업체 선정부터 공사 중간중간에 일정 미뤄지고 이야기랑 다르게 진행하고 하자 생기고 보수 제대로 안해주고 등등등. 일정 안미뤄진 사람 한 번도 못 보았다. 나도 2-3주 정도 미뤄진 것 같고, 인테리어가 늦어지면 집기 구매랑 설치도 다 미뤄지니 뭘 할 수가 없다. 조금만 안보고 있으면 간판 크기가 이상하다거나 페인트 칠이 안되어 있다거나 문제가 생기니 계속 지켜봐야했다. 다 끝났나 했더니 자꾸 비오면 정전이 되었는데 알고보니 간판 전선처리를 제대로 안해서...괜히 쓸데없이 내부 전선 공사 할 뻔했고 불날 뻔 했는데 휴...그나마 이정도로 공사가 끝난 것만으로도 다행이고 최악은 아니라 생각하기로 했다. 
아무튼 이래저래 무사히 창업을 했고 체험점포에서 다 하지 못한 각종 테스트와 시제품 생산 등을 하며 정식영업인 듯 가오픈인 듯 한 상태로 계속 각종 세팅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렇게 이제 끝나가는 건가 하며 정산을 준비하는데, 이제야 회계법인이 새로 정해졌다고 연락이 왔다. 그리고 바뀐 법인에서 기존 정산과 다른 기준을 꺼내면서 사업화 종료일 며칠 전 또다시 대혼란이 발생했다. 
원래는 담당 회계법인이 이미 3-4월에는 정해져야했고 그래야 중간 정산 점검도 받고 부족한 부분을 미리 알 수 있는데 이제 다 끝났는데..? 뭘 고치거나 수습할 수도 없어서 그냥 이젠 그러려니 한다. 정산 방법에 대해 전 회계법인에서 설명해주는 교육을 받았는데, 새로운 회계법인은 그건 그거고 우린 다르게 할거다 라고 하니 다들 당황할 수 밖에. 
일단 공단에 다른 사람들이 연락해서 약간 해결한 것 같기는 하다. 이거 정산마무리하는데 한6개월 걸린다고 하니 다 끝나야 후련할 듯 하다.
 
창업을 한다는 것은 수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겪어나가야 한다는데, 신사업창업사관학교에서 실전교육까지 시켜주는 것 같다. 사업화 완료기간도 사실은 진정한 체험점포 교육이었던 것은 아닐까. 
 
여러가지 일들이 있었지만 일단 이 창업프로그램을 하면서 이론적/실무적인 교육도 받고 다양한 사람들도 만나고 창업동료들도 생기고 창업 지원금도 받고 좋은 점이 많다. 시스템에 허술한 부분도 많지만 뭐 다 좋을 수는 없는 거니까. 처음에는 빨리 창업하려고 '이 사업을 지원하지 말까?' 했었는데 그랬으면 더더욱 모르는 부분이 많아서 힘들었을 것 같다. 잘 한 듯. 
신사업 지원하기 전에 나도 후기 엄청 찾아봤는데, 생각보다 정보가 없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너무 바빠서 이렇게 후기 쓸 시간이 없다. 아직도 너무너무 바쁘지만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을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기록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창업을 할 사람, 창업이 처음인 사람, 창업예정지역과 현재 거주지역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 1년이상 생활비가 확보된 사람에게는 추천할 만 하다고 생각한다. 
 
 
제발 정산 무사히 끝나게 해주세요!


2023.06.21 추가글

가끔 신창사 지원하는 분들이 질문하셔서 답변을 하게 되었다. 이 글 보고 연락이 오기도 하고, 신창사 홈페이지?에 우수사례보고 연락주시기도 한 듯.

일단 나는 정산은 비교적 무탈하게 끝나서 환수금은 2-3만원 선에서 마무리되었다. 이나라도움 다시는 안한다고 했었지만, 이후 몇 번 더 사용했다. 신창사 때 국비사업 뭔지도 모르고, 자잘하게 집행을 너무 많이 해서 고생했지만 그 경험으로 이제는 이나라도움이 별로 어렵지 않다.

동기들 중에는 몇백만원 환수당할 위기에 처한 분도 있었고, 정산때문에 난리도 아니었다고 들었다.

일단 영수증+증빙사진만 잘 모아놓으면 나중에라도 해결할 수 있고, 협약기간 중에만 사용하고 용도 잘 맞춰서 쓰면 된다.

나는 처음에 회계법인에서 연락줬을 때
불인정 금액이 좀 더 있었는데, 소명했더니 인정으로 많이 바뀌었다.


나는 이제 창업한지 만2년이 조금 지났는데, 그럭저럭 자리 잡는 중이다. 너무너무 바쁜데 돈은 못벌고 실적만 쌓다가 딱 1년 지나니까 먹고 살만 해졌다. 정말 1년생활비는 확보해놓아야 한다.
흥미로운게 주변에서는 내가 돈 많이 버는 줄 아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마케팅, 인스타그램 효과로 그렇게 보일 뿐.
게다가 다른 대표님들도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이게 자영업의 현실인가..!

그리고 체험점포 동기분들 거의다 여전히 성업 중이다. 다들 너무 바빠서 만나기는 힘들지만 잘 되가는 듯 하여 응원 중이다.
가까이에 창업한 동기 대표님 한 분은 종종 만나서 일 얘기도 하고 협업도 하고, 좋은 동료가 있어 좋다.

시간날 때 조금씩 추가 후기를 업데이트 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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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에 갔던 마포-여의도 왕복 산책

소요시간 약 3시간.

 

지난 번에 북한산에 멋모르고 갔다가 고생한 뒤로 등산에 대한 열정이 사그라 들었기에 평지 산책 코스에 관심을 더 가지게 되었다.

내 산책 취향은 아무 생각안하고 빠르게 쭉 걷기이기에 산보다는 평지라는 걸 깨달았다.

이 날은 오랜만에 선유도를 갔다.

선유도는 예전엔 자주 갔었다. 낮에는 주로 혼자 산책하고 밤에는 지인들과 산책하고 야경보고 맥주도 한 캔 마시고.
실연당해서 우울할 때 가서 멍 하게 있다 오기도 하고 추억이 참 많다.

 

일단 합정역에서 친구와 만나 양화대교를 건너 선유도에 들어갔다.

선유도는 늘 그렇듯이 깔끔하고 조경이 잘 되어있었다.

봄 초입치고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다. 어디까지나 상대적으로 그런 것이고 어느정도 인파가 있기는 했다.

여긴 익숙하다보니 잠깐 가볍게 추억여행을 하다가 바로 당산 쪽 한강공원으로 넘어갔다.
나는 고소공포증이 약간있어서 육교나 다리 건널 때 약간 힘들어하는데, 선유도 중간쯤에서 당산 넘어가는 다리가 정말 무서웠다. 안 건널 수도 없어서 최대한 앞만 보고 빠르게 걸었다. 다른 사람들은 여유롭게 경치를 감상하고 있지만 나에게만은 최대의 난코스. 해가 갈수록 이 고소공포증은 점점 심해지는 것 같다.

 

 

 

당산 한강공원에서 여의도 방향으로 쭉 걸어 여의도 한강공원으로 진입했다.

거기서 가는 방향이 두 갈래였는데, 한강변 쪽 말고 샛강이 있는 길로 걸어보았다. 어차피 산책로는 여의도 외곽을 빙 둘러서 갈 수 있어 다 이어져있기는 했다.


 

 

 

생태공원처럼 너무 많이 인공적으로 조성한 공원은 아니었고, 꽤 자연스러운 모습이었다. 버들숲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버드나무가 무척 많아서 운치있었다.

잘 꾸며진 공원도 예쁘고 기분좋은 산책로이지만 이렇게 자연스러운 공간도 그 나름의 매력이 있어 좋았다.

그렇게 버드나무 숲을 지나 공원 끝자락에 오니 다시 보통때 자주 보던 넓찍한 한강공원의 풍경이 보인다. 벚꽃시즌이었던 때라 벚꽃이 가득 만개해있었고 사람들도 꽤 있었다.

근처를 살짝 둘러보고 쉴 겸 강이 보이는 곳에 앉아 맥주 한 캔씩을 마셨다. 크루즈 선박장 근처 광장에는 편의점도 있고 주차장도 있어서인지 평일인데도 정말 사람이 많았다.

그렇게 잠시 여유를 즐기고 바로 근처에서 이어져있는 원효대교를 건너서 마포역 근처 한강공원을 쭉 걸어서 상수역까지 갔다.

늘 말하듯 고소공포증 때문에 원효대교 건너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차라리 이런 거대한 다리 건너는 게 덜 무서워서 갈만했다. 다만 자전거타고 지나가는 사람 마주치면 약간 무서웠다.

그 쪽 한강공원은 익숙한 곳이니 뭐.
산책하고 운동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렇게 합정에서 여의도 거쳐 상수역까지의 거의 왕복코스의 마무리로 소소한 회식을 하고 마무리했다.
날이 좋으니 산책이 더 재미있어져서 좋았다. 더 더워지면 낮 산책은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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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초, 한창 서울 산책을 신나게 할 즈음에.

선유도역에서 고척스카이돔까지 안양천을 산책했고 대략 1시간 30분~2시간 사이 정도 걸린 것 같다.


산에 질린 이후로 평지 산책코스를 찾아 이리저리 검색하다가 지도어플에서 선유도 인근에서 구로 방향으로 쭉 내려가는 물줄기가 보였다.
안양천이었는데, 사실 그 동네는 거의 안가봐서 잘 몰랐는데 나름 유명한 산책로였다.

마침 개봉 근처에서 친구 집들이를 하기로 해서 적절한 위치인 것 같아 가보았다. 사실 이렇게까지 산책 안해도 되는데 뭐에 홀리기라도 한 듯 산책을 하지 않고는 술을 마실 수가 없었다.



선유도역에서 내려 8번 출구 근처의 골목들 사이를 걷다 육교를 통해 건너가면 안양천으로 갈 수 있었다. 그 골목들이 공장같은 건물들 사이를 지나가야했는데 다른 길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그게 가장 지름길인 것 같아 그냥 갔다. 밤에 가기는 조금 무서울 것 같았다.


길이 꽤 넓찍하고 산책로 조성이 잘 되어 있었다.

한창 벚꽃시즌이라 꽃이 가득했고 풀도 많이 자라있었다. 처음 산책을 시작한 2월말보다는 훨씬 풍경이 다채로워졌다. 이리저리 옆을 살피면서 비교적 느긋하게 걸었다.

그리고 그 만큼 곤충들도 많아져서 뭐가 더 좋은 지는 애매했다. 다행히 마스크를 쓰고 다녀서 날파리떼를 조금이라도 피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곳곳에는 산책하거나 자전거타는 사람들이 있었고 이 동네 주민들이 즐겨 찾는 곳인 것 같았다. 한강공원이랑 비슷한데 강이 훨씬 작다는 것 정도만 다른 듯.

주거에 있어 산책로의 중요성을 깨달은 이후로는 이런 좋은 공간이 있는 곳만 보면 이사가고 싶어진다.

그렇게 영등포구와 양천구 사이를 쭉 따라 길이 계속 이어져있다.

사진을 일일이 찍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다보니 운동 시설도 있고 나름 잘 꾸며놓은 넓은 광장이나 공원 공간도 있다. 중간에 화장실도 많이 배치가 되어 있고 깨끗해서 좋았다. 한강공원보다 한산한 편이라 산책하기 편했는데 알고보니 내가 간 2-3일 뒤부터 코로나로 출입 통제한다고 했다.

 
그렇게 쭉 따라가다보니 해가 지며 더 분위기있는 풍경을 볼 수 있었다. 고척스카이돔이 보이는 곳에서 나와 친구는 시내길로 가야했다. 안양천은 더욱 길게 이어져있었지만 우리는 오류동역까지 가야했기에 산책로는 여기까지.

집만 가까우면 종종 가고 싶은 길이었다.

생각보다 빨리 갔다고 생각해서 시간 남을까봐 걱정했는데, 시내길에서 중간에 길을 잘못가서 막상 크게 여유있지는 않았다. 그렇게 시내 걸은 것 다 포함하면 4시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잘 안가본 동네라서 시내 산책도 흥미로웠다. 그리고 열심히 걸은 보상으로 닭목살구이도 먹고 친구네서 신나게 술파티하고 놀며 알차게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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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에 다녀온 중남미 문화원.

주소는 경기 고양시 덕양구 대양로285번길 33-15

앞에 주차 공간이 있긴하다. 많지는 않지만.

대중교통으로는 3호선 삼송역에서 버스타고 약 15분정도 와서 조금 걸어 들어가야 한다. 문화원 거의 앞에 내려주는 버스도 있긴한데 자주 안다녀서, 삼송역에서 고양동시장 가는 버스 아무거나 타고, 시장 바로 전 역인 현대아파트에서 내려서 걸어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아마 걸어서 10분대 정도 걸릴 것 같다.

당시는 3월이라 10:00-17:00 운영되었으나 4월부터 10월은 18:00까지 라고 한다.

친구랑 낮에 잠시 산책하다가 원래는 너무 크지 않은 유적지 가보자며 검색하다 고양 향교를 찾아서 왔다. 그런데 향교는 내부에 들어갈 수는 없었다. 그 옆 좁다란 둘레길로 약간 올라가야 내부를 내려다 볼 수 있는 정도!

약간 허탈해하며 그럼 온 김에 바로 옆에 있는 중남미 문화원이라도 가기로 해 입장했다.

입구에서 티켓 구매하고 들어가면 되고, 입장료는 성인 6,000원이었다.

평일이고 문 닫을 시간이 1시간도 채 남지 않아서인지 대체로 한산했다. 전체적으로 정원처럼 꾸며져 있었고 미술관과 박물관, 카페, 성당 등의 건물들이 띄엄띄엄 있었다.

먼저 박물관으로 향했다.


중남미 문화원 박물관

위 사진들이 박물관 내부 이다. 생각보다 유물이 많았다. 사진에는 다 담지 못했지만.

중남미 일대의 고대부터 근대 유물 등이 다양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예전에 아즈텍 문명, 잉카 문명 책에서 보던 분위기의 것들과 세계 문양 도감에서 보던 무늬 등이 가득해서 더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다.

너무 조용하고 약간 어둑하며 유물이 많으면서 기괴한 모습들도 많아서 조금 무서웠다. 혼자갔으면 제대로 다 보지 못할 뻔 했다.

특히 저 가면들이 가득한 공간이 인상 깊었는데, 사진의 세네배 정도의 독특한 가면들이 온 벽을 채우고 있었다.

약간 일본 민속 신앙이 생각나기도 한 분위기였다.

지하와 2층에도 유물이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거긴 대충 건너 뛰었다.

나는 매우 겁쟁이라서 계단쪽에 걸린 동물 박제보고 놀라서 소리도 지르고 말았다.

박물관에 화장실을 들렀는데, 이 마저도 중남미 분위기의 고전적 인테리어로 만들어져 있었다.

중남미 문화원 미술관

미술관 1층에는 중남미 근현대 회화가 전시되어 있었고 아트샵도 있었다.

지하로 전시는 연결되어 있는데, 회화와 조각 뿐만 아니라 섬유 작업도 많이 있었다. 거대한 자수나 태피스트리 그리고 의상 등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이 공간은 독특하게도 작은 방들이 계속 연결되는 구조 였다. 의상들은 색감이 화려하고 재미있게 보여서 직접 입고 싶을 정도였다.


미술관 1층으로 다시 올라와 아트샵을 구경했는데, 전시의 일부처럼 보일 정도로 유물의 축소버전으로 가득했다. 당시 코로나로 인해 보릿고개였던지라 뭘 구매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는데, 여유 자금만 있었으면 이것 저것 샀을 것 같다. 선물용으로 괜찮아보이는 것도 많았다.

중남미 문화원 조각 공원과 성당

그렇게 미술관을 나와 안 쪽 길을 따라 쭉 걸어가면 조각 공원이 나오고 더 걸어 가면 성당이 나온다.
성당 내부는 겉보기 보다 넓고 화려하며 엄숙했다. 여길 안봤으면 큰일 날 뻔 했다고 느낄 정도.

성당을 나와 다시 조각 공원을 쭉 따라 걸으면 카페테리아도 나오고 더 걸어가면 벽화도 나온다.

이미 마감시간이 임박하여 카페테리아는 이용할 수 없어 아쉬웠다. 실내 자리도 있지만 날 좋을 때 실외 좌석에 앉아서 여유롭게 시간 보내면 좋을 것 같았다. 타코같은 것도 판매하는 듯.

안내 리플렛에 벽화 공간?이었나 아무튼 그 비슷한 명칭으로 표시된 곳이 있어 가 보았는데, 도자기 조각같은 것들 수백개로 이루어진 중남미 고대 분위기의 벽화가 있었다. 엄청 거대해서 압도 당하는 기분이었고 예상치 못한 대작을 보아 깜짝 놀랐다.

건물내부 인테리어와 외부 벤치와 소품들 등 모든 것들을 세심하게 신경 쓴 것이 느껴진 곳이기도 했다.

과거 남미 대사관으로 있던 부부가 모은 유물들을 귀국할 때 가져와 만든 공간이라고 하는데, 양도 엄청나지만 꽤 거대한 것들도 있어서 어떻게 가져온 걸까? 라는 궁금증도 생겼다.

이 곳은 전체적으로 다 잘 조성된 정원같아서 다 천천히 둘러보고 카페도 즐기면 2-3시간 정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대충 급하게 봤는데도 1시간 걸렸다.


교통이 그다지 좋지 않고 주변에 갈 만한 곳이 딱히 없다는 게 애매하지만 한 번정도 가볼만한 곳인 것 같다. 어지간한 서울 시내 박물관보다 유물이 훨씬 많았고 전체적인 공간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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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초 여행 기록.

 

이 호텔은 체크아웃이 조금 빠른 편이라 10시 30분까지였다. 너무 일찍 나가도 기차시간이 맞지 않아

딱 10시30분에 데스크로 갔다. 또 암브라와 마무리하며 폭풍 수다를 떨었다. 나는 이제 한국 간다고 이야기 하다 갑자기 한국까지의 비행시간, 암브라의 여행스타일 등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고 숙박료 결제를 그제서야 한 뒤 길을 나섰다. 가방 안 맡아줘도 되겠냐고 해서 괜찮다고 기차타기 전에 점심도 먹으려고 일찍 갈거다 라고 했다. 대문 앞까지 데려다주며 서로 허그도 하고 친구처럼 헤어졌다. 이런 살가운 호텔이라니.

 

 

 

 

 

 

 

 

 

 

수상버스를 다시 타고 산타루치아 역으로 갔다. 일단 시간이 있으니 역 내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마시면서 좀 쉬고 하다 기차를 타고 로마 테르미니로 갔다. 4시간 정도 걸린 것 같다. 종점에서 종점이라 나름 편했다. 풍경 구경 쭉 하면서 4시간 동안 갔다. 이탈리아 시골 구경은 실컷 했다. 피렌체까진 역방향이다가 그 이후 정방향으로 바뀌었다. 혹시 연착할지도 몰라서 조금 일찍 출발하는 것으로 예매했는데, 제시간에 도착했다.

 

 

 

 

 

 

테르미니에서 공항버스 타러갔는데, 여기서 문제가 생겼다. 내가 현금이 1유로 부족했던 것. 잔액 계산을 잘 못하는 바람에. 그래서 카드되는지 물어볼까, 아니면 그냥 공항버스 말고 공항철도를 탈까 하는데 어차피 수수료가 철도타는 것 보단 적게들고 저 짐 들고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없어 지하철은 도저히 못타겠다! 하며 역내 ATM에서 돈을 인출했다. 제일 적은 단위가 20유로였는데, 수수료 3유로인가 나왔다. 그것까진 괜찮았는데 환율이 진짜 안좋았다. 좀 심하게. 23.5 유로가 인출된 건데 한화로 38,000원정도 나갔다. 예전에 도쿄에서도 이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잔액 계산 잘하자 다시 한 번 느끼며 버스정류장 갔더니 피우미치노!라고 외치며 버스에 탑승하고 있길래 바로 타고 잠시 후 출발했다. 그래도 버스 탄 덕에 석양지는 로마를 마지막으로 감상했다.

 

 

 

 

 

나는 비행기를 공항 3터미널에서 탑승하면 되는데, 마침 버스가 3터미널 앞에 내려주어 편했다. 일단 대한항공 카운터 번호를 확인하고 가서 수속하고 출국 수속을 했다. 사람이 많은 시간대가 아닌지 여기도 한산해서 다 빠르게 금방했다. 그 시간대에 있던 한국사람들은 아마 같이 비행기를 탈 것 같았다. 시간이 많아서 천천히 면세점 구경도 하고 쇼핑도 했다. 쇼핑이라고 해봤자 리몬첼로 사는 거 였지만. 올리브유도 살까 하고 봤는데 그리스에서 살 때보다 비싸서 하나만 샀다. 그리고 리몬첼로는 큰 병은 종류가 그래도 여러갠데 작은 병은 거의 없고 병 모양도 안예쁘고. 역시 시내에서 예쁜 거 있을 때 더 샀어야했는데. 이래 저래 몇 개 샀더니 진짜 무거웠다. 하필 큰 병 하나는 신전 기둥 모양이라 예뻐서 샀는데 그게 제일 무거웠던 것 같다. 가방에는 노트북이 들어 있어 안그래도 무거운데 들고다니느라 잠시간이나마 힘들었다. 여기는 면세점에서 한번에 쭉 다 고르고 계산하는 곳이 한 군데 였다. 나름 편리한 시스템. 단체로 놀러온 미국 애기들이 많이 정신 없는 분위기긴 했지만.

 

 

그렇게 사고 나서 한 층 올라가서 카페있길래 커피랑 샌드위치를 샀다. 샌드위치 뭐 먹을지 고르고 있는데, 주문 겸 계산하는 곳이 뭔가 소란스러웠다. 보니 아시아계 중년 여성 2명이 주문하는데서 자꾸 '노 달라? 노 달라?'를 외치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한국 사람들인데다가 여기 달러 안되냐고 물어보는 거였다. 그냥 물어보기만 하는 느낌이면 괜찮은데 진상의 기운이 느껴졌다. 일단 유럽에 왔고, 입국하는 것도 아니고 다 여행하고 출국하는데 무슨 달러인건지....그리고 달러도 사실 종류가 많다보니 어느 나라의 달러인 것도 있고...이건 우리나라와서 일본 엔이나 중국 위안 되냐고 물어보는 거랑 뭐가 달라... 그 와중에 발음상의 문제로 직원들이 아예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은 것. 직원들 표정은 썩어가고 주문은 밀리고 나는 왠지 짜증나고 부끄럽고. 이 때도 끼어들까 말까 고민했는데 일단 카드결제하는 것으로 정리되는 것 같길래 가만히 있었다. 괜히 일행으로 오해받을 것 같기도 했고. 그 카드결제 하는 것도 맨처음에 카드는 안되서 다른 카드로 해서 되긴 했다. 요새 화 낼 상황에 화를 많이 참았더니 누가 조금만 화나게 내도 폭발할 자신이 있었다. 일도 그만두었겠다 이미지로 잃을 게 없어서 정말 그들에게 뭐라고 하고 싶었다. 한국 망신 시키지 말라고. 그러고 나중에 커피 받을 때도 한잔 덜나왔는데 계속 말투가 따지듯이 말하고. 진짜 중국인 욕하지 말자. 우리나라 사람들 먼저 돌아봐야겠다 싶었다. 중년 여성이 총 3명이었는데 다들 그런 태도였다. 왠지 내가 미안해져서 주문할 때도 최대한 상냥하게 말하고 감사하다고 많이 했다. 예전에 카페알바 하던 시절이 떠올랐다. 외국인 관광객들이 가끔 오는데, 한 번은 중국 여자아이들이 여러명 왔다. 그런데 그들이 다들 한국어도, 영어도 못하는 바람에 주문이 아주 힘겨웠다. 중국어로 자꾸 당당하게 이야기하는데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하고 답답했던 기억. 그리고 한국에서 출국할 때 카페에서 본 일본인 중년 여성은 카페가서 꿋꿋하게 계속 일본어로 주문하고 이야기함. 일본 동전 내밀며 이거 되냐고 하는데, 그 직원이 일본어 조금은 할 줄 알아서 어쩌어찌 의사소통 하긴하더라. 일본 갔을 때, 영어로 물어도 일본어로 대답해 주는 것까진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일본 아닌 곳에서도 꿋꿋하게 일본어로 하는 경우 더러 있었다. 이게 국적 문제가 아니라 정말 사람 나름인 것 같다. 그럼 영어는 뭔데?라는 생각도 들지만, 다른 모든 언어를 배울 순 없으니 영어라도 해야지. 한국어가 세계 공용어인 세상, 언젠가는 올까.

 

 

 

너무 시간이 많이 남아서 한참 놀다가 비행기 탑승했다. 밤 10시 15분에 출발이었다. 이번에도 난 뒤쪽 자리에 앉았는데 여기도 좌석 지정하면서 제발 옆에 누구 없길 바랬다. 나는 가운데 구역 복도자리였고 이 구역은 4좌석이 연결된 구조였다. 그런데 그 라인에 나 혼자였다! 그리고 자리 특성상 내 옆쪽 창측 구역은 비상구여서 좌석이 아예 없어서 더 편했다.내가 뒤에서 두번째였는데 내 뒷자리에 앉은 사람도 그 줄에 혼자였다. 난 그래서 편하게 옆자리에 내 가방이나 다른 짐도 놓고 팔걸이도 다 쓰고 행복해했다. 그런데 내 뒷사람은 비행기 고수인지 나중에 보니 팔걸이 다 젖히고 4자리에 아예 누워서 자고 있었다. 와 이게 가능한 거였구나. 편할 것 같긴했지만 차마 따라하진 못하겠더라.

 

 

 

 

한국에 도착하니 오후 5시정도였던 것 같다. 일단 입국심사는 금방이니까 후딱하고 가방을 찾아 세관신고로 향했다. 작긴한데 주류 여러병 샀으니까. 원래 주류세금 엄청 센 줄 알고 그동안은 한 병씩만 사오고 했는데, 이번에는 당분간 여행 못 갈거라 그냥 세금 좀 내자는 마음으로 여러병 샀기에 처음으로 세관자진신고를 해 보았다. 500ml 2병에 미니어처들 11병 이었다. 미니어쳐는 담당자도 보시고 음? 이게 술이예요? 할 정도. 영수증 보여드리고 뭐가 얼마인지 설명해드렸더니, 자진신고 감면해서 세금 생각보다 얼마 안나왔다. 그 인터넷에서 간의 계산같은 거 해본거보다 덜 나왔다. 지나가는 사람들 다 잡지는 않는데 몇몇 짐 많은 사람들이 캐리어 스캔하는 거 보긴 봤다. 유럽 직항은 종종 검사한다고 들었다.

그래서 납입하는 서류랑 가상계좌 서류 받아서 집가는 공항버스에서 바로 이체하고 속시원해 했다.

 

 

인천공항 2터미널 전에 친구데리러 갔다가 처음와보았을 때도 공항철도랑 역이랑 가까워서 엄청 좋다고 생각했는데, 공항이 덜 번잡해서 출국, 입국 수속도 빠르고 좋았다.

 

 

 

 

 

 

 

공항 버스 타고 집으로. 베네치아에서 기차로 출발한지 약 24시간 만에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길고 길었다.

 

 

 

 

 

 

 

여행 후기 종합.

전체 여정
인천 - 러시아 모스크바 3일 - 그리스 아테네 3일 - 이탈리아 로마3일 - 피렌체 3일- 베네치아 3일 - 다시 로마들러서 인천

비행 직항이용 4번
인천-모스크바 대한항공
모스크바-아테네 아에로플로트
아테네-로마 알리탈리아
로마-인천 대한항공

공항-숙소 이동은 모두 공항버스

이탈리아 도시 간 이동 3회 모두 이딸로 기차 이용.

비행과 육로 이동 등 모든 교통 수단 지연 없었음.


총 여행 비용 약 300만원 초반 정도. 항공권 총 4편 120만원에 기차와 공항버스, 대중교통 등 교통비 약 20만원대 였던 듯. 아마?
쇼핑은 술과 엽서 정도만 했고 나머지는 식비, 입장료, 숙박료.

숙박은 모스크바, 아테네, 로마는 호스텔 이용했고 대략 1박당 1-2만원대 였다. 피렌체, 베네치아는 호텔 이용했고 가격대는 피렌체는 평균 1박당 4-5만원 정도이고 베네치아는 1박당 9-10만원 정도 였던 것 같다.

전체적으로 비수기라서 가능한 가격대였던 것 같다. 교통비도 그렇고 입장료도 비수기라 대부분 절반정도 저렴했다. 2월 여행 할 만 하다 여겨졌다.

러시아의 겨울은 생각보다 춥지 않았고 꽤 치안이 좋았다.
그리스는 작지만 정감있는 활기찬 관광지의 느낌이었고, 이탈리아는 정말 볼 것들이 다양하고 많아서 왜 전세계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가는 지 이해했다.

 

긴 것 같으면서도 짧았던 15일. 귀국하니 또 다시 현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여행하는 동안 잡 생각도 없고 즐거웠다. 일단 퇴사의 결정적 계기가 된 후두염과 성대결절 완치에 미술관도 원없이 다니고 행복했다. 여행이라는 건 뭔가 물질적으로 남는 건 아니지만, 그 시간과 경험은 정신적으로 영향을 많이 주는 것 같다.이번 여행은 지쳤던 나에게는 특히나 잠시마나 현실에서 벗어나는 시간으로, 머리가 깨끗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여러가지 잊고 있던 의욕들도 다시 되새겨지고 영감도 받고 좋았다.그리고 난 혼자 정말 잘 논다는 것도. 외롭지도 않고, 한국음식도 생각 안나고.

 

이제 현실로 돌아와서 충전한 의욕들을 실천해야겠지만. 이라고 결심했었는데 2020년이 된 지금 나는 여전히 혼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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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연말에 짧게 강화도 여행을 다녀왔다.

가장 친한 친구와 둘이 갔는데, 퇴근하고 가느라 밤에 가서 다음날 낮에 나왔으니 잠시 들른 느낌이었다.

친구와 알고 지내고 친하게 지낸지는 꽤 되었지만, 여행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매번 가자가자 말은 했으나 막상 각자의 스케쥴이 있다보니 함께 가지 못했다가 가까이라도 가보자 해서 실행하게 되었다.

가까운 강화도 가서 맛있는거 먹고 놀다오자 정도의 느낌이었다.

나에게는 거의 10년만의 강화도 이기도 했다.

 

 

그 날 친구네에 같이 출근했다가 최대한 빠르게 정리하고 나왔는데도 6시가 넘었고 생각보다 시간이 빠듯했다. 가면서 장보려고 했는데, 대명항 수산물 시장은 6시까지 영업이었고 강화도 하나로 마트는 8시까지 영업이었다. 대명항 수산물 가게에는 미리 전화해서 사장님께 부탁드렸더니 기다려주셔서 7시쯤에 무사히 구매했다. 그 시간에 갔더니 다 문 닫아있고 캄캄해서 무서웠다. 항구 바로 옆인데다 조명도 거의 없어 무슨 밀수하는 기분이었다. 키조개랑 가리비등 이것 저것 사서 50,000원 정도 나왔던 것 같다. 하나로 마트로 후다닥 넘어가서 고기, 풀, 술 등 다른 식재료들을 다 샀다. 비수기여도 사람들이 생각보다는 많았다.

급한 일을 다 처리하고 나니 긴장이 풀렸다. 친구와 나는 신나하며 이제 숙소가서 얼른 먹자! 하고 즐거워 했다.

그러다 네비게이션에서 경로를 선택해야 했는데, 추천경로와 최단거리가 시간은 비슷한데 거리가 차이나서 별 생각없이 최단거리로 가볼까?라고 하며 출발했다.

그리고 왜 추천경로가 추천할만 한지 알게 되었다.

네비게이션이 시키는 대로 갔더니 점점 길이 있는건지 모를 길로 안내했고 산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사람도 차도 없고 가로등도 제대로 없는 좁은 길로 계속 올라가게되자 정말 무서웠다. 친구가 운전했는데 서로 우리 오늘 살아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하며 공포에 미쳐서 마구 웃어댔다. 좁고 구불구불하고 캄캄해서 조금만 실수해도 정말 큰일날 것 같았다. 그러다 평지로 내려와서 기뻐했는데, 아직 끝나지 않았었다. 이번엔 논밭 사이의 좁은 길로 가야했기 때문이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숙소에 도착했고, 최단경로라는 말이 이제는 웃긴 단어가 되어버렸다.

펜션에 도착하니 8시가 조금 넘었다.

여기 각방 테라스에서 고기 구워 먹을 수 있다고 봤는데, 겨울이라서 공동 사용장을 이용해야했다. 우리가 예약한 방 바로 앞이긴 했는데, 단체 손님들이 있어서 좀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결단을 내렸다.

 

추위를 감수 하고 방 앞 테라스에서 굽기 세팅을 다 하고 거기서 2시간 가량 놀았다. 다행히도 바람이 안부는 날씨여서 어찌어찌 버틸 수 있었다. 그러다 단체 손님 가고 나서 공동 사용공간에서 조금 놀다가 방으로 들어갔다.

고기와 조개 등을 열심히 굽고 열심히 먹었다. 가리비 일부는 구이로, 일부는 회로 먹었다. 키조개는 원래 모짜렐라 치즈랑 같이 구우려고 했는데 장 볼때 깜박해서 그냥 구이로 먹었다.

이런 식으로 가끔 놀러가고는 하는데, 음식 많이 남는 것이 싫어서 어느정도 조절을 해서 사는 편이다. 장 볼때는 배고파서 다들 이것 저것 많이 사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보다 사람이 그렇게 많이 못먹는다. 남자 여자 다 똑같았다. 과자류는 몰라도 특히 고기같은 상할 우려가 있는 것은 남아도 골치다. 이런 경우 많이 봐서 고기만 사는 것도 아니고 다른 것들도 보통 사기 때문에 미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듯.

 

그렇게 열심히 먹는 시간은 계속 되어, 방에서 라면 먹고 간식이랑 술 더 마시고 놀다가 적당히 잠들었다.

숙소는 2인이 쓰기에는 넓은 곳이었고 일부러 침대방 아니고 온돌방으로 예약하여 넓찍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 

침대방은 보통 답답한 느낌이 나서 별로이다.

둘다 공주같은 방 싫어해서 시설은 적절했던 것 같다. 있을 것 다 있고 욕실도 깨끗하고.

숙소 이름이 웨스트포인트였는데, 사실 예약을 급하게 하느라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 침대방이 아니면서 바다 가깝고 개별 바비큐가 가능한 곳을 고르다보니 찾은 곳인데 후기가 별로 없어서 걱정했으나 사장님도 친절하시고 괜찮은 곳이었다. 물론 겨울에는 개별 바비큐가 안되는 듯 하지만...

여기서 바다도 보인다고 해서 약간 기대했지만, 밤에는 정말 아무것도 안보였다. 아침에는 바다가 잘 보이긴 했지만 간조라서 갯벌 퍼레이드.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서 숙소 정리하고 나왔다. 둘이서 사용한데다 친구와 나 둘 다 그런 곳에서 정리를 잘 해야한다는 관념이있어서 진짜 싹싹 다 정리했더니 나갈 때 사장님이 방 엄청 깨끗하게 사용했다며 칭찬?해주셨다. 그런 것으로 괜시리 뿌듯해 했다.

강화도 바다 그 시간에는 거의 갯벌인 것 알고는 있지만, 이왕 온 김에 보고 가기로 했다. 동막해수욕장으로 갔는데, 역시나 매우 갯벌이었다. 별다른 감흥 없이 몇 분 감상한 뒤에 떠났다.

가다가 검색하는데, 브런치가게? 있대서 커피마시고 점심이나 먹고 가자 하고 들렀다.

 

가게 이름은 그린 홀리데이였는데 단독 건물도 주변이 공원처럼 잘 꾸며져있었다. 들어갔더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았다. 인테리어나 전망이 좋았고, 식사메뉴는 메인 메뉴와 점심용 메뉴가 따로 있었다. 해장용으로 수제버거가 먹고 싶어서 오늘의 버거를 각각 주문했다. 그리고 아이스 아메리카노 마셨는데, 요 근래 마신 커피 중 가장 맛있었다. 커피 맛에 감탄해서 몇번이나 우와 우와 하며 마셨다. 버거와 감자튀김이 같이 나왔는데 이것도 깔끔한 맛이고 맛있었다. 큰 기대는 안하고 갔었는데 매우 만족했다.

 

그렇게 식사하고 수다떨고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다시 강화를 떠났다.

 

 

 

Posted by jurmie
:

 

 2019년 3월 초 여행 기록.

 

 

 

 

피렌체를 떠나 베네치아 산타마리아 역에 내리니 복잡하긴 한데 코스프레같은 행사가 있는지 다양한 옷을 입고 분장한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서 무슨 코믹콘 행사라도 하나 싶었다.

 

 

 

 

 

 

 

 

 

약간의 의문을 뒤로 한 채 수상버스를 타고 리알토 다리에서 내렸더니 사람이 더더욱 미친듯이 많았다. 발 디딜 틈 없이 많았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상황. 역시나 가면을 썼거나 아예 제대로 코스튬을 갖춘 사람들이 많았다. 여긴 관광도시라서 이렇게 항상 붐비는 건가? 하며 간신히 숙소에 도착했다.

다른 때는 리알토다리 정류장에서 호텔까지 걸어서 3분인데 사람이 너무 많아서 한참 걸렸다. 호텔 직원?사장?과 이야기 하다 물어보니 카니발!!이라며 항상 이렇지는 않다고 했다. 하필 내가 간 날이 축제기간 막바지인데다 토요일이라서 가장 많은 날이었던 것이다.

이 호텔은 체크인이 좀 일찍이라 1시부터였다. 그 대신 체크인 시간도 11시로 다른 곳보다 빨랐다.

 

 

베네치아 본 섬 숙소들이 시설에 비해 비싸기로 유명하다고 했지만, 나는 기차타고 메스트레에서 왔다갔다 하기 싫어서 본 섬으로 예약했다. 어쩐지 베네치아가 유독 호텔들이 빨리 마감된다 싶었는데 축제기간이라서 더 그랬나보다. 이 호텔 2박에 160유로정도 했다. 조금 오래된 호텔이고 건물의 한층만 호텔인 작은 곳이다. 그렇지만 여기도 욕실은 새로 공사했는지 새 거 티가 났고 싱글룸인데 침대도 꽤 넓었다. 옷장도 있고. 책상은 엄청 조그맣지만. 입구에서 벨 누르면 문 열어주고 계단 올라가면 호텔이다.

호텔 사장 혹은 직원인 암브라가 날 맞이해 주었다. 내 앞에 체크인하는 사람이 있어서 좀 기다렸다. 이야기를 한참 하길래 아는 사람인건가 하고 쭉 기다렸는데 원래 말이 엄청 많은 거였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와서 이야기하는데 나랑도 얘기 한참했다. 호텔 소개와 베네치아에 대한 안내 등등을 해주고 카니발이야기 하고. 내 방에 들어와 대충 짐 정리하고 나갔다. 나가면서 점심먹으러 갈건데 파스타 맛집아냐고 물으니 엄청 적극적으로 알려주었다. 지금 사람이 너무 많으니 조금 덜 복잡한 곳에 있는 곳으로 2군데 알려주고 디저트 맛집도 알려주었다. 디저트 가게에서 꼭 먹어보라며 무슨 빵을 알려주었다. 아주 자세히 알려주어서 그 빵에 들어간 재료도 검색해서 사진 보여주며 거기 건포도랑 무슨 견과류 들어가는데 알러지 이런거 없냐고 물어보고. 정말 친절하고 사교적인 성격이었다. 다만 이탈리아 특유의 영어억양을 넘어 베네치아의 억양인지 열심히 잘 들어야했다. 그러한 발음은 수상버스에서도 들렸는데 예를 들자면 Next Stop is ---이면 넥스트 스토프 이즈 이런 식으로 들렸다. ㄹ,ㅁ발음 이외의 받침은 따로 발음하는 듯 했다. 이야기 하다가 자신의 고충도 토로하며 외국에서 누가 예약하려는데 자꾸 최종결제단계를 안해서 전화로 알려주는데도 자꾸 못한다, 나는 엄청 열심히 설명하는데 엉엉, 이런 일로 매일 전화를 한다 등등. 약간 투머치 이긴한데 나는 시간이 급박한 여행자는 아니다 보니 재미있게 들었다. 축제기간이라 소매치기 엄청 조심해야한다고도 하고.

 

 

 

 

 

 

 

 

 

암브라가 알려준 곳 중 한 곳을 향해 가면서 길 구경도 했다. 베네치아는 길이 워낙 좁고 섬 도시다 보니 본 섬에서는 자동차와 자전거가 아예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교통수단은 배만 있었다. 길이 좁아서 미로같고 300여개의 다리가 있다고 했다. 암브라가 헤어지며 길 조심하고 꼭 또 만나자고. 다행히 GPS가 잘 작동해서 길 잃지는 않았다. 다만 켜고 조금 기다려야 정확한 위치가 나오기는 했다.

 

파스타가게는 적당히 사람이 많았다. 오징어먹물파스타를 먹었다. 14유로. 생각보다 짜긴한데 탄산수랑 같이 먹어서 먹을만 했다. 후식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 먹었다. 서비스 차지는 2유로. 베네치아가 해산물이 유명해서 그런걸로 바가지 씌우는 데들이 있다니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해산물 파스타가 저렴해서 주문했는데 알고보니 g당 가격이었다거나 그런. 꼭 메뉴판 자세히 봐야 한다고. 다행히 내가 간 중에는 그런 가게를 못 보았다.

 

 

 

 

 

 

 

 

 

 

산책 겸 걸으며 아카데미아 미술관으로 갔다. 가는 길에 다양한 분장한 사람들도 보고. 사진촬영 부탁하면 포즈잡는 경우도 많았다. 그리고 분장한 채로 공연하는 사람들도 있고. 음악 틀어놓고 춤추거나 직접 음악 연주하거나. 여러명이서 악단처럼 음악 크게 연주하다가 경찰한테 제지당하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 제지당하는데도 패기롭게 더 하자!!우어어! 이런 식으로 관람객들의 호응을 유도하기도 했다.

 

 

 

 

 

 

 

 

 

 

 

 

 

 

 

 

 

 

 

 

 

 

베네치아 야경투어

나와서 천천히 걸어 야경투어를 들으러 갔다. 시작점은 기차역 근처라 다시 그 곳으로 갔다. 시간이 조금 남아서 근처 둘러보고.
소수정예투어라고 되어 있었기에 몇 명이나 되려나 했는데 총 7명. 적당한 숫자였다. 그래서 여기는 수신기가 따로 필요없었다. 가이드분이 서로 이야기도 하면서 가라고 했는데 정작 그럴 시간은 별로 없었다. 그렇게 걸어서 조금 둘러보고 수상버스 중간에 2번타고 이동해서 야경들 보면서 설명을 들었다. 총 3시간정도 걸리는 코스. 주요 장소들은 다 가는 거였긴 한데 베네치아가 워낙 좁다보니 아까 내가 산책하며 갔던 곳들이 많았다. 그래도 뭔지 모르고 봤는데 설명 들어서 아~이게 그거구나 하고 알게 되었다.

워낙 어딜가도 사람이 많았긴 한데 산마르코 광장에서 공연이 있어서 엄청 번잡하고 소란스러웠다. 가이드분 설명이 잘 안들릴 정도. 클럽같은 분위기의 공연이라 흥겨워 보여서 약간 거기서 놀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투어 중이니까 조금만 구경했다. 거기서 개인 시간 조금 주고 다시 투어다니다가 마지막 장소가 리알토다리라서 나는 숙소 가기 편했다. 다른 분들은 숙소가 육지쪽인건지 나중에 가이드분과 같이 다시 수상버스타러 가고 나는 따로 걸어갔다. 마무리하는데 이번 가이드분도 이제 곧 한국 간다고 해서 신기했다. 내가 들은 가이드분들이 다 마지막 투어.

베네치아 가이드분 설명 열심히 해주시고 그러긴 한데 뭔가 나랑 핀트가 안맞았다. 초반에 인트로할 때 간략한 설명하고 나서 질문있냐고 하는데 다들 가만히 있었더니, '네, 하긴 뭘 알아야 질문도 하죠?'하는데 이건 뭐지 싶었다. 따지기 귀찮고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분위기 상 그냥 있었다. 중간 중간에 약간 그런 비슷한 느낌들이 있었다. 설명 열심히 해주고 자료도 여러가지 보여주시고 해서 도움되는 부분 많긴했는데 뭔가 기분이 마냥 좋진 않은. 투어 들어본 적 있는 사람 있냐고 물어서 나만 손들었는데, 로마에서 들었다고 했더니 그 투어는 어땠냐고 하는데 그걸 뭐라고 말해야되는 건지 모르겠어서 그냥 사람 많았다고만 했다. 아 그리고 여행과 관광의 차이가 무엇일 것 같은지 묻는데, 여행이 더 큰 범주고 그 속에 관광이 있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왠지 그걸 원하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역시나 여행은 여러가지를 알아가며 다니는 거고 관광은 패키지투어처럼 슥슥 보고 하는거 라고 생각한다며 자신은 여행을 알려주고 싶다고 했다. 그 취지는 뭔지 알겠는데, 내가 별로 안좋아하는 화법을 가지신 분이라는 건 깨달았다. 너무 다른 사람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거나 여행 자체를 처음 왔다는 전제로 하시는 듯? 그렇지만 비수기라 그런지 베네치아 야경투어는 선택권이 별로 없었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투어자체는 유의미해서 큰 후회는 없었다.

 

 

 

그렇게 9시쯤 끝나고 숙소로 돌아왔다.

 

 

 

베네치아 2일차 아침.

 

 

 

 

 

 

Marchini

다음날은 일요일이었고 오전 11시에 곤돌라를 예약해 두었다. 베네치아가 길이 복잡하니 실제 거리보다 가는 데 오래 걸릴 것 같아서 1시간30분 전 쯤 나갔다. 일단 어제 암브라가 알려준 디저트 맛집 Marchini 에 갔다. 리알토 다리 근처 H&M 앞인데, 아침부터 사람이 엄청 많았다. 의자는 따로 없고 주문하고 그 자리에서 서서 먹고 커피마시는 구조였다. 그래서 주문하기가 조금 힘들었다. 맛있어 보이는 건 엄청 많았는데 빵 이름들을 잘 모르니까. 직원도 많고 손님도 많고. 한참 눈치보고 구경도 하다가 간신히 주문 성공! 암브라가 추천해 준 둔 빵의 이름을 보여주고 2개 달라고 했다. 서서 일단 한개 먹고 한개는 들고 나가서 먹었다. 음 그냥 한국 옛날식 도너츠 느낌? 튀긴 빵에 설탕이 많이 묻혀진 거였다. 안에 견과류랑 건포도는 조금 있고. 내가 원래 그런 튀기고 설탕 많은 빵을 별로 안 좋아해서 좀 아쉬웠다. 그래도 일단 아침식사 겸 잘 먹었다.

 

 

곤돌라

 

 

 

 

 

 

 

 

 

 

 

 

 

 

길 구경이랑 그 근처산책도 하려고 일찍 나간 거였는데 안 그랬다면 정말 큰일 날 뻔 했다. 곤돌라 탑승 예매 모이는 곳이 산마르코 광장 근처라 거길 지나가야 했는데, 그 근처가 다 통제되어 있었다. 사람들로 좁다란 길들이 가득 차 있어 반대로 나가는 것 조차 힘들었다. 초반엔 여유롭게 가고 있었는데 그 때부터 긴박해졌다. 처음엔 길 한두군데만 막힌 줄 알고 그럼 시간도 있는데 조금 돌아가지뭐 하는데 여기도 막히고 저기도 막혀있었다. 그때가 되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나는 조금 많이 돌아가는 길로 가야 할 것 같아 열심히 지도를 보며 그 좁은 길을 뛰었다. 어찌어찌해서 10시 50분에 집결지로 갈 수 있었다. 11시까지 가야했었다. 내 3만5천원 날릴까봐 두려웠다. 나는 혼자간거라 곤돌라 그냥 타려면 비싸니 일부러 단체로 타는 거 신청한 건데 '이걸 못타면 안돼! 베네치아 다시 못올 것 같은데 마지막이야!' 이러면서 절박하게 뛰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무사히 타서 다행. 나중에 보니 통제 풀리긴 했는데 그때 왜 그랬는지는 아직도 모른다.

곤돌라 투어는 다양한 국적 사람들이 20-30명정도 모여서 함께 갔다. 한 곤돌라에 5-6명씩 탔다. 거의 2명 단위로 많이 왔고 혼자 온 사람 나 포함 3명. 혼자온 사람들 모여서 타고 다른 모녀해서 이렇게 5명이 같이 탔다. 천천히 베네치아 슥 돌고 큰 바다쪽 한 번 나갔다가 탄 곳으로 돌아오는 코스고 타고 내리는 것 합쳐서 딱 30분정도 걸렸다. 내리니까 11시 40분정도. 인생에 한 번은 타도 좋을 듯. 굳이 2번은 안타도 될 것 같고. 나름 정찰제라고 낮에 80, 밤에 100유로인 것 같았다. 가면서 걸어다닐때는 가까이 못가는 곳을 더 자세히 볼 수 있었다. 물에 잠긴 바다쪽을 향하는 계단을 보며 예전에는 수위가 더 낮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같이 탄 여자아이가 엄청 귀여웠는데, 막판에 양산을 물에 빠뜨려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다행히 양산이 펼쳐진 상태라 바로 구조할 수 있었다.

 

 

 

 

 

 산마르코 광장과 카니발

 

 

 

 

 

 

 베네치아에서 모두가 마시고 있던 스피리츠

 

 

 

 

 

 

 

 

 

 

 

다음은 베니스비엔날레 터를 향해 갔다. 올해 5월인가 6월에 한다는데 나는 그 때 시간이 안될 것 같아 아쉬운대로 그 근처라도 가보았다. 산마르코 광장 근처의 바다로 가서 그 항구있는 길을 쭉 따라서 가면 되는 단순한 코스였다. 물론 거리는 베네치아치곤 좀 가야했지만. 정말 사람 많았다. 길도 넓은 데 그 길을 사람들이 다 메우고 있다. 물론 코스튬 차려입은 사람들이. 가면축제지만 분장자체도 일종의 가면인지 코스프레 축제였다. 이거 일부러 맞춰서 오기도 힘들다는데 나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비엔날레 대신 카니발이라도 봐서.

 

 

 

 

 

가다가 조금 한산해지는 구간에서 가게에 앉아 조금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 항구 근처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이 다들 무슨 주황색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술 같은데 이름을 몰라서 궁금해 하다가 내가 들어간 곳에서도 많이 마시고 있길래, 직원에게 저 오렌지색 음료 무엇이냐 나도 한 잔 주문하겠다 해서 파스타랑 같이 마셨다. 오렌지맛 나는 칵테일같은 거 였다. 이름이 스피릿츠인가 스프리츠인가 그런거였다. 여기는 항구 앞이라 뷰가 좋아서 앉아 있는 것 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여유롭고. 마지막 파스타로는 까르보나라를 주문했다. 해산물할까 하다가 그냥 해산물은 한국도 어차피 신선한거 많은데 뭐, 싶어서 그냥 계란맛이 나는 파스타를 다시 먹어보자! 하며 주문했다. 맛은 무난했다. 항구 앞 쪽에 있는 가게들은 전망이 좋은 게 우선이라 맛은 왠지 보장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가격도 너무 번화한데보다는 저렴하고 덜 복잡하고. 파스타 14, 음료 6, 서비스차지 2였다. 평균적으로 보통 이 정도의 가격대 인 듯 하다.

 

 

 

가다가 젤라또 파는데도 있어서 먹었다. 3가지 맛 고르면 4유로. 젤라또 가격은 로마나 피렌체는 보통 3가지맛에 2.5~3유로 정도였고 베네치아는 4~4.5유로 정도였다. 일단 베네치아에서 2번 먹었는데 둘다 맛있었다. 그 피렌체 베키오 다리근처 거기만 빼고는 다 좋았다. 여기서 주문하는데 직원이 하나 잘 못 알아들어서 내가 말한거의 옆 꺼를 줬는데 그것도 엄청 맛있었다. 그거 이름이 어려워서 뭔지는 모르겠고 정확히 무슨 맛이다!할만한 건 없는데 아무튼 맛있었다. 전체적으론 바닐라색인데 초록 시럽같은거 있고 젤리 조금 있는 거였다. 젤리는 안좋아하는 데 크림이 맛있었다. 그리고 개인적 취향이지만 젤라또는 과일계열보단 초코나 커피등의 계열이 더 부드러웠다. 전반적으로 베네치아가 다른 곳 보다 전체적인 물가가 조금 비싸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그렇게 먹으면서 항구와 바다를 보다보니 평온해졌다. 그 근처는 이미 많이 한산한 상황이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곳 인근.

 

 

 

 

 

 

 

 

 

 

 

 

 

 

 

 

가다보니 공원이 보였다. 그 공원 안쪽이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장소였다. 닫혀있었지만. 살짝 구경하고 나와 다시 바다를 보며 걸었다. 또 공원이 나왔다. 약간 수변공원같은 느낌. 그 근처는 나무들도 많고 공원에서 운동하고 개와 산책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었다. 여기 거주하는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벤치에 앉아 점점 가라앉는 해를 보여 여유부리고 사진도 찍고 놀았다. 그렇게 한참 사진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할아버지가 뭔가 대화를 시전했다. 대충 내가 사진찍고 있던 저 건너편 섬은 베네치아가 아니라 리도라는 곳이다 라고 하는 듯 했다. 리도 섬은 지도에서 본 적 있어서 대충 알아들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거의 못알아들었다. 무슨 전쟁 이런 단어도 나온 것 같긴한데, 그 할아버지는 이탈리아어로 말하는데 난 모르니까. 그 분은 뭔가 열심히 알려주고 싶어했는데 내가 못알아 듣고 자신도 영어 전혀 못하셨다. 그런데도 열심히 이야기 계속 하시는 패기...의욕은 감사하나 정말 하나도 모르겠어서 난감한 표정으로 대화함. 그리고 그냥 적당히 듣고 웃으면서 할아버지가 Salute라 인사하며 작별. 나도 알아 듣고 싶었어요 할아버지...

 

 

 

 

그렇게 다시 광장쪽으로 이동했다. 조금 가다가 셀카찍고 있는데 지나가던 가면코스프레한 사람이 날 보고는 조용히 와서 내 셀카에 출연했다. 셀카 찍다 갑자기 화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가면이 나타나서 으악! 놀란후 그냥 웃고는 다시 사진찍고 그 사람은 빠르게 떠났다. 가끔 그런 식으로 와서 소매치기 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겠지만, 일단 이건 나에게는 그냥 웃긴 상황 정도로 끝났다.

 

 

 

 

 

 

 

 

 

 

 

 

 

 

 

 

 

 

 

 

 

 

 

 

 

 

산마르코 광장에 공연 또 하나 싶어 갔더니 이번에는 그 카니발코스튬대회를 하고 있었다. 시상식이 진행되고 있었다. 궁금해서 1등 발표할 때 까지 지켜보았다. 굉장히 다양한 주제로 분장을 해서 옛날식 드레스와 가발, 특유의 화려한 가면부터 슈퍼히어로(주로 아이들이긴 함), 계절, 요정, 펑크, 몬스터, 그 외 영화 캐릭터 들 등 폭넓게 볼 수 있었다. 한 10일정도 한다고 한다. 길 가다 보면 집 테라스에서 나와 퍼포먼스를 하시는 분들이 종종 있었다. 같이 사진도 찍어주고. 그리고 젊은 사람들만이 아니고 중/노년 분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는 느낌. 그분들은 조금 더 고전 궁중 복식위주로 분장하시긴 했다. 문화가 우리나라처럼 빠르게 변하지 않은 나라들은 그렇게 다양한 연령의 사람들이 같은 문화를 공유하는 것 같다.

 

 

 

 

 

 

 

 

 

 

 

 

 

 

 

 

 

 

 

 

 

1등 발표까지 보고 나서 숙소를 향해 갔다. 가면 샵 같은 곳에 들러 원래 친구 생일선물로 가면을 사줄까 했는데 이왕 살거면 제대로 된 거 줘야하는데 그러면 최소 40-50유로는 줘야할 것 같았다. 여기서 내적 갈등이 시작. 생일선물로 그정도 돈 쓸 수는 있는데 그냥 쓰레기로 전락할까봐 차라리 그 돈으로 쓸모있는 걸 사줘야하나 한참 생각했었다.

그리고 리알토 다리 버스정류장 근처 큰길에 마트가 2개 있는데 거기 가서 저녁먹을거 간단히 샀다. 가끔 물 사던 곳이다. 여기는 물가가 비싸서 마트에서 사도 0.65유로 정도. 저녁으로 먹을 프로슈토랑 생모짜렐라, 와인 하나 샀다. 그리고 그냥 보이길래 쿠키 2박스 샀다. 다 합쳐서 10유로정도. 그 쿠키 친구줬는데, 안에 초콜릿 들어 있었는데 맛있었다고 만족해했다.

마트에서 리알토로 조금 가다가 보면 피자파는 곳이 있었다. 여긴 미니피자였는데 3유로. 여기는 토핑이 좀 있는 피자였는데 맛있었다. 일단 배고프니 저녁을 대충 먹고 나와서 밤거리 한시간 산책하고 하루를 마무리했다. 전날은 토요일이라 엄청 나게 사람이 많았고 밤 늦게까지도 활기찬 분위기였는데, 이날은 훨씬 조용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에 열심히 야경을 보았다. 그렇게 쭉 돌고 숙소로 돌아와서 프로슈토에 와인 마저 마시고 잠들었다.

베네치아의 짧은 일정도 마무리가 되었다.

 

물에 잠기기 전에 꼭 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기대만큼 좋았던 것 같다. 물 위의 도시라는 낭만이 확실히 있었다. 이탈리아의 도시들 다 나름의 매력이 있었기에 왜 이 세도시가 가장 많은 사람들이 가는 지 알 것 같았다.

 

 

 

 

 

 

 

Posted by jur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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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3월 초 미술관 여행 기록.

 

 
베네치아 아카데미아 미술관

 

 

 

 

 

 

 

 

 

 

 

 

 

 

 

 

 

 

 

 

 

 

 

아카데미아 미술관은 베네치아에서 주로 활동했던 옛 예술가들의 작품들이 많았다. 원래 15유로로 알고 있었는데 12유로였다. 특별할인기간 이런 안내는 없었는데 뭔진 모르겠지만 나한텐 좋은 일이었다. 성화부터 해서 베네치아의 풍경, 베네치아의 상징인 사자조각 등이 있었다.

다른 도시의 미술관보다 규모는 작았다. 베네치아는 큰 건물을 짓기 힘들어서 인지 상대적으로 여러가지들이 대체로 작은 편이었다. 1층과 2층이 전시실인데 2층보고 내부에서 1층으로 갔다가 다시 2층으로 와서 출구로 나가는 구조.

이미 다른 나라와 도시에서 작품들을 너무 많이 보고 와서 큰 감흥은 없었지만 베네치아의 풍경이 담긴 작품들이 특징인 것 같다. 작가들도 베네치아 거주하면서 작품활동을 이어 나간 사람들이 주를 이루는 듯 했다. 곤돌라와 수상 도시 풍경이 담긴 작품들이 재미있었다. 여러 나라의 미술관을 갔을 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은 각 지역의 특색이 담긴 작품이 흥미롭다는 것이다.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이제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을 향해 갔다. 미국의 구겐하임 미술관도 언젠가 가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베네치아는 페기 구겐하임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 유명하여 그녀의 컬렉션으로 미술관도 있는 거라고 했다. 현대미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대학,대학원 시절 가장 자주 접한 작가들이 많았다. 주로 표현주의와 초현실주의. 여기도 아카데미아 미술관과 마찬가지로 규모가 큰 건 아니지만 하나하나가 다 유명한 작가와 유명한 작품들이었다.

러시아는 잠시 제쳐두고 그리스에서 시작한 기준으로 점점 이동할 수록 현대에 가까워지는 미술품들을 만난 것 같다. 그리스 아테네에서 기원 전 고대 유물들을 보고 로마에서 기원 후 초기 유물들부터 중세 초중기까지, 피렌체에서 중세와 엄숙함을 느끼고, 베네치아에서 중세 후기부터 현대 미술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었던 것 같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흐름이 잘 맞았다.


페기구겐하임 컬렉션에는 작은 조각 공원도 있고 미술관에서 바다쪽 출구로 나가 경관을 감상할 수도 있었다. 전시실은 총 2 공간이었다. 안 쪽 공간은 좀 더 현대 작가들이었고 기획전인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익숙한 작가들의 작품이 가득했다. 미술품의 시대도 많이 다르긴 하지만 이탈리아 다른 미술관들은 자국 작가들 위주였는데, 페기구겐하임 컬렉션은 다른 해외작가들 작품 위주이기도 했다.

미술관 입구에서 가방이 약간 무거워서 편히 전시를 보고자 보관함에 넣고 관람했는데 지갑을 안갖고 오는 바람에 내부 아트샵에서는 아무것도 못샀다. 어차피 엽서만 살 거긴 했지만, 안타까워하며 나왔는데 외부에도 아트샵이 있었다. 엽서 종류가 더 적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살 수 있어 다행이었다. 미술관마다 다 엽서를 구매했는데 신기하게도 도시를 이동할 수록 엽서 가격이 올라갔다. 가장 비싼 곳이 베네치아였는데 물가탓도 있겠지만 신기하긴 했다.

 

 

 

베네치아에 다른 갤러리들도 다수 있는 듯 했으나 여정의 막바지였기에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무리해서 전시를 보지는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전시보다 질렸기 때문이기도 하다.

베네치아는 미술관 자체는 타 도시에 비해 강세가 아니기도 해서 전시관람을 다른 곳들처럼 줄 서거나 할 필요도 없고 편하고 한산하게 했다.

물의 도시에 있는 미술관이라는 것 만으로도 낭만이 있어 이 곳에서는 미술 작품과 더불어 미술관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이 정말 인상깊었다.

다만 아쉬운 것은 베니스 비엔날레 기간에 가지 못 한 것이었다. 엉뚱하게도 카니발 기간에 와버리고.
비엔날레 터만 산책했는데 명소이긴 했다. 카니발로 북적거리는 곳들과 약간 떨어져 있어서 그 소란스러운 기간임에도 조용했고 거주민들의 일상적인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당시 여행계획할 때는 6월에 갈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비엔날레는 놓쳤다. 나는 그런 기간한정 전시와 연이 없는지 2018년 3월 말에 휴가 쓸 수 있을 줄 알고 홍콩에 아트바젤 가려했는데, 일정이 바뀌어서 결국 6월말에 갔었던 적이 있었다. 홍콩 갤러리라도 가려는데 바젤기간 아니라 영업 안하는 곳 엄청 많았던 기억.

그렇게 나의 세계 미술관 투어는 여기서 당분간 끝이 났다.
작년에는 이런 저런 일정들이 있어 해외에 나갈 수 없었다. 현재, 2020년에는 코로나 터져서 더더욱 해외는 나가지 못 할 것 같다. 국내 전시에 더 집중하는 것으로.

 

 

Posted by jurm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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